서울아산병원 지하상가에 입점한 현대백화점의 빙수카페 '밀탑'.

매점과 식당, 편의점 정도만 있는 병원 상가는 이제 잊는 게 좋겠다. 브런치와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전문 카페와 패션·의류·액세서리 매장까지 들어서면서 병원 상가가 ‘작은 백화점’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의 지하상가는 현대백화점의 작은 지점으로 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과 계열사가 운영하는 매장들이 약 5000㎡(1500평)의 지하 1층 임대사업장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서울아산병원 지하 상가에는 현대백화점에만 입점해 있는 빙수카페 ‘밀탑’이 들어섰다. 현대백화점이 일부 투자한 밀탑의 밀크빙수가 현대백화점이 아닌 곳에서 판매되는 것은 서울아산병원이 처음이다.

밀탑 서울아산병원점의 운영은 현대백화점이 아닌 병원이 직접 맡았다. 대표는 박성욱 서울아산병원장이며 운영은 병원 후생사업팀이 총괄한다. 그러나 눈꽃빙수의 원조라 불리는 밀탑 빙수의 독특한 맛을 살리기 위해 직원과 재료, 기술 등은 밀탑 본사에서 가져온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기존에도 병원 지하와 1층에 카페가 있었지만 워낙 이용객이 많아 편의시설을 위해 추가한 것”이라며 “밀탑은 현대백화점에서도 인기가 증명된 매장이라 입점시켰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또 현대백화점에만 입점해있는 제빵 브랜드 ‘베즐리’를 들였다. 베즐리는 현대백화점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가 자체 개발한 브랜드로, 빵과 커피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병원 지하상가 중에서도 가장 북적거리는 매장 가운데 하나다.

이 병원 지하에는 국내 어느 병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편의시설이 있다. 신관과 함께 2008년부터 문을 연 백화점. 약 100평 규모의 현대백화점 멀티플라자에서는 일반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행사장이 있고 상품권도 판매한다.

멀티플라자에서는 와이셔츠부터 세대별 패션의류, 구두, 속옷, 액세서리, 산악용품, 유아용품 등을 다양하게 쇼핑할 수 있다. 입점 브랜드는 지오다노, 플라스틱아일랜드, 밀레, 프로스펙스, 비비안, 보디가드 등으로 다양하다.

서울아산병원 지하상가에는 대형마트의 축소판인 H마트도 있다. 과일, 음료, 식품, 각종 생활용품 등을 판다. H마트는 현대백화점 멀티플라자와 마찬가지로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임대 매장이다. H마트 옆의 24H그린 편의점 역시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한다.

서울아산병원 지하상가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멀티플라자와 편의점, 제과점, 마트.

증권회사도 들어서 있다. 병원비 마련을 위해 병원마다 은행이 입점돼 있기는 하지만 증권회사는 드물다. 서울아산병원에 있는 하이투자증권 역시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다. 은행은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들어와있다.

마사지샵, 서점, 팬시점, 안경원, 꽃집 등이 있어 어지간한 쇼핑몰을 방불케 하기도 한다. 병원 지하 상가의 수익사업은 우체국처럼 필수 업종을 제외하고는 현대가(家)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상당수는 현대백화점 담당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지하상가가 병원이 흑자를 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 병원의 전체 매출액은 1조6730억원으로 전년대비 5.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진료수익은 131억6602만원으로 전년보다 21억원이 줄었으나, 영업외 수익은 1769억원으로 105억원 늘었다. 순이익은 70억7268만원이었다.

이처럼 서울아산병원 지하상가가 번성하는 이유는 지리적 요건이 뛰어나고 구매층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올림픽대로와 성내천으로 둘러싸여 잠실역 등 주변 상권과 크게 떨어져 있다. 한번 들어오면 좀처럼 밖으로 나가기 어려워 뭐든 병원 안에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또 병원 특성상 환자·보호자·문병객이 식음료와 선물 등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기 때문이다. 이 병원의 하루 유동인구는 약 5만명에 이른다. 이곳 지하상가를 두고 현대백화점 서울아산병원지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