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사이에 때아닌 감정싸움이 붙었다. 며칠 사이에 두 회사가 새로운 성능을 앞세운 신차를 잇달아 내놨는데, 상대방 회사 제품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싸움은 기아차가 걸었다. 기아차는 20일 '더 뉴K5'를 출시하면서, 먼저 나온 SM5 터보모델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평가했다. 정선교 기아차 국내상품팀장은 이날 서울 광진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시승 행사에서 "성능에 비해 SM5 터보(TCE) 모델은 고가(高價)"라며 "(성능이 좋은) 더 뉴 K5 터보 가격이 상당히 낮게 출시돼 상대가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SM5 TCE의 최고 출력은 192마력, K5 터보는 271마력이다.
르노삼성은 지난 3일 기존 SM5 차체에 2.0L(리터) 엔진 대신 1.6L엔진을 얹으면서도 출력과 연비를 높인 TCE 모델을 2710만원에 출시했다. K5 터보(2.0L)는 종전보다 55만원 싼 2795만원에 나왔다.
기아차의 공격에 르노삼성 측은 즉각 반발했다. 르노삼성은 보도자료를 내고 "SM5 TCE는 엔진 배기량이 작아졌음에도 출력이 높아졌고, 연비는 K5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차의 개발 콘셉트 자체가 효율성을 추구한 것인데, 무조건 배기량이 높고 파워가 세야 비싸게 팔 수 있다는 논리는 오만한 행태"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점유율이 30%대인 기아차가 한참 뒤처지는 르노삼성을 걸고넘어진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올 들어 5월까지 국내 중형세단 3총사 중 쏘나타는 3만9015대, K5는 2만2371대, SM5는 1만2539대가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