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스마트 슈즈

몸에 병이 생기면 걸음걸이부터 달라진다. 관절염, 치매, 디스크 등 병증 보유자는 건강한 사람과 걸음걸이가 다르다. 걸음걸이가 바뀌면 운동화의 닳는 곳도 달라진다. 스마트슈즈(Smart Shoes)는 사람의 보행 패턴을 저장·전송한다. 컴퓨터는 스마트슈즈가 보낸 자료를 분석해 정상인의 보행과 비교한다. 이상징후가 보이면 사용자에게 미리 경고한다. 보통 퇴행성 관절염은 서서히 진행돼 발병 전에 자각하기 어렵다. 스마트슈즈는 질병의 조기발견으로 퇴행성 관절염 등 질병을 예방한다.

100세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무병장수(無病長壽)에서 ‘무병’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의료 서비스의 패러다임도 이에 맞춰 치료에서 예방·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유헬스(U-Health)가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유헬스는 의료서비스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융합기술이다. 유헬스는 유메디컬(U-Medical)에서 유웰니스(U-Wellness)로 진화하고 있다. 유메디컬(U-Medical)이 환자의 질병 관리 서비스라면 유웰니스(U-Wellness)는 건강한 일반인의 건강관리 기술이다. 무선 단말기를 통해 개인의 건강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확인·관리하는 기술이 유웰니스의 대표 사례다.

국내 유헬스 시장은 이미 2010년 1조~3조원 규모였다. 2014년 약 3조~5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국내 유헬스 시장이 매년 12~16% 고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웰니스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웰니스 산업 전망은 밝다. 박수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바이오의료IT융합연구부장은 “기존 의료 기술에 국내의 IT기술을 결합하면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며 “국통신 인프라가 좋고 스마트폰 보급율이 높다보니 한국은 유웰니스 산업 발전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 유웰니스, 의료 서비스 패러다임의 변화 주도

한국 성인(30세 이상) 4명 중 한 명(25.6%)은 대사증후군 환자다(보건복지부 2010년 통계). 대사증후군은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 등 뇌졸증 위험인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발병하는 것을 말한다. 대사증후군은 생활습관형 질환이다.

서울시 중구보건소는 작년 8월부터 대사증후군 관리서비스를 시행했다. 건강검진을 실시해 대상증후군 위험군을 찾아낸 뒤 관리 대상 주민마다 1:1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의 핵심은 유웰니스다. 보건소는 무선 혈당·혈압 측정기를 이용해 대상자의 상태를 24시간 살핀다. 대상자 건강정보는 보건소에 저장된다. 보건소는 수집 정보에 기초해 자가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사증후군의 발병을 막는다.

중소기업도 유웰니스 산업에 활발히 진출한다. 비트컴퓨터는 응급 모니터링 서비스 드림케어엠(DreamCare M)을 시범운영한 적있다. 드림케어엠은 평생 건강 관리 서비스를 지향한다. 이용자는 손목시계 타입의 건강관리 단말기로 맥박, 온도, 심전도, 운동량 등 건강정보를 수시 확인할 수 있다. 비트컴퓨터는 고객의 건강 정보를 단말기를 통해 전송받는다. 이상 징후가 발견되거나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히 응급의료 서비스를 가동한다.

연구소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TRI는 일상생활을 감지하고 이상징후를 알리는 ‘라이프코치’ 서비스를 개발했다. 라이프코치는 독거 노인의 일상생활 정보를 수집한다. 대상자의 수면·기상 시간, 활동량 등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 정보는 서버로 전송돼 노인의 일상생활 분석에 사용된다. 라이프코치는 수면량, 활동량 등 이상징후가 나타나면 보호자에게 알린다.

◆ 생활습관과 유전자정보 분석 결합하는 형태로 발전

유전자 검사결과를 사진과 같이 간략하게 제공한다.

유웰니스는 생활패턴 분석과 유전자 정보가 결합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웰니스 업체 대다수가 개인의 생활습관을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유전자 정보 분석까지 더하면 예방의료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박수준 부장은 “수면량, 운동시간, 음주·흡연량 등 개인의 생활습관에다 유전 정보까지 합치면 질병 발병률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업체가 유전자 이용 웰니스 기술에 앞서 있다. 일본의 지앤지사이언스(G&G Science), 미국의 투엔티쓰리앤드미(23andme), 나비제닉스(Navigenics) 등이 대표업체다. 이 업체들은 유전자 검사로 개인 질병 위험도와 신체 특성을 파악한 뒤 건강 관리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선 테라젠이텍스가 유전자 정보 이용 웰니스 서비스를 실행하고 있다. 테라젠이텍스는 개인 유전자 정보 서비스 ‘헬로진’을 개발했다. 헬로진은 개인의 유전형을 확인해 위험인자 소지자를 찾아낸다. 특정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일반인과 비교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응용 분야도 다양하다. 헬로진은 암, 일반질환, 식품 및 약물 민감성, 희귀질환 등 100여 가지 질병 및 알레르기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박종화 테라젠이텍스 게놈사업부 사장은 “헬로진은 질병 진단이 아닌 예측 서비스다”며 “발병 전에 질병를 예방하고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규제 철폐, 표준화 등 과제 해결해야

정부도 유웰니스 산업 육성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의 R&D 전략기획단은 지난 6월부터 웰니스 기반기술 구축에 나섰다. 3년 간 127억원을 투자해 일반인의 건강 유지 ·증진 서비스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한편 유웰니스 산업이 발전하려면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국내 의료법상 원격 의료서비스은 불법이다. 유웰니스 업체가 고객에게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불법이다. 유웰니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당국은 유헬스 관련 법적 규제를 모두 없앴다”며 “(유헬스) 산업이 발전하려면 관련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체정보의 표준화도 서둘러야 한다. 혈당계, 혈압계 등 다양한 기기가 사용되다 보니 수집정보의 형식이 제각각이다. 수집 정보의 양도 방대하다. 통일 규격에 맞춰 데이터를 표준화해야 수집정보의 검색과 활용이 용이해진다. 박수준 부장은 “데이터 정리와 표준화 작업은 유웰니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필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