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대전 중구 중앙로는 흐린 날씨에도 놀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해외 유명 SPA(제조·유통 일괄 의류 회사) 브랜드인 유니클로, 자라 등이 모인 '쇼핑 거리'는 옷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중앙로 지하상가에서 20년 넘게 화장품 매장을 운영했다는 김모(52)씨는 "요즘처럼 붐비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고 했다.
같은 날 대전 외곽인 서구 구봉 지역에선 신세계가 짓는 유니온스퀘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92만5000㎡ 규모의 부지에 아웃렛,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 등을 들이는 공사다.
장기간 불황으로 침체에 빠져 있던 지방 상권이 꿈틀거리고 있다. 서울에서 출점을 하지 못하는 대형 유통업체가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서 곳곳에서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등의 대형 사업이 주춤거리면서 수년간 새로운 상권이 등장하지 않고 있는 서울과 대조적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SPA 브랜드가 진출하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세종시 효과에 유통 재벌 투자 몰리는 대전
가장 활발한 곳은 대전이다. 대전 상권은 2004년 KTX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서울과 한 시간 이내에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고객을 서울에 뺏겼다. 1980~1990년대 중부권 최대의 상권이었던 대전의 구도심인 중앙로는 2000년대까지 아예 상가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공실률이 100%인 곳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세종시 효과'로 상권이 호전되고 있다. 대전 중구 냉면집인 사리원면옥 관계자는 "세종시 출범 이후 회식이나 쇼핑을 하러 대전으로 넘어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대전시도 작년 말 '제3차 대규모 점포 관리 5개년 계획'을 만들어 백화점의 신규 입점을 허용해 상권 개발에 불을 지폈다. 세종시가 생긴 이후 이동 인구도 30% 이상 늘었다. 손님이 뚝 끊겼던 갤러리아백화점 동백점도 방문객이 늘어나자 이랜드는 지난달 26일 400억원에 인수해 대전 지역에 처음 진출하기도 했다.
상권이 살아나면서 롯데 등 유통 재벌도 대전에 돈을 투자하고 있다. 롯데는 유성구에 2015년까지 워터파크, 테마파크, 패션관, 디지털파크, 롯데시티호텔 등 대규모 복합 테마파트를 조성하기로 했다.
◇소득 높아진 울산·대구도 상권 커져
울산·대구도 상권 개발이 활발하다. 12일 동대구역 주변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거리엔 '임대·분양' 간판을 내건 건물이 눈에 띄었다. 신세계는 이 일대에 2015년에 쇼핑·문화 공간이 결합된 동대구복합환승센터를 연다.
신세계는 이곳을 '제2의 센텀시티'로 만들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부산보다 더 큰 규모의 백화점과 메리어트호텔 등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래 대구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경북 지역에서 상권이 가장 발달한 곳이었지만 섬유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면서 같이 침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 말 이후 의료용 물질, 광학기기 제조업이 들어서는 등 경기가 조금씩 살아났다. 대구의 수출은 지난 4년간 79.5% 성장했다. 올해 2분기 지역 수출·생산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0% 늘며 특별·광역시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넉넉해진 주머니 사정으로 소비가 늘면서 2011년 현대백화점·롯데몰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대구 지역에 입점했다. 한 유통업체에서 만난 최정화(49)씨는 "예전엔 대구 지역 백화점에 물건 종류가 다양하지 못해서 부산이나 서울로 쇼핑을 갔는데, 최근엔 대형 업체들이 많이 들어서 '쇼핑 원정'을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는 국민 소득이 가장 높은 울산에도 주목하고 있다. 울산은 1인당 지역 총소득이 전국에서 1위(3954만원)지만 이제까지 울산 지역을 벗어난 역외 소비가 전체 소비의 35.5%를 차지했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소득이 지역 상권에서 흡수되지 못한 것이다. 신세계는 이를 노려 지난 5월 울산 중구 우정혁신도시에 백화점 출점 부지 2만4300㎡(약 7350평)를 매입했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울산은 전국에서 1인당 소득이 가장 높고, 40대와 10대 인구 비중이 광역시 중 가장 높아 향후 지속 성장이 기대된다"며 "이곳을 쇼핑뿐 아니라 문화와 여가도 즐길 수 있는 랜드마크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