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디젤 세단을 앞세워 국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동안 넋 놓고 바라보던 현대차가 디젤 승용차 시장에 재도전한다. 현대차는 지난 14일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디젤 모델을 출시했다.

◇폴크스바겐 골프와 비교해보면?

아반떼 디젤과 비교 대상으로 꼽히는 차는 수입차인 폴크스바겐의 골프, 국산차 중에서는 쉐보레의 크루즈 정도다.

아반떼 디젤에는 기존 i30에 쓰던 1.6L VGT 디젤 엔진이 들어갔다. 최고 출력은 128마력, 가속력의 척도인 최대 토크는 28.5㎏·m(자동 기준)이다. 골프 1.6L 모델과 비교하면 아반떼 디젤이 수치상 다소 앞선다. 골프 1.6 모델은 최고 출력이 105마력, 최대 토크가 25.5㎏·m다.

연비는 골프가 L당 18.9㎞로 아반떼(16.2㎞)보다 앞선다. 가격은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아반떼가 1745만~2090만원이고, 골프는 2990만원이다. 크루즈 디젤은 2.0 엔진을 달아 이들보다 힘이 좋지만, 연비가 나쁘다.

현대차 아반떼 디젤
폴크스바겐 골프(왼쪽)

◇가솔린 모델과 비교하면?

아반떼 디젤은 같은 아반떼 가솔린 모델보다 200만원(기본 모델 기준)이 비싸다. 대신 값이 싼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는 데다, 연비가 좋아 유지비가 적게 든다. 가솔린 모델의 연비는 L당 14㎞다.

17일 한국석유공사가 고시한 휘발유 가격인 1948.19원, 경유 가격인 1744.11원을 기준으로 연간 2만㎞를 뛴다고 가정할 때 가솔린 모델의 기름값은 연간 278만원, 디젤 모델의 기름값은 215만원이 든다. 가솔린 모델이 연간 63만원이 더 드는 것으로, 약 3년 정도 타면 기름값은 상쇄가 된다. 비용만 놓고 보면 초기 비용은 디젤이 비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디젤이 싸지는 셈이다.

동력 성능 측면에서 보면 최고 출력은 가솔린 모델이, 최대 토크는 디젤 모델이 높다. 전체적인 힘은 가솔린 모델이 좋지만, 가속을 위해 순간적으로 끌어내는 힘은 디젤 모델이 좋은 셈이다. 디젤 모델은 진동과 소음이 가솔린 모델보다 크다는 단점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껍데기만 다른 i30 아닌가?

아반떼 디젤의 엔진은 i30의 엔진과 같다. 하지만 정숙성에서 차별화했고, 각종 고급 사양이 들어갔다. 먼저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과 소음을 억제하기 위해 휠 가드에 흡음재를, 바닥에 두꺼운 제진재를 넣었다. 디젤 연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엔진 실린더 블록 옆에 덮개를 달고, 엔진 덮개도 엔진에 더 가깝게 밀착시켰다. 대시 패널 등 각 부위의 흡음재와 제진재도 보강했다.

아반떼 디젤은 뒷좌석 열선 시트와 타이어 정렬 상태를 알려주는 기능, 자동 정속 주행 장치 등 고급 사양이 옵션으로 적용돼 있다. 보통 중형차 이상에 적용된 기능들이다.

◇주행감은 어떨까?

아반떼 디젤 모델을 몰고 북악스카이웨이와 내부순환도로 등에서 50㎞를 주행해봤다. 운전대를 돌릴 때는 상위 차종인 쏘나타나 그랜저보다 힘을 약간 더 줘야 했다. 부드러운 느낌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약간 불편할 수 있다. 시내 주행을 해봐도 기존 현대차의 부드러운 느낌보다는 약간 단단해진 것이 느껴진다.

소음은 제법 잘 막아냈다. 엔진음은 물론 고속에서의 바람 소리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진동도 심한 정도는 아닌데, 발바닥에 전해지는 진동이 여전히 있어 장시간 운전할 경우 피곤할 것 같다. 시내 주행에서는 엔진회전수(rpm)가 적은 구간에서 변속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VGT 엔진과 6단 변속기가 조화를 잘 이룬 느낌이다. 변속이 빠르고 부드러우면 주행 스트레스가 적다. 고속 주행에서도 준중형임을 감안하면 힘이 부치는 느낌은 없다.

골프 1.6 모델을 몰았을 때와 비교하면 전반적인 힘은 아반떼가 나아 보이지만, 초반 가속은 골프가 시원한 편이다. 골프의 경우 최대 토크가 아반떼보다 낮은 1500rpm부터 구현돼 힘을 좀 더 빨리 끌어낸다. 구불구불한 코너를 빠른 속도로 탈출해보면 아반떼의 타이어가 비명을 좀 더 자주 지른다. 안정감은 골프가 한 수 위라는 얘기다.

아반떼 디젤과 골프를 놓고 비교를 하면 주행 성능과 연비 모두 골프에 점수를 더 줄 만했다. 세계 시장에서 3000만대가 팔린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반떼 디젤은 최고급 모델이 2090만원으로 골프 1.6 모델(2990만원)보다 900만원 싸다. 2000만원대 가격에서 900만원은 적지 않은 차이다. 준수한 성능에 경제성을 갖춘 아반떼 디젤이 이번에는 성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