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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초면 납 6000개 도포된 기판 검사… 7년째 세계 1위

  • 채민기 기자

  • 입력 : 2013.08.23 03:01

    [1등 기업 생산현장의 비밀] [3] 고영테크

    지난해 세계 시장점유율 44%
    경쟁사 제품보다 30% 비싸도 전세계 1000개 기업서 찾아
    전체 직원 40%가 연구 인력… 고객 요구 정확히 파악해 개발

    지난주 경기 광명시 소하동의 고영테크놀러지 공장. 가정용 소형 냉장고 크기의 장비에 전자제품용 회로기판을 집어넣자 카메라 플래시처럼 밝은 빛이 연속해서 터져 나왔다. 이 장비의 이름은 3차원 납도포 검사기(SPI). 회로기판에 반도체를 붙이는 좁쌀만 한 은색 납의 상태를 검사하는 장비다.

    기판을 수천만 개의 미세한 화소로 나누고, 각 화소의 높이·위치를 측정한다. 이 데이터를 조합해 도포 상태가 불량한 곳을 자동으로 찾아낸다. 모니터에는 기판에 도포된 납 모양이 3차원 이미지로 나타난다. 13초면 납이 6000개 도포된 공책 크기 기판을 검사 완료할 수 있다.

    경쟁사보다 30% 비싸도 고객사 1000여곳

    고영테크는 SPI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이다. 2002년 창업해 2006년 이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점유율도 계속 성장세다. 2006년 21%였던 점유율은 지난해 44%로 2배 이상 늘었다(PRG 자료). 2∼4위 경쟁사의 점유율을 다 합쳐도 35%다. 압도적인 세계 1위인 셈이다. 2009년 270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2년 기준 1008억원으로 약 4배 성장했다.

    경기 광명시 고영테크놀러지 공장에서 직원들이 3차원 납도포 검사기(SPI)를 조립하고 있다.
    경기 광명시 고영테크놀러지 공장에서 직원들이 3차원 납도포 검사기(SPI)를 조립하고 있다. 도심의 아파트형 공장으로, 일반적인 공장처럼 대규모 생산 설비가 없다. /김연정 객원기자
    고영테크 검사기는 경쟁사 제품에 비해 최대 30% 정도 비싸다. 그런데도 전 세계 전자·자동차·통신장비 등 업계에 1000여 곳의 고객사가 있다. 고광일 대표는 "고영 제품으로 검사했다는 것 자체가 최고 품질의 제품이란 증거"라고 말했다. 공장 문 앞에는 외국 고객사에서 오는 손님의 이름이 적힌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사람의 이름만 있고 소속사의 이름은 없다. 계약상 고객사 이름을 외부에 노출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성공 비결은 기술"

    고영테크의 성공 비결은 기술이다. 2003년 처음으로 SPI 장비를 출시했을 때 미국·일본 등의 경쟁사들도 막 3차원 검사기를 내놓기 시작했다. 정확도가 낮은 2차원 검사기에서 3차원 검사기로 시장이 이동하던 시기였다. 전정열 연구소장은 "시장 초기 경쟁 업체들보다 기술적으로 앞서 나간 것이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기판이 미세하게 휜 정도, 조명 때문에 생기는 그림자처럼 정확한 측정을 방해하는 외부 요소까지 극복하는 기술 개발에 매달렸습니다. 경쟁업체들이 '기술적 한계'라며 포기해 버린 부분이었죠."

    고영테크놀러지 납 도포 검사기(SPI) 세계시장 점유율.
    고영테크는 직원 275명 가운데 연구개발(R&D) 인력이 115명으로 40%를 넘는다. 기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 화상 처리, 제어, 광학 등 분야도 다양하다. 전 소장은 "제품 개발에 필요한 모든 분야의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광일 대표 역시 서울대에서 제어공학을 전공하고 금성사(현 LG전자) 등에서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잘될 거라고 생각해서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을 여러 번 봤다"며 "창업 후 3개월간은 전국의 기업과 공장을 돌며 시장조사만 했다"고 했다. "시장과 기업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고객사 요구에는 절대 토를 달지 못하게 합니다. 우리 역할은 그 요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지 '이런 게 좋다'고 고객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니까요."

    최근에는 반도체를 부착한 기판의 조립 상태를 검사하는 장비도 개발했다. 이 장비를 포함한 전자제품 검사기 전체 시장점유율은 15%로 경쟁사(16%)에 근소하게 뒤져 있다. 고 대표는 "새 검사 장비의 판매를 늘려 전체 시장에서도 1위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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