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6월말 기준으로
29일 금융위원회와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 STX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에 빌려준 돈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면 부실채권액이 약 3조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최근 성동조선과 STX조선해양등 자율협약(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을 맺은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6월말 재무제표부터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도록 지시했다.
수출입은행의 부실채권액은 3월말 5000억원에서 불과 3개월 사이 6배로 늘게 됐다. 부실채권액을 총 대출로 나눈 부실채권비율은 3월말 0.55%에 불과했지만 부실채권액이 3조원으로 늘면 3.3%로 급증한다. 여기에 기업들에 제공한 2조1000억원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까지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면 부실채권비율은 5.2%까지 치솟는다.
RG는 조선업체가 선박 제작 도중 파산하면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주겠다는 보증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RG도 부실채권으로 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RG에 대해서는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라는 언급이 없었다"며 "지금까지 RG는 정상 여신으로 분류해 왔기 때문에 부실채권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부실채권비율이 급증하면 수출입은행의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현재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신용등급을 적용받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실채권비율이 급등하면 수출입은행의 표면적인 금리는 국가신용등급을 적용받아도 신용평가기관이 내부적으로 산정하는 등급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경우 수출입은행이 발행하는 외채의 금리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추세라면 수출입은행의 BIS 비율도 10% 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3월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은 9조1000억원, 위험가중자산은 86조7000억원으로 BIS 비율은 약 10.5%다. 국내 은행들의 BIS 비율 평균은 14%로 국내 18개 은행 중 수출입은행 비율이 가장 낮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은행이 건전하다는 뜻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충당금을 적립하면 그만큼 이익잉여금이 줄면서 자기자본도 감소하기 때문에 BIS 비율이 줄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다른 조건이 같다고 전제할 경우 충당금을 1조원 쌓게 되면 자기자본이 8조1000억원으로 줄게 되고 BIS 비율은 9.4%로 줄게 된다.
기업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연말쯤 수출입은행의 BIS 비율이 다시 오르고 부실채권 비율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단 출자전환 등을 통해 기업 재무구조가 좋아지고 수익 모델을 갖추게 되면 부실채권을 다시 정상채권으로 바꿀 수 있다"며 "정상채권이 되면 채권단의 건전성도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