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가와사키 지음 ㅣ 노지양 옮김 ㅣ 도서출판 푸른숲 ㅣ 280쪽 ㅣ 1만5000원
‘애플빠’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인 애플의 제품에 열광하는 ‘애플 마니아’들을 지칭하는 속어다. 팬덤(fandom) 문화에서 비롯된 ‘빠순이, 빠돌이’와 IT업체의 이름이 결합된 것이다.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겨 있지만 이들은 ‘애플빠’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 다른 어떤 전자업체도 이처럼 충성스런 고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애플 마니아들에게 애플은 단순한 IT기업이 아니라 혁신을 의미한다. 현실을 바꾸고, 미래를 앞당기는 선구자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처럼 IT기업이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와 비슷한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제품 때문만은 아니다. 이 책의 저자인 가이 가와사키(Guy Kawasaki)는 마케팅의 마술을 통해 애플을 ‘영혼의 구원자’로 바꿔 놓았다.
저자는 일명 ‘에반젤리즘(Evangelism, 복음주의) 마케팅’의 창시자로 여겨진다. 종교를 전하는 전도사처럼 특정 기업이나 상품의 절대적 매력을 전파하는데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1983년 애플의 개인용 컴퓨터인 매킨토시에 매료돼 입사한 이후 그는 25년여 동안 열정적인 애플 전도사로 활동해 왔다. 그 덕에 애플 뉴욕 매장은 ‘글래스 애플 템플(사원)’으로 불리고 애플 매니아들은 앞장서서 애플 제품을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명료하다. 상대를 매료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의 제품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현실에서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지루한 설명보다 진정한 '매혹'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상대방의 마음과 머리, 행동을 모두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책의 원제가 매혹(enchantment)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먼저 한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호감으로 시작하되 나중에는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9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모두를 내편으로 만들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포기할 것을 먼저 정한 뒤 가까운 사람부터 움직이라는 것이다.
또 최고의 전략은 사람이며, 파워포인트 등 실무 기술도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디테일(세부사항)이 승부를 가를 수 있고, 소비자가 가슴으로 따르게 해야하며 상사를 자기편으로 생각하고 나쁜 성공은 피해야 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풍부한 사례와 간결한 문체는 부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각 챕터 끝에 ‘나는 이렇게 매료되었다’는 사례 위주의 꼭지를 끼워 넣은 것도 읽는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다만 ‘쉬운 단어를 사용하라’, ‘칭찬하라’ 등과 같이 군데군데 등장하는 뻔한 내용은 아쉬움을 남게 한다.
저자 가와사키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뒤 UCLA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현재는 실리콘밸리에 벤처캐피탈 회사 거라지 테크놀로지 벤처스(Garage Technology Ventures) 를 설립해 신생 벤처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저서로 ‘리얼리티 체크’, ‘당신의 기업을 설립하라’,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의 성공법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