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배임죄 촉각 "'경영판단 원칙' 상법상 명문화 해야"

조선비즈
  • 이성기 기자
    입력 2013.09.02 17:13 | 수정 2013.09.02 17:21

    경제단체들이 공동으로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힌 '상법 개정안' 못지 않게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문제가 있다. 총수의 경영 행위와 직접 맞닿아 있는 '배임죄' 부분이다.

    역대 재벌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기소된 사례를 봤을 때, 조세포탈이나 횡령을 제외하면 대부분 배임죄에 걸렸다. 그러나 매번 '배임이냐, 경영 판단 행위냐'는 논란과 '걸면 걸리는 범죄'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아 이번 기회에 입법적인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일 재계 및 학계에 따르면, 현행 형법상 배임죄는 적용 대상과 범위가 넓고 모호해 미수(未遂)나 현실적 손해 발생 없이 발생 우려만으로도 처벌될 우려가 있다. 또 '경제민주화 열풍' 속에 추진된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형량 강화 입법안의 경우 적용 대상 및 범위에 개선이 없을 경우 기업의 경영 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는 상법상 특별배임죄 규정을 개정하는 등 '경영판단 원칙'을 명문화하고, '경영판단의 경우 벌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영판단의 원칙'이란 회사의 이사 등이 신중하고 성실하게 경영상 판단을 내린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사법 심사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은 모든 배임죄를 규정하고 있고, 특경법은 가중처벌을 위한 법률이므로 예외 규정을 둘 순 없다"며 "상법상 특별배임죄에 단서 규정을 둬 경영판단 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변칙 상속 같은 배임 행위는 당연히 엄히 다스려야하지만 정상적인 경영 판단마저 배임으로 몰고 간다면 리스크가 따르는 의사결정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한국입법학연구소 주최로 열린 '창의적 경영을 위한 법률 제도 보완 확대 세미나'에서 이명수(가운데) 새누리당 의원이 "독일은 배임죄를 규정한 최초의 나라지만, 경영행위 관련 배임죄는 '경영판단 원칙' 도입으로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입법학연구소 제공

    최근 한국입법학연구소 주최로 열린 '창의적 경영을 위한 법률 제도 보완 확대 세미나'에서도 기업과 경영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새로 설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봇물을 이뤘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자리에서 "경영 판단 보장을 통해 창조적이고 신선한 시도를 할 수 있고 경영의 자율을 누려야 한다"며 "창의적 활동이 보장돼야 창조경제 가치가 숨쉬는 상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진의 책임을 제대로 물을 장치부터 만드는 게 우선이란 주장도 만만찮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자칫 잘못하면 재벌들의 편법적인 행위마저 면책시켜줄 위험이 있다"며 "배임죄로 처벌된 사건들 대부분 회사나 전체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모든 경우를 경영판단 원칙으로 보호해 줘야 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피해를 본 주주 등이 충분하고 공평하게 법적 구제를 청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다음 경영판단 원칙 도입을 논의하는 게 순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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