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나 찾던 매립지가 마천루로…마린시티의 시작은

조선비즈
  • 김참 기자
    입력 2013.05.29 16:43 | 수정 2013.05.29 18:33

    매립지에 불과했던 부산 수영만 일대. 개발이 중단된 매립지에는 물이 고이면서 호수가 만들어졌다. 철새들이나 찾아오는, 갈대가 무성한 사실상 버려진 땅이었다. 2003년쯤 이 땅을 야금야금 사들이는 사람이 있었다. 주변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미쳤다고 손가락질했다.

    "저 땅은 왜 사는 거지? 망하려고 작정을 한 게 틀림없어."

    조그마한 부산의 건설사를 운영하며 쌓아둔 돈 전부를 매립지에 쏟아 부었다. 일생일대의 승부를 건 것이다.

    그 뒤로 9년. 그는 두산건설과 함께 주거용 빌딩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두산위브더제니스를 올렸다.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총 1788가구에 80층과 75층, 70층 규모의 주거타워 3개동과 판매시설과 업무시설로 이뤄진 초고층 주상복합단지다. 두산위브더제니스의 성공 이후 이곳에는 아이파크 등 고층 빌딩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다.

    '부산의 맨해튼' 불리는 마천루의 시작은 그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서 시작됐다. 이제 부산 수영만 매립지 일대는 마린시티로 불린다. 대원플러스건설의 최삼섭 회장 이야기다.
    최삼섭 회장

    광안대교 옆으로 초고층 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곳이 마린시티다. 최 회장이 수영만 일대의 매립지를 사들인 이유는 부산 최고의 입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광안대교가 완공되면서 교통이 편리해지고, 좌로는 해운대, 우로는 광안리의 백사장이 펼쳐진 이곳을 부산에서 가장 핫(hot)한 지역으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또 주변에 요트경기장과 호텔들이 한데 모여 있다는 점도 그에게는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최 회장의 생각과 달리 시작은 쉽지 않았다. 인허가가 계속 늦어지면서 금융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부담이 됐다.

    "하루 이자로만 6000만원씩 날아갔습니다. 다들 회사들도 우리가 망할 것으로 봤죠. 그런데 어차피 인허가가 계속해서 미뤄질 것으로 보고, 토지 매입비용 1200억원 이외에 추가로 500억원을 마련해둬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5년여의 기다림 끝에 부산시 허가가 났다. 이후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또 하나의 난관에 부닥쳤다.

    최 회장이 부산시 허가를 받자 현대산업개발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바로 옆에 아이파크가 비슷한 시기에 분양에 나서면서 브랜드 파워 경쟁이 불가피해진 상황. 시공을 맡은 두산건설로선 신경 쓸 일이 하나 늘어난 셈이다. 비슷한 입지에서 공급이 겹칠 경우 수요가 분산돼 분양률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전경

    그러나 최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분양에 성공할 것이라 자신했다. 5년간 계속된 설계 작업을 거치면서 경쟁사의 아파트보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은 두산위브더제니스의 경우 설계 디자인 측면에서 국내 최고를 지향했다고 강조했다. 돈이 많이 들더라도 주거 목적의 빌딩인 만큼 최대한 고객입장을 반영해 설계했다는 것이다. 서울의 타워팰리스 등을 수차례 찾아가 장단점을 분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덕분에 조경수와 인공폭포, 분수 등 조경 면에서도 다른 주상복합아파트보다 신경을 쓴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들어설 입지에 대한 믿음도 여전했다. 다행히 두 아파트 모두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쳤다. 실제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사전분양을 통해 단번에 60% 이상 분양 성적을 냈다.

    운도 따랐다. 지난 2010년 두산위브더제니스의 바로 옆 주상복합건물인 우신골드스윗에 화재가 발생해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던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또 지하에서 생각지도 못한 해수 온천이 터지면서 온천을 테마로 한 웰빙 아파트로도 부각됐다.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조경

    "분양시기에 우신골드스윗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고층아파트에 대한 불신이 커졌던 상황이었죠. 두산위브더제니스의 경우 안전과 화재와 관련해 기준을 초과할 정도로 설계해 오히려 방송 등에서 홍보를 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분양에 성공하자 회사는 급성장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1140억원을 돌파해 부산 지역 기업 가운데 부산은행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최 회장은 현재 송정 해안가 일대에 한옥단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옥단지 주변에 한옥호텔과 주막 등 저잣거리도 조성해 관광지로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또 해운대 동백섬과 장산을 잇는 관광케이블카 건설과 1조원 규모의 초대형 주상복합단지 개발도 구상 중이다.

    "한옥마을과 같은 휴양형 주거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해 현재 추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옥 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꼭 통과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에게 회사를 부산에서 가장 주목 받은 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물어봤다.

    "저는 건설만 했어요. 간혹 망하는 건설사들은 본업 외에 다른 길로 빠지면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아는 것만 합니다. 흔히 시행사라고 불리지만 사실상 우리 회사는 프로젝트와 관련해 기획과 설계, 분양까지 모두 하는 디벨로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공사에 쉽게 휘둘리지도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욕의 배터리파크, 도교의 롯폰기힐스 등도 불경기로 인해 개발이 중단됐다가 전문 디벨로퍼가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성공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최 회장은 "해운대에서 시작한 꿈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는 손 꼽힐만한 랜드마크 개발 사업을 이뤄낼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