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누리당과 정부가 내놓은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은 전기를 많이 쓰는 여름과 겨울에 '전기요금 폭탄'을 유발했던 주택용 누진제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관심은 새누리당 공언대로 서민들의 전기료 부담이 줄어드느냐이다. 이는 정부가 조만간 제시할 새 누진제 요율에 달려 있어 아직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개편안에서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산업용 전기료 개편이 빠진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택용보다 싸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빛 원전 6호기 돌발 정지… 전력경보, 올 3번째 '관심' 발령 - 한빛(영광) 원전 6호기가 고장으로 가동이 멈춘 21일 서울 태평로 인근 전력수급 현황판이 전력 수급 경보‘관심’단계를 표시하고 있다. 관심 단계 경보가 발령된 것은 올여름 들어 세 번째다.

①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란

누진제는 전력 사용량이 커질수록 높은 단가를 적용하는 제도다. 당초 서민층 보호와 전기소비 절약유도를 위해 도입됐다. 1974년 제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도입된 후 지금까지 지속돼 왔다. 2차 석유 파동 때인 1979년 12단계로 나눠 최대와 최저 차이가 19.7배에 이르렀다가 2004년부터 현재 6단계 11.7배 차이(1단계와 6단계 전력량 요금비율)가 나게 했다.

②주택용 6단계 누진제를 3단계로

누진 단계는 월 100㎾h 단위로 구분된다. 1단계(사용량 100㎾h 이하), 2단계(101~200㎾h), 3단계(201~300㎾h), 4단계(301~400㎾h), 5단계(401~500㎾h), 6단계(500㎾h 초과) 등이다.

2011년 기준으로 월 300kWh 미만 사용 가구(전체 66.8%)는 평균단가 미만을, 월 300~400kWh 사용 가구(전체 24.7%)는 평균단가 수준을, 월 400kWh 이상 사용 가구(전체 8.5%)는 평균단가보다 높은 요금을 부담한다.

문제는 소득 수준 향상, 가전기기 보급 확대 등 시대환경 변화에 따라 주택용 전기 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300kWh 초과 사용 가구 비중은 2002년 12.2%에서 2011년 33.2%로 급속히 늘었다. 작년 8월엔 폭염 등의 영향으로 300kWh 이상 사용 가구 비중이 40%를 넘었다. 이달 말 8월 전기료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급격히 높아졌다면 이 누진 구간에 걸린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현행 전기요금제 6단계를 3단계로 줄여 저소득층이 많이 사용하는 200㎾h까지는 현행 요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중산층 4인 가족 기준으로 평균 사용량이 많은 200~600㎾h 구간은 단일 요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반면 600㎾h 초과 구간은 요율을 인상해 부담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합리적인 전기요금 조정으로 '전기요금 폭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구간별 구체적인 요율은 산업부가 결정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전기요금 누진제 축소가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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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진짜 서민 부담 덜지는 지켜봐야

새누리당 발표와 달리 누진제 단계를 축소할 경우 전반적으로 전기료 부담이 커진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누진제를 3단계로 개편하면 대용량 사용자 뿐 아니라 250㎾h 이하 사용 가정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존 6단계 중 가장 싼 요금을 내던 1단계 소비층이 2단계와 같은 요금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구간별 요금 격차에 따라 전력 저소비 가구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금 계산식도 가능하다. 한진현 산업부 2차관은 "새누리당 개편안 방향을 참조하고 여론을 수렴해서 서민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요금 체계를 재설계하겠다"고 말했다.

④연료비 연동제도 변수

이날 새누리당은 누진제 축소와 함께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석유·유연탄·가스 등의 발전연료비 변동액(연료비 조정단가)을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이다. 연료가격이 오를 경우 전기요금을 수시로 올리겠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이 전체적으로 오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이 제도는 2011년 마련됐으나,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불안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시행을 보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