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심리학] 이야기에 속지 마라

조선비즈
  • 닉 아밋 피델리티 자산운용 투자전략 커뮤니케이션팀 총괄이사
    입력 2013.08.29 18:05 | 수정 2013.08.29 18:05

    닉 아밋 피델리티 자산운용 투자전략 커뮤니케이션팀 총괄이사
    사람들은 종종 '경제성장률이 높은 나라의 증시는 상승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 10년간 신흥국 증시가 상승세를 탄 것에 착안해 나온 투자 아이디어다. 하지만 이 명제는 틀렸다. 장기적으로야 맞을지 몰라도 단기적인 관점에선 경제성장률과 주가 상승률 간의 관계를 찾기 어렵다. 수많은 변수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경제상승률과 증시, 둘 간의 연관성을 증명한 연구는 없다.

    지난해 증시등락률을 살펴보면 저 명제가 틀렸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경제성장률이 낮았던 곳은 유럽이었다. 재정위기에 허덕이며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증권시장 상황은 달랐다. 지난해 유럽 증시의 상승률은 글로벌 증권시장 대비 높았다. 그러나 중국 증시는 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아무리 둔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7%대로 높지만, 증시는 고꾸라졌다.

    상식처럼 널리 퍼진 명제가 틀린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이야기 짓기 오류(narrative fallacy)'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야기 짓기 오류는 복잡한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고 또 그것을 믿는 인간의 특성을 말한다. 나심 탈레브의 저서 '블랙 스완'에 등장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사실 상황을 단순화시켜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정보를 빠르게 기록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인간의 뇌가 일정한 패턴을 찾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적은 용량으로 과부하를 피하며 생활할 수 있다. 이야기 짓기는 복잡한 사건들을 개별적으로 기억하는 것보다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서 이해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뇌가 즐기는 과정이다.

    그러나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있고 과거와 미래에 편견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투자할 땐 경계해야 한다. 어떤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패턴을 찾으려고 할 때, 혹은 자세한 분석 없이 흥미로운 테마에 현혹돼 투자하려 할 가장 위험하다. 모든 사건에 이야기가 있고, 기승전결이 있다는 생각도 문제다. 인과관계를 찾으려 들면 과거의 어떤 일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특정 결과를 불러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모든 것이 운명처럼 예정돼 있고 "A"라는 사건이 "B"라는 사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현실세계의 사건은 매우 복잡한 요소로 만들어진다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때론 우연이 개입하기도 하는데 이야기 짓기 오류에 빠지면 우연의 역할을 간과하기 쉽다.

    이야기 짓기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선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뇌의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부분을 자극해서 기존 믿음을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심 탈레브가 '블랙 스완'라고 부르는 예상 밖의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간과하게 된다. 근거 없는 소문 대신 실증적 연구를 추구하고 수집한 정보, 발견한 패턴, 관련 해석과 결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반대 의견을 경청해 자신이 세운 가설을 검증하는 것도 좋다.

    "투자에 공짜 점심이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야기 짓기 오류를 피하기 위해 항상 기억해야 할 투자 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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