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민들의 체감물가는 두 배 이상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1%대 물가상승률을 근거로 '물가가 안정된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체감물가와의 괴리는 점차 확대돼 국민들이 좀처럼 실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31일 발표한 '물가보고서'에서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체감물가)과 소비자물가 상승률과의 격차가 2011년 하반기 0.0%포인트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1.8%포인트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작년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체감물가는 3.5%에 달했던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말 4%를 상회하다가 올 들어 1%대 초반 수준까지 급락한 반면 체감물가는 같은 기간 4%대 초반에서 3% 내외로 천천히 떨어졌다.

한은은 체감물가가 실제 물가에 비해 천천히 하락하는 이유로 ▲국민들의 과거지향적 물가인식 ▲농축수산물, 석유류 가격 상승 ▲물가국면에 따른 민감도 차이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은 체감물가에 대해 답변할 때 과거 20개월 직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하기 때문에 현재 물가와 동떨어진 답변이 나올 수 있다. 예컨대 현재 소비자물가가 1%대로 안정된 상황일지라도 1년 전 국제유가 급등으로 소비자물가가 4%까지 오른 경험이 있다면 국민들은 체감물가를 높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또 가까운 시기에 농축수산물, 석유류 가격이 상승한 경우 국민들이 이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체감물가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수산물, 석유류는 국민들이 거의 매일 구매하는 품목으로 중요하게 고려하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계산할 때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지 않다.

아울러 계량분석 결과, 국민들은 물가상승에 비해 물가하락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이후 물가상승률이 확대되는 시기에는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과 격차가 거의 없는 반면 둔화될 때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더디게 움직여 두 변수간 격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편, 한은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물가여건과 관련해 "수요측면에서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수준과 명목임금 상승, 공급 측면에서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 농축수산물가격의 오름세로 인해 소비자물가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