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운 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12일 오전 서울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정보통신기술(ICT)분야 산업계 건의 기구인 'ICT정책고객 대표자 회의'를 개최했다. 미래부 고위 인사들과 25명의 ICT 정책고객 대표위원들 사이에는 김상헌 네이버(NHN(181710)) 대표의 얼굴도 보였다.

그는 "네이버는 창조경제 시대에서 아이콘이 될 수 있는 회사인데, 최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게 돼 안타깝다"며, 반성은 커녕 변명에 가까운 말을 하고는 자리를 떴다. 최근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 정치권과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데 대한 일종의 항변이었다.

미래부가 당초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추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회의를 개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 골목상권을 침해해 창조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탄받고 있는 네이버 대표를 '정책고객 대표위원'으로 선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네이버는 그간 벤처업체에서 수년간 고민해 내놓은 서비스를 표절해 영세 사업가들을 고사(枯死)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전국 맛집 정보를 제공하는 '메뉴판닷컴'을 그대로 모방한 '윙스푼' 서비스를 내놓고, 대학생 윤자영씨가 만든 패션정보 공유 앱 '스타일 쉐어'를 따라한 '워너비'를 출시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례들이다. 최근에는 네이버가 벤처업체의 애플리케이션(앱)에 광고를 싣지 말라며 광고주들을 협박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네이버는 최근 들어 벤처기업협회 등 유관 단체들과 손잡고 벤처기업상생협의체를 발족하는 등 중소 업체와의 상생을 도모하는 시늉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상생'에 반하는 발언으로 영세 사업자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핵심이 창업과 중소기업에 있다고 말한다. 최문기 장관은
지난 6월 서울대 벤처동아리 학생들과 창업자들 앞에서 "정부가 나서서 창업의 걸림돌을 제거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인터넷 생태계를 교란하는 네이버야말로 최 장관이 말한 '창업의 걸림돌'이다. 그런 네이버의 대표에게 국가의 정보통신기술 정책을 자문하고 평가하는 중책을 맡긴 정부를 학생들이 어떻게 믿고 창업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