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단독] '환치기' 하는 외교관들‥외교부 적발하고도 '쉬쉬'

  • 김종일 기자

  • 입력 : 2013.08.29 08:55

    - 고정환율·암시장환율 차이 이용해 차익얻어
    - 중남미 아시아 CIS 등에서 주로 적발
    - 외교부 “예산절감 차원에서 암시장 환율 이용”

    #베네수엘라에서 근무하는 A외교관은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4300볼리바르를 지불했다. A외교관은 1달러에 8볼리바르로 교환되는 암시장을 이용해 왔기 때문에 실제 부담한 금액은 540달러였다. 그러나 외교부로부터는 달러당 4.3볼리바르인 베네수엘라 고시환율로 병원비 1000달러를 보전받아 460달러의 차익을 봤다.

    중남미 아시아 CIS(독립국가연합) 등 해외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외교관 등 재외공무원들이 현지 암시장을 이용해 ‘환치기(불법 외환거래의 속칭)’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고정환율제가 실시되는 국가에서 고시환율과 암시장환율 사이의 격차를 이용해 대사관의 운영비 등에서 차익을 남겨온 것이다. 외교부는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29일 외교부가 민주당 심재권 의원(서울 강동을·외교통일위원회)에게 제출한 감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최근 2년간 자체 감사를 통해 주재국의 외환 법령을 어기고 암시장을 이용한 환차기 사례를 적발했다. 이들은 주재국 현지에서 사용하는 비용을 현지화로 집행하고 사후 달러로 보전신청을 하는 제도를 악용해 왔다.

    B대사관은 2010년 녹색성장포럼 행사를 치르면서 행사예산이 부족하다고 예상되자 1만달러를 암시장을 이용해 환전해 부족한 예산을 메웠다. 당시 B대사관 측은 현금수령증도 없이 환전해 외교부 자체 감사에서도 ‘현금 관리에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재외공관회계사무처리규정 11조’에 따르면 출납공무원이 현금을 직접 보관하는 경우 별도의 현금보관부를 작성해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B대사관은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문제는 암시장을 이용한 환치기가 개개인들의 ‘뒷거래’로 그치지 않고 공관들이 주도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외교부 감사결과문에 따르면 대사관 직원들은 환전 필요액을 대사관 총무에게 요청하면 총무가 암시장 환전상과 협의해 진행했다. 관행화되어 있었다는 의미다. 외교부는 "본부의 예산지원이 충분치 않고 고시환율과 암시장환율간 차이가 커 예산절감 차원에서 암시장 환율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명했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해 나가있는 대사관이 불법행위를 버젓이 저지른 것이다.

    이러한 암시장을 이용한 ‘환치기’는 이번에 적발된 몇몇 대사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심 의원에 따르면 외교부는 ‘일본, 중국 등 다른 재외공관도 주재국의 암시장을 이용하냐’는 질문에 “현실적으로 다른나라 공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심 의원은 “외교부는 주재국 외환 법령을 어기고 암시장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환차익을 본 직원에 대한 조사는 물론 징계도 하지 않았다”며 “불법 암시장 이용이 재외공관의 예산이 충분치 않은 탓으로 보이지만 주재국의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암시장을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개선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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