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기관 개편 작업의 중심에 있는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성동조선과

STX조선해양등 자율협약(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을 맺은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6월말 재무제표부터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재조정해 창조금융 등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지만 대규모 적자가 예상됨에 따라 차질이 우려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이 올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이 약 1조원 이상으로 추산돼 1조원 안팎의 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작년 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조선산업에 대한 대출잔액은 약 21조원으로 이 중 자율협약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기업에 대한 대출잔액은 성동조선 2조1919억원, STX조선해양 8256억원, SPP조선 8207억원, 대선조선 4380억원 등 총 4조2761억원이다. 여기에 STX엔진, STX중공업 등 자율협약을 체결한 조선 관련 STX 그룹에 대한 대출까지 합하면 총 대출잔액은 5조7224억원이 된다.


 
수출입은행이 이들 기업에 대한 대출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해 채권액(담보자산 제외)의 20%를 충당금으로 적립한다고 가정하면 총 충당금은 약 1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말 148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에 단순 계산하면 올해 약 1조원의 순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수출입은행은 이미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했기 때문에 추가로 적립할 충당금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조선업과 같은 중점 지원 사업은 충당금을 넉넉하게 쌓아두고 있다”며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신규로 적립할 충당금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올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STX 그룹에 총 3조원 이상을 대출해준 산업은행은 추가로 지원금액까지 감안하면 수천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여기에 3년전 인수한 대우건설##주가가 인수 당시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져 대우건설에서만 올해 1조6000억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2010년말 대우건설 지분 약 51%를 주당 1만5000원씩 총 3조2000억원에 매입했지만 현재 주가는 7500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산업은행은 매년 1조원 안팎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1조원 안팎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하면 정책금융공사의 무수익 자산을 가져와야 해 매년 5000억~6000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하면 연간 4600억원의 이자손실이 발생하고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약 1.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