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빌딩클래식101]③근현대사의 현장,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입력 2013.05.04 09:30

아랫줄 가운데 구세실 주교 (좌)와 순교자 기념 조형물 (우)
대한서울성공회 대성당은 일제 강점기부터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이 됐던 역사 현장이기도 하다.

3·1 운동 당시 성공회 대성당은 만세 함성으로 가득찼다. 그리스도계 학생의 만세 운동 거점이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

한국 전쟁 중에는 주교를 비롯한 수녀, 사제들의 희생이 잇따랐다. 전쟁 와중에도 신앙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구세실 제4대 주교는 간첩 혐의로 체포돼 포로수용소를 전전하며 고초를 겪었다. 함께 포로로 끌려간 신부와 수녀가 극심한 추위와 기아로 목숨을 잃었다.

성당 안쪽 뜰에는 이들을 위한 순교자비가 마련돼 있다. 한국 전쟁 중 믿음으로 교회를 지켰던 여섯명의 순교자를 기념한 것. 성당 동쪽 제대 외벽에서는 총탄 자국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인민군이 퇴각하면서 기관총을 난사해 생긴 흔적으로 알려져 있다.

6월 민주항쟁 기념비석 (좌)와 주교관 전경 (우)
1970년대 군사 정권 시기에는 사제들이 잇따라 연행됐으며, 예배까지 방해받았다.

주교관 앞에는 6월 항쟁의 진원지를 기념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비석에는 “6월 민주항쟁이 이 자리에서 시작되어 마침내 민주화의 새 역사를 열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주교관은 군사정권의 탄압을 피해 재야 운동가와 지식인·정치인 등이 모여 결의를 다졌던 곳이기도 하다. 대한 성공회 선교 초기부터 주교 집무실로 사용됐고, 현재 서울 교구 주교가 사용하는 곳이다.

서울 중구 정동 3번지에 위치한 서울대성당 주변에는 대한성공회 성가수도회, 경운궁 양이재, 덕수궁, 서울특별시청, 주한 영국대사관, 서울특별시의회, 주한 미국대사관 등이 있다.

대성당 부지에는 경운궁 양이재를 비롯해 사제관과 성가(holy cross) 수녀원도 있다. 사제관을 포함한 다수의 성공회 성당 부속 건물들이 한옥이고 벽돌 건물과 한옥의 결합된 모습도 볼 수 있다.

양이재는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267호로 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원래 대한제국의 마지막 왕실 공사인 경운궁을 중건할 때 궁 안에 건립한 건물이었다. 궁 안의 황족과 귀족의 자재들을 교육하기 위해 설치한 근대식 교육기관인 수학원(修學院)으로 사용됐다.

성공회 서울대성당 옆의 한정식 전문 음식점 ‘달개비’도 눈에 띈다. 본래 달개비는 가회동 헌법재판소 근처에 있었으나 2009년 6월 서울 정동 성공회 부속 건물로 이사오면서 컨퍼런스 하우스(Conference House)’ 형태로 바뀌었다.

이 공간을 먼저 제안한 것은 성공회 측이었다. 외국에서 오는 성직자들이 잠을 자고, 회의를 할 만한 공간을 찾기 쉽지 않다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달개비는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회동지로도 유명세를 탄 바 있다.
과거 세실 레스토랑이었던 시절부터 있었던 나선형 계단에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6월 항쟁 당시 시위를 하는 모습 등의 사진이 걸려 있다. 민주화 세력의 사랑방으로도 애용됐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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