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규의 소통 리더십] 협상場서 자기 얘기하는 사람이 가장 안타깝다

조선일보
  •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입력 2013.08.22 03:05

    인간의 '관점 전환 능력', 만 4세 지나면 생기지만 나이 먹고 성공하면 퇴보
    협상은 상대 관점에서 상대가 관심 갖는 얘기해야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사진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최근 여야 영수회담을 놓고 정국이 얼어붙었다. 그런데 이번 갈등을 보고 있으면 데자뷔를 느낀다. 7~8년 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 주인공만 서로 바뀌었다. 8년 전에는 박근혜 당시 야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7년 전에는 김한길 당시 여당 원내대표가 야당의 회담 제의에 대해 "야당 대표는 (회담이 아니라) 면담 신청을 했어야 한다"고 꾸짖었다. 왜 자리만 바뀌면 이런 일이 벌어질까? 단체로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것일까? 그 원인은 아마도 '관점 전환(Perspective taking) 능력의 부족'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지위 높고 나이 많을수록 '상대 관점' 생각 못해

    관점 전환과 관련, 심리학에서 위대한 3대 실험 중 하나로 불리는 '샐리앤 실험'이 있다. 샐리와 앤이라는 두 소녀가 있다. 두 아이가 유모차와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다. 그러다 샐리가 유모차에 인형을 넣어 놓고 방을 나간다. 혼자 있던 앤이 잠시 후 유모차에서 인형을 꺼내 옆에 있던 나무 상자로 옮긴다. 그리고 방을 나간다. 잠시 후 샐리가 다시 방으로 들어온다. 여기서 문제! 샐리는 인형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어디를 찾아볼까?

    답은 당연히 유모차다. 하지만 이 질문을 만 4세 이하 아이에게 하면 어떨까? 100%가 '나무 상자'라고 답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도 답이 나무 상자라고 생각한다면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그렇다. 인형이 나무 상자로 옮겨졌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도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한다. 한마디로 사물을 상대 관점에서 보지 못하고 내 관점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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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은 만 4세가 지난 후부터 관점 전환 능력이 생긴다고. 그런데 안타까운 건 이거다. 이렇게 얻어진 관점 전환 능력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특히 성공에 대한 자신감과 추억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퇴행한다. 과도한 성공은 '내 생각' '내 방식'에 대한 근거 없는 확신을 낳기 쉽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소유편향'이라 부른다. 소유편향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상대 관점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게 된다. 생각해 보라. 상당한 노력을 들여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일수록, 상대 관점에서 생각하는 데 서툰 사람이 많다. 마치 전국 수석이 반에서 30등 하는 친구에게 '도대체 미적분의 원리가 왜 이해가 되지 않느냐'고 묻듯이.

    ◇협상이란 '내 얘기' 하는 자리 아니다

    협상에서 관점 전환은 너무도 중요한 이슈다. 협상을 하다 보면 가장 안타까운 사람이 자꾸 '내 얘기'하는 사람이다. '내 사정이 어쩌고, 우리 회사 상황이 저쩌고, 그래서 당신이 한 번만 봐줘야…' 어떤가? 과연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는 상대는 내 얘기에 관심 있을까? 없다. 그럼, 내 얘기 관심 있는 사람은? 가족밖에 없다(혹시 가족도 내 얘기에 관심이 없다면 이건 정말 슬픈 거다). 결국, 협상이란 '내 얘기'하는 자리가 아니다. 상대 관점에서 상대가 관심 있는 얘기를 하는 자리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대 관점에서 얘기할 수 있을까? 이를 도와주는 도구(tool)가 '만달 아트 (Mandal Art)'다. 협상에선 만달 아트를 이렇게 활용한다. 우선 상대를 중간에 놓는다. 그리고 ①그 상대의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 ②상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③상대에게 당장 필요한 것(wants) ④상대의 취미나 기호 등을 적는다. 이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상대가 원하는 것을 생각해 본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해외에 있는 S(Super)급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일을 맡고 있다. 한국으로 오지 않겠다는 S급 인재와 협상을 벌여야 한다. 우선 상대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누구인지 고민해야 한다. 해외 거주자가 한국으로 올 때 그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은 누구일까? 당연히 아내이다. 그런데 아내는 한국에 오기 싫다고 말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에 있는 부모를 설득해야 한다. 오해 말자. 시부모가 아닌, 아내의 부모다. 이렇게 말해야 한다. "딸과 손자 손녀 보고 싶지 않으시냐? 한국에서 몇 년이라도 함께 살자고 얘기해달라."

    둘째는 상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실전 협상에서 해외 인재를 스카우트할 때 무슨 말을 할 것 같은가? 연봉? 직급? 아니다. 의외로 '애국심'에 많이 호소한다. "언제까지 그 좋은 머리, 다른 나라를 위해 쓸 것이냐? 조국을 위해 써라."

    셋째, 필요(wants)다. 해외에서 한국에 들어올 때 당장 걱정하는 것은 뭘까? 집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녀 교육이다. 그래서 스카우트 팀은 말한다. "한국에도 좋은 외국인 학교가 많다. 아이를 너무 외국에서만 키우는 것도 좋지 않다. 이번 기회에 조국의 뿌리를 알면 좋지 않겠느냐?"

    마지막은 기호다. 만약 상대가 자신의 취미는 산책과 골프라며, 그런 의미에서 미국 생활이 정말 좋다고 말한다. 그럼, 협상 팀은 이렇게 답한다. "서울에도 당신이 살기에 괜찮은 동네가 있다. 근처에 양재천이 흘러 산책하기 좋고, 명문 골프장을 50분 내에 다 갈 수 있다." 어떤가? "저희 회사 입장에서 당신을 꼭 모시고 싶다"는 말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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