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기 앞당겨 판매… 장마에 강한 수박까지 개발

조선일보
  • 김진 기자
    입력 2013.06.24 03:07

    [기업 매출 좌우하는 '날씨 마케팅'… 생산·진열도 조절]

    건설·에너지·보험 분야에서도 원자재 구매·판매 전략에 활용
    비용 절감 효과도 있어 "경제와 숙명과도 같은 관계"

    LG패션은 올해 날씨 변화가 심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의 간절기용 탈부착 점퍼 물량을 15% 늘렸다. 봉달이명품 김밥전문점은 일 최고 기온 30도 이상 열대야 예보가 있을 때 상하기 쉬운 시금치 대신 오이와 부추를 사용한다. GS샵CJ오쇼핑 등 홈쇼핑업체들은 여름철 습도에 따라 무더운 폭염이 올 때는 에어컨을, 장마철에는 제습기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워 판매한다. 이마트는 무더위가 찾아올 경우 초밥 등 온도에 민감한 상품의 진열 시간을 6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인다.

    날씨는 이미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날씨에 따라 생산과 판매 품목, 상품 진열까지 조절한다.

    ◇기업 매출 좌우하는 날씨 마케팅

    날씨 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욕구와 구매 행태 변화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기업의 수익과도 직결된다.

    여성들이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장마철에 대비해 제습기를 고르고 있다.(왼쪽) 장마철을 맞아 지난 20일부터 비와 관련된 제품을 30% 할인 판매하는 아웃도어 업체 블랙야크 모델 한효주가 방수 재킷을 입고 비를 맞고 있다.(오른쪽
    여성들이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장마철에 대비해 제습기를 고르고 있다.(왼쪽) 장마철을 맞아 지난 20일부터 비와 관련된 제품을 30% 할인 판매하는 아웃도어 업체 블랙야크 모델 한효주가 방수 재킷을 입고 비를 맞고 있다.(오른쪽) 유통·패션업체 등 기업들은 최근 날씨 변화에 따라 판매 제품과 시기, 수량 등을 달리하는 날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블랙야크 제공.
    실제로 롯데홈쇼핑은 올해 더위와 장마가 일찍 찾아오고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기후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해 제습기를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이르게 판매한 결과 지난 13일 총 주문 금액 307억원, 시간당 매출액 23억이라는 창사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크린토피아는 소비자들이 세탁물을 잘 맡기지 않는 장마철에 가죽과 모피 등 의류를 저렴하게 세탁하는 행사를 펼쳐 매출이 평년의 2배 이상 증가했다. 제일모직의 남성 의류 브랜드 '빈폴맨즈'는 2010년 이상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겨울 의류를 기획해 외투 매출이 65%, 패딩코트는 94% 증가했다. 이처럼 날씨 마케팅 효과는 다양한 사례로 증명된다.

    최근엔 마케팅 부문에서만 날씨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 의사 결정 단계에서 날씨로 인한 위험 요소를 줄이거나 경영 효율을 높이는 '날씨 경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유통·건설·에너지·의류·보험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원자재 구매와 판매 전략 수립, 신제품 개발, 재고관리, 제품 진열 등 다양한 활동에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여름에 비가 많이 와 수박의 당도가 떨어지자 장마에 강한 수박을 개발한 이마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마트는 여름철에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수박이 우리나라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줄어들자 2009년 세계적인 종묘회사인 '누넴'에 한국 기후에 맞는 수박을 개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진호 팀장은 "올해도 비가 많이 내리고 열대야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흑피 수박 판매 물량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기상재해가 증가하면서 날씨는 기업의 위기관리와도 직결되고 있다. 태풍과 폭염, 혹한 등이 극성을 부리면서 날씨가 기업 존폐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 반기성 기상사업본부장은 "경제와 날씨는 이제 숙명과도 같은 관계"라고 말했다.

    ◇비용 절감에도 날씨 경영이 효자

    날씨 경영은 경영 전반의 위험을 줄이며 비용 절감 효과를 내기도 한다. 삼천리도시가스는 날씨 영향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해 도시가스 구매량과 판매 단가 결정 등에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유지보수 비용을 연 128억원 절감했다. 편의점 CU도 날씨 정보에 따라 권장 주문량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큰 효과를 봤다. 삼각김밥처럼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의 폐기량을 40% 줄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도 2009년 전 항공 노선의 날씨를 파악하는 종합통제센터를 설립해 회항 횟수를 1만편당 7~11회에서 4~6회로 줄이면서 예산을 60억원 줄였다.

    해외에서도 날씨 마케팅은 중요한 경영 기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 패션업체 유니클로는 겨울철 발열 내의와 여름철 냉감 소재 의류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대표적인 기업. 2001년에는 가을과 겨울 사이 간절기가 길어질 것이란 기상예보에 따라 얇고 포근한 폴라폴리스(구김이 없고 내열성이 좋은 소재) 점퍼를 생산한 결과 보름 만에 1500만장이 팔려나가기도 했다. 미국 곡물 유통업체 카길은 독자적으로 기상위성을 운영하면서 전 세계 식량 지대의 농작물 상황을 살펴본 뒤 이를 분석해 식량 생산을 예측하고 있다. 일본 '벚꽃보험'은 봄철 날씨가 나빠 벚꽃이 제대로 피지 않으면 택시를 타는 고객이 줄어들까 봐 걱정하는 택시 기사를 위한 상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아웃도어 업체 EMS가 10월에 겨울용 활동복 세일을 알리는 메일을 수십만장 보냈다가 늦가을인 11월 내내 더운 바람에 광고비만 쓴 것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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