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 등 올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실적은 ‘어닝쇼크’ 그 자체였다. 작년 상반기 4개 지주의 당기순이익은 5조1179억원이었으나 1년 만에 2조5262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저금리·저성장 기조에다 STX와 쌍용건설 등 한계기업들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의 여파 등이 실적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주력계열사인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전부 1%대로 떨어졌고 대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로 대손비용, 법인세비용 등이 불어난 것도 요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하반기 경영사정이 상반기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상반기 실적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상반기의 실적악화가 하반기에도 되풀이 된다면 올해 4대 금융지주사들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2조원 이상 줄어든 5조원 대를 간신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 상반기 순익 ‘반토막’…초라한 실적

2일 실적을 발표한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3583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63%(6096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며 초라한 실적을 나타냈다. 2분기 순이익은 작년보다 51.4%(1568억원) 감소한 1482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실적을 공개한 중소기업은행역시 상반기 순익이 468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0%(3126억원) 줄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KB금융(105560)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상반기 실적도 전년동기대비 30%~64% 급감했다.

KB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75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3%(5816억원) 감소했다. 2분기 순이익은 1635억원에 그쳤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1% 줄어든 것이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5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3.6%나 줄었다. 2분기 순이익도 2669억원에 그쳤다.

신한금융지주는 발표된 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상반기 순익이 1조원을 넘어 체면치레는 했다. 그러나 전년동기대비 29% 감소한 수치다. 2분기 순이익도 작년보다 12.1% 감소한 5553억원에 그쳤다.

주력계열사인 은행들의 NIM은 외환은행을 제외하고 전부 1%대로 떨어졌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잠정 집계한 국내 은행들 전체의 2분기 중 NIM은 1.88%로 전 분기보다 0.07%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09년 2분기에 1.72%까지 떨어졌다가 점점 상승해 2011년 1분기 2.38%를 기록했으나, 이후 9분기 연속 하락 추세다.

실적을 발표한 은행들 가운데 하나은행이 1.55%로 가장 낮았고 신한은행(1.74%), 우리은행(1.75%), 기업은행(1.92%), 국민은행(1.96%), 외환은행(2.14%) 순이었다. 은행 전체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1000억원)보다 48% 감소했다. 2분기 이자이익은 8조7000억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9000억원 줄었다.

◆ 만만치 않은 하반기 경영실적

금융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변수들로 인해 올 하반기 금융지주사들의 실적 개선도 안갯속이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축소되고 있으며 STX, 쌍용건설 등 부실사태 등으로 발생한 신규자금대출 등으로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쪼그라드는 수익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고액 연봉 잔치를 하면서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3분기부터 은행권 실적이 일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조선, 해운, 건설업종 등에서 추가 부실 가능성이 여전하고 가계부채 문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최근 소비자보호 강화 이슈가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금융사들이 예전처럼 ‘갑’의 위치에서 땅짚고 헤엄치는 영업을 할 수 있는 시대도 지났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은행경영연구센터장은 “STX 등 과거 부실이 있어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예년에 비해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 전망을 깔고 보면 현재보다 금리 수준이 올라 NIM이 회복될 수 있지만 속단하기 이르다”며 “기본적으로 저성장·저수익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은행을 비롯한 보험·카드·증권 등 전 금융권이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올해 4대 금융사의 순익은 5조원대를 간신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도 순익인 7조4000억원대보다 2조원이 넘는 순익 감소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순익은 5조6169억원으로 추정됐다.

금융지주사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 NIM 하락으로 이자수익이 줄어든데다 수수료 인하와 환손실로 인해 비이자 수익이 줄어들었고 대기업 구조조정 대손충당금 부담도 상당했다”며 “하반기에 금융지주사들이 경영개선에 총력전을 펼치지 않는다면 상반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실망스런 결과를 가져올 것”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