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주식시장에서 롯데제과 주식 1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신 부회장이 롯데계열사의 주식을 새로 취득한 것은 2003년 이후 10년 만이다.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2003년 이후 10년 만인 올해 300억원을 들여 롯데제과를 비롯한 계열사 주식을 산 바 있다. 롯데그룹은 "주가가 많이 떨어져 저평가됐다고 보고 주식을 샀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형제간에 모종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롯데제과는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이 6~8일 643주를 9억9700만원을 주고 샀다고 9일 공시했다. 이로써 신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은 3.48%에서 3.52%로 늘었다. 신동빈 회장도 지난 6월 100억2300만원을 들여 롯데제과 지분을 4.88%에서 5.34%로 늘린 바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 주식은 한때 200만원을 넘었다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며 "신동빈 회장이나 신동주 부회장은 이런 측면에서 주식을 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렇게 단순히 볼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신동주 부회장은 2003년 롯데칠성의 주식을 28억원을 주고 산 이후, 지금까지는 롯데 계열사 주식을 개인 돈으로 취득한 적이 없다. 신동빈 회장은 올 들어 개인 돈 300억원을 들여 롯데케미칼·롯데제과·롯데칠성의 주식을 사들였는데, 2003년 롯데제과 주식을 산 이후 10년 만에 처음 개인 돈으로 주식을 산 것이었다. 이에 따라, 형제간에 지분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또 최근 일본 닛케이신문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롯데가 6억명이 넘는 거대 시장인 동남아 개척을 목표로 현지에서 경영 수완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 롯데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대형마트 등을 출점하고 있는 반면, 일본 롯데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제과 공장을 최근 만들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한국은 신동빈 회장이, 일본은 신동주 부회장이 경영하는 구조로 돼 있다.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는 계열사끼리 얽히고설킨 순환출자 구조이기 때문에 신동빈 회장이나 신동주 부회장 한 명이 지분 구조의 절대적인 위치에 있지는 않다. 다만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을 지배하는 회사는 호텔롯데이며,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신동주 부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