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공업벨트의 거점은 군산 국가산업단지다. 전북 최대 공업단지인 이곳엔 현대중공업과 한국GM, 두산인프라코어, 세아제강, OCI 등 5개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군산1·2산업단지, 자유무역지역 등 3곳에 있는 기업체는 모두 571개(지난 3월 기준). 총 1만8000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액은 10조3000억원으로 전북 지역 전체 생산액의 30%에 육박한다.
대우자동차(현 한국GM) 흥망과 함께 웃고 울었던 군산공단은 2007년 세계 1위 조선 업체인 현대중공업이 들어서면서 새 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작년부터 조선(현대중공업), 태양광(OCI), 철강(세아제강), 자동차(한국GM) 업종 불황이 겹치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소 협력업체들이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군산공단은 5년 전 분양이 100% 이뤄졌지만, 경기 불황으로 땅을 놀리는 곳이 적지 않다.
2011년만 해도 가동률 95%를 기록했던 군산1공단은 지난 4월 69%로 떨어졌다. 군산 2공단 가동률도 지난 연말 60%까지 급락했다. 군산 지역에 산업용 가스를 공급하는 배흥산업가스 김성주 상무는 "그동안 조선이 저조하면 자동차가 잘되는 식으로 서로 보완이 이뤄졌는데, 요즘은 모두가 어렵다"고 했다.
◇급증하는 전북 지역 법인 파산
전북지역의 법인 파산건수도 급증세다. 2011년, 2012년 각각 19건이었던 전북 지역 법인 회생 신청은 올해 벌써 15건이나 접수됐다. 2011년 2건이던 법인 파산 사건도 지난해 12건으로 급증하더니 올해도 벌써 9건이 접수됐다.
현대중공업 납품 업체인 대경중공업은 올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한때 직원 200명에 매출 150억원을 올리던 회사였지만 납품 물량이 줄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 회사 공장 터(3만3000㎡)는 현재 다른 회사가 쓰고 있다.
그나마 상황이 낫다는 납품 업체인 KB플랜트도 어렵긴 마찬가지. 권순돈 이사는 "요즘 은행 돈 빌리고 보증서 떼러 다니느라 바쁘다"고 했다. "군산에도 서울보증기금 사무소가 있지만, 워낙 많은 회사가 쓰러져서 여기선 보증서를 끊기가 힘들어요. 전주나 서울까지 가야 합니다."
한국GM의 한 협력업체 사장은 "지난주에 직원 5명을 내보내 현재 40명 남았는데, 앞으로 더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했고, 현대중공업 K협력업체 사장은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는 곳이 많다"고 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은 "대기업 유치로 부러움을 샀던 군산시가 이젠 휘청거리는 지역 경제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며 "공장 경영 악화가 지역 내 골목 상권과 소상공 업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 불황…대불공단도 직격탄
대불산업단지(전남 영암군)는 전남 서남권의 대표적 공업 지역이다. 이곳도 전체 입주 기업의 73%를 차지하는 조선업체들이 글로벌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 대불공단 내 휴폐업 업체는 11개(한국산업단지). 작년 한 해 동안의 휴폐업 업체 수(9개)를 벌써 넘어섰다. 1분기 생산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줄었다.
조선업계 수주 감소는 인력 감축으로 이어져 20~30%씩 직원을 줄이는 업체가 허다하다. 대불공단 고용 인원은 작년 1분기 8091명에서 올 1분기 7842명으로 3% 줄었다. 하지만 일용직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력까지 포함하면 감소 비율은 10~20%를 넘을 것이라는 게 지역 업체들 추산이다.
이곳에서 60명 규모의 조선부품업체를 운영 중인 박모 사장은 "주변의 상당수 협력업체가 직원 임금은 물론 4대 보험료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 조선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중소 조선부품업체들의 어려움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