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나를 위해 먼저 쓴다"… 5060(50~60대), 소비시장 큰 손으로

조선일보
  • 오윤희 기자
    입력 2013.06.19 03:08

    20~30대보다 구매력 좋고 자신 위한 소비·투자 안 아껴
    홈쇼핑 고가 상품 구매자, 50~60대가 절반 이상 차지
    고령화 시대 시장 급성장… 유통업계 발빠른 마케팅 경쟁

    올해 국내 음반시장에선 일대 이변이 일어났다. 만 63세를 맞은 가수 조용필이 10년 만에 내놓은 앨범 '헬로(Hello)'가 발매 2주 만에 11만장을 돌파하더니, 지금까지 총 20여만장이나 팔려나갔다. 음반 시장이 디지털로 재편되면서 CD 앨범은 1만장만 팔려도 '대박'으로 꼽힌다. 조용필의 새 앨범을 올 상반기 '빅히트 상품'으로 만든 건 조용필과 동시대를 호흡했던 중장년층 소비자들이었다.

    불황에도 탄탄한 구매력을 가진 50~60대 중장년층을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주요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시니어 고객들이 옷을 고르는 모습
    불황에도 탄탄한 구매력을 가진 50~60대 중장년층을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주요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시니어 고객들이 옷을 고르는 모습. /롯데백화점 제공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킨 주역도 50~60대들이었다. 정권 교체 위기감에 똘똘 뭉친 50~60대는 20~30대보다 11~13.5%포인트나 높은 투표율을 보이며 투표장으로 몰려갔다. 자기주장을 크게 내세우지 않고 침묵하는 다수로 있었던 50~60대가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문화 부문에서 강력한 파워를 보여준 50~60대는 최근 소비시장에서도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오랜 불황으로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지만 탄탄한 구매력을 가진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새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강력한 소비 주체로 떠오른 중장년층

    50~64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 그래프
    GS샵은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50대 이상 고객을 위한 전용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했다. 기존 홈페이지보다 글자 크기를 키우고, 상품 사진을 2배 정도 확대했다. 이름부터 '오십 대부터 시작하는 아름답고 후회 없는 삶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쇼핑몰'에서 한 글자씩 딴 '오아후'로 지었다.

    GS샵 조인찬 팀장은 "구매력이 좋은 50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인터넷 쇼핑 진입 장벽을 확 낮췄다"고 말했다. 오픈한 지 아직 두 달이 채 안 됐지만, 불경기 속에서도 매출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가 액티브 시니어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이들이 20~30대보다 구매력이 좋은 데다, 과거와 달리 자신을 위한 소비와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의 소비력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바로 아웃도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지난 5~6년간 불경기 속에서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엔 바로 액티브 시니어가 있었다.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최근엔 아웃도어 시장 경쟁이 심해져 업체마다 20~30대 젊은 층 신규 고객을 포섭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고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중장년층"이라고 말했다.

    가정과 자녀를 우선시하는 중장년층이 자신을 위한 투자엔 소극적이란 것도 이젠 옛말이 됐다. 작년 CJ오쇼핑에선 고가(高價)의 럭셔리 상품 구매자 가운데 50~60대 비중이 50%를 넘었다. 작년 연말 현대홈쇼핑에서 판매한 고가의 '스위스 밀리터리 방한부츠'는 20~30대가 주고객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50~60대가 총 구매자의 70%를 넘었다.

    그동안 중장년층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판매 동향을 보면, 소비시장에서 액티브 시니어의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 금방 확인된다. 소셜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작년 50대 이상 고객층의 매출 비율은 3.83%에 그쳤지만, 1인당 객단가에선 50대 고객이 12만7432원으로 주요 고객인 20대(8만3193원)와 30대(11만2644원)를 앞질렀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한 시니어 산업

    현재 국내 50대 이상 인구는 이미 총인구의 약 14%에 이른 상태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진 점을 감안하면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시장 역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유통업체들은 이들을 겨냥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작년 말 중장년층을 겨냥한 요실금 팬티를 출시했다. 저출산으로 영유아 용품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소비층을 잡기 위한 시도였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약 9개월간 무료 체험행사에 10만명이 넘게 몰려들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문수진 이사는 "흔히 노인용품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 요양용품을 떠올리지만, 활발하게 활동하는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제품을 강조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50~70대를 겨냥한 화장품과 스마트폰 조작을 힘들어하는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폰 골무' 판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은 일명 '뱃살 제거 청바지'라 불리는 중장년 겨냥 체형 보정 청바지 브랜드 'NYDJ(Not Your Daughter's Jeans·딸의 청바지가 아니에요)'를 입점했다. 배가 덜 나와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이미 보유 물량의 70% 이상을 판매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주현 선임상품기획자는 "체형 보정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젊은 층이 즐겨 입는 스키니진(몸에 딱 붙는 청바지) 형태라서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자 하는 중장년층이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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