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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財 북리뷰]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이현승 기자

  • 입력 : 2013.07.07 17:23

    [經-財 북리뷰]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샘 피지개티 지음ㅣ이경남 옮김ㅣ알키ㅣ600쪽ㅣ2만4000원

    작년 금융사 직원의 평균 연봉은 7000만원이었다. 업종별 연봉이 가장 낮은 여행업(3084만원)의 두 배를 넘는다. 하지만 여행업 종사자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지난 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내년 최저임금은 사상 처음으로 5000원을 넘었지만, 600만명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대다수는 이런 혜택에서 소외돼있다.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132만원으로 연간 1584만원 남짓. 금융사 직원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우리나라에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고착화돼가는 듯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분위 분배율은 10.5배를 기록, 34개 회원국 중 9위였다. 10분위 배율은 최상위 10% 가구의 평균 소득과 하위 10%의 평균소득간의 격차로 숫자가 클수록 소득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보다 불평등도가 심한 국가는 미국, 일본, 멕시코, 칠레 등 8개국에 불과했다.

    이 책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가 현재 대한민국에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래서다. 저자이자 노동전문기자인 샘 피지개티는 전세계에서 소득불평등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미국에 ‘중산층 황금기’가 도래했던 1950년대 전후를 조명하고,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다소 과격한 방법을 제시한다.

    피지개티에 따르면 1950년대 전후 미국은 '중산층 황금기'였다. 미국의 극빈층은 1936년 전체 가정의 68%에 달했지만 1960년에 23%로 줄었다. 1928년 대공황 이전 상위 1%의 슈퍼리치들은 전체 국민소득의 4분의 1을 소유했지만, 1950년대 이들의 몫은 10분의1로 줄었다. 집을 소유한 사람도 1940년대 44%에서 1960년대 62%로 늘었다. 경제학자 스튜어트 체이스는 1960년 "우리는 집단적 빈곤을 몰아냈다"고 말했다.

    중산층 황금기는 정부가 부자들에게 높은 세금을 매기면서 시작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인 중 어느 누구도 세금을 내고 난 후 한 해 2만5000달러 이상의 순 소득을 가져가선 안된다"고 못박는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이었던 시절 세금 최고구간의 소득세율은 90%를 넘었다.

    그러나 황금기는 끝났고 부자들의 논리는 또다시 힘을 얻었다. 소득불평등보다 경제성장이 더 중요한 이슈가 됐고, 분수효과(저소득의 소비증대가 전체 경기를 부양)보다 낙수효과(부유층의 투자·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이끔)가 인기를 얻게 됐다.

    이 시점에서 피지개티는 최고 소득세율 90% 정책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신 최저임금을 묶자고 제안한다. 그는 "불평등한 사회에 사람들은 감옥에 갈 확률이 5배나 높고, 비만에 걸릴 확률은 6배나 높다"면서 "'연대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7%대 성장이나 낙수효과를 믿지 않는 국민들에게 새 정부는 고용률 70%를 내밀었다. 성장 일변도였던 전 정부와 선을 긋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간제 정규직 일자리'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이 마음에 걸린다. 또 고용은 성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은 성장률에 목매는 정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부자와 빈자가 함께 잘사는 ‘중산층 황금기’가 우리나라에 찾아올 수 있을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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