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2010년 미국에서 가속페달 결함 차량 230만대를 리콜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회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받던 도요타는 연구개발(R&D) 투자 증대라는 정공법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2011년에 도요타는 전년보다 16% 늘어난 99억달러(약 10조원)를 R&D에 쏟아부었다. 2012년 도요타는 결국 세계 1위를 재탈환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R&D를 생존 문제로 인식하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 선두권 기업뿐 아니라 막대한 시장을 무기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중국 IT기업 화웨이(華爲)는 지난해 스웨덴 에릭슨을 꺾고 세계 최대 통신장비 기업으로 올라섰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화웨이의 급성장 비결은 과감한 R&D 투자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액의 13%를 넘는 48억달러를 R&D에 쏟아부었다. 전 직원 15만명 중 절반에 가까운 7만명이 R&D 인력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독일의 보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쓴 2009년에도 R&D 투자를 늘렸다. 보쉬는 매년 매출의 7~10%를 R&D에 투자하고 R&D 관련 인력을 1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덕분에 보쉬는 전 세계 클린 디젤 부품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R&D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보다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선정한 2010년 세계 R&D 투자 상위 1400대 기업에 미국은 487개, 유럽 400개, 일본 267개 기업이 포함됐지만, 한국은 25개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