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관객 500만명을 돌파한 '감시자들'을 배급한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가 주목 받고 있다.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대기업 계열 배급사가 주도해온 시장에서 배급사로는 신인인 NEW가 이례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1~6월) 배급사의 전국 매출액 점유율은 CJ E&M(22.9%)에 이어 NEW(21.4%)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쇼박스(12.5%)와 롯데엔터테인먼트(9.7%)는 각각 3, 5위를 기록하고 있고, 관객 900만명을 돌파한 '아이언맨3'를 배급한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코리아가 4위를 차지했다.

영화 상영 편수 당 매출액 점유율을 따져보면 NEW의 선전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해 CJ E&M이 영화 27편으로 전국 매출 1651억원을 기록하는 동안 NEW는 CJ보다 훨씬 적은 10편의 영화로 매출 1543억원을 올렸다. 쇼박스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각각 7편, 20편의 영화로 매출 902억원, 69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CJ와 롯데가 각각 CJ CGV와 롯데시네마라는 전국적인 멀티플렉스를 갖추고 있고, 쇼박스 역시 계열 멀티플렉스인 메가박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NEW의 높은 점유율은 더 이례적이다.

NEW가 배급한 영화 '감시자들'과 쇼박스가 배급한 영화 '미스터 고'.

영화 배급사는 마케팅을 포함해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거나 TV에 방영될 때까지 유통 전반을 담당한다. 영화 제작사가 작품을 내놓는 제조업체라고 본다면 배급사는 이 작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유통사인 셈이다. 대형 멀티플렉스가 보편화된 지금의 영화 환경에서 배급사가 영화 흥행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멀티플렉스를 갖춘 배급사는 많은 상영관을 확보해 단기간 많은 관객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급망 만으로 영화의 흥행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결국 영화의 흥행을 결정하는 것은 좋은 작품과 이를 선택하는 배급사의 능력에 달렸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멀티플렉스가 없는 NEW의 흥행은 의미가 크다.

배급사가 영화를 선택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시나리오가 작품 선택의 가장 일반적이지만, 감독과 배우의 조합이 좋거나 영화가 만들어질 원작이 특별한 경우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에 배급이 결정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영화 업계에서는 흔히 흥행을 예측하는 '감(感)'이나 영화계의 인맥·관계가 작품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라고도 말한다.

NEW가 작품 선택 시 가장 눈 여겨 보는 것은 시나리오다. NEW의 박준경 마케팅 부장은 "NEW의 강점은 모든 구성원이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인데, 구성원들은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검토한 후 결정 최종 단계에서는 대표부터 막내 직원까지 모두 의견을 교환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NEW가 선택한 영화는 유독 신인 감독의 작품이 많다. 올해 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몽타주'와 개봉을 앞둔 '숨바꼭질'과 '변호인들' 모두 감독의 데뷔작이다. 박 부장은 "NEW는 흥행 배우의 힘이나 감독의 명성보다는 시나리오 완성도를 가지고 영화를 선택하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흥행작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러진 화살'과 '피에타',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소재를 다룬 영화 배급에도 적지 않은 관심을 쏟는다.

업계에서는 NEW가 획일적인 흥행 코드를 일방적으로 따라가기보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따뜻한 스토리를 담은 작품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영화 시장에서는 수백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대작(大作)을 만들어도 흥행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NEW는 사이즈가 큰 거대 영화보다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작품을 선택한다. 경직된 수직 구조를 이루는 대기업 계열 배급사보다 빠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도 NEW의 장점이다.

2008년 9월 설립된 배급사 NEW는 쇼박스와 멀티플렉스 메가박스를 이끌던 김우택씨가 설립한 회사다. NEW는 2010년 '헬로우고스트' 등을 흥행시키며 처음 배급사 점유율 3위에 올랐고, 2011~2012년 각각 '그대를 사랑합니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의 영화를 내놓으며 주목 받았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한국 영화 사상 여덟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7번방의 선물'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고도 4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신세계'를 잇따라 흥행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쇼박스가 배급해 감시자들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미스터 고'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제작한 영화지만 흥행 면에서는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NEW가 하반기에 내놓는 '숨바꼭질'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 NEW가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등 대기업 계열 배급사를 물리치고 올해 처음 배급사 점유율 순위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