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빌딩클래식101]①광화문 대한성공회 서울 대성당

입력 2013.05.04 09:30 | 수정 2013.05.06 10:41

열 두 사도를 상징하는 기둥이 있는 1층 마리아 니콜라 성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시청 방면으로 걷다 보면 우측 샛길로 이탈리아나 프랑스 남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적색 지붕의 성당을 만날 수 있다. 분주한 광화문 사거리에서 불과 300m도 채 되지 않지만,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형형색색의 꽃나무가 다채롭게 식재돼 한눈에 시선을 잡아끈다. 평일 정오와 오후 6시에 울리는 저음의 종소리는 인근을 지나는 이들에게 경건함을 선사한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주교좌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에 한국 전통건축기법을 조화시킨 건물이다. ‘로마적(的)’이라는 뜻의 로마네스크 양식은 11~12세기 신성로마제국 때 서유럽 등지에서 유행했던 건축 양식이다. 두꺼운 벽으로 장중한 느낌을 주고 비잔틴 미술의 영향으로 반원과 로마스타일의 아치로 동양적 느낌을 가미한 것이 독특하다.

이 성당의 구조적 특징은 건축물 자체가 장십자형(Latin cross)으로 돼 있다는 것. 중앙 전면부를 중심으로 좌우로 날개를 펼친 형상이다. 중앙의 넓은 공간을 ‘신랑’과 ‘측랑’, 팔처럼 튀어나온 부분을 ‘수랑’이라고 부른다.

측면은 건물 전체의 높낮이를 달라 율동감이 느껴진다. 건물 중앙의 큰 종탑과 그 옆에 달린 2개의 종탑, 모서리에 소탑 8개가 생동감 넘치게 이어져 있다. 성당의 십자가 모양에서 가로 구조물은 둥근 아치 형태로 돼 있다. 벽돌과 돌을 이용했기 때문에 층고가 낮고 둥글둥글한 느낌이 든다.

건축물 전체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분류되지만, 건물 곳곳에는 한국적 요소가 가미돼 있다. 특히 대성당의 창문은 한국의 문창살 문양을 본떴고, 지붕은 진회색의 한국 기와와 S자로 구부러진 붉은 서양식 기와를 썼다. 지붕 끝은 한국의 처마처럼 섬세하게 처리됐다. 현재는 보수 공사 이후 대부분 일본 기와로 대체됐다.
성당 정면의 모자이크(좌)와 성당 측면 창문의 스테인드 글라스(우)
내부로 들어가면 단번에 황금색의 대형 모자이크가 눈에 들어온다. 비잔틴 양식의 색유리 모자이크 성화는 반돔형으로 윗부분은 예수 그리스도가 있고, 그 아래로 중앙에는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 왼쪽에는 순교자 스테판 이사야, 오른쪽에는 요한과 성 니콜라 주교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든 책에는 ‘나는 세상의 빛이다(EGO SUM LUX MUNDI·그리스어)’라고 적혀 있다. 이 성화는 국내에 도입된 모자이크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일 일대에 울려 퍼지는 종은 영국의 세인트폴, 리버풀 대성당의 종과 같은 종류다. 평일 정오, 오후 6시, 감사성찬례, 장례식이나 결혼식 때 타종이 이뤄진다. 현재까지 약 90년 넘게 매일 종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상 1층의 ‘마리아-니콜라 성전’에 들어서면 12사도를 뜻하는 12개의 기둥이 성당을 지지하고 있다. 아치를 받치는 기둥은 허리 부분이 가장 볼록하고 천장과 밑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배흘림 기법이 적용됐다.

정창진 신부는 “자세히 보면 앞의 돌기둥과 뒤쪽의 돌기둥 색이 다르다”며 “1926년 완성될 때는 설계 비용가 모자라 돌기둥 6개는 벽돌로 마감했고, 70년이 지난 후 재건 과정에서 추가로 6개 기둥을 더 세웠다”고 말했다.

오색 빛깔 무늬의 스테인드글라스(Staind glass)는 성당 내부를 좀 더 차분하게 한다. 1995년 성당을 증축할 때 유리미술가 심현지씨가 만들었다는 스테인드글라스는 창문 위치에 따라 조금씩 그 색이 다르다. 좌측 수랑은 청·백·적·흑·황색 등 한옥의 오방색을 썼다면 대제대 상부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떨기나무에 불이 피어오르는 형태와 강렬한 색감을 담았다.
파이프 오르간의 파이프 개수는 총 1450개로 1450개의 음을 낸다(좌), 지하성당으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우)
성당의 성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는 오르간 음악도 한몫한다. 성당 뒤쪽에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은 영국의 ‘해리슨&해리슨’사가 2년 10개월간 제작해 1985년 설치한 예배용 오르간이다. 2006년 8월 수랑에 있던 것을 현 위치로 옮겼다. 파이프 오르간은 20개의 음전과 1450개의 파이프로 맑고 풍부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다.

성공회 서울대성당은 점심때 직장인을 위한 문화 공간을 마련하고 오르간 음악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4~5월 매주 수요일 오후 12시 20분 ‘성공회 정오음악회’를 무료로 개최하고 있다. 매주 파이프 오르간이나 트럼펫, 피아노 등 독주회나 듀오 연주회를 연다.

지하로 내려가면 동굴 형태의 지하 성당이 나온다. ‘세례자 요한 성당’이라 불리는 이곳은 1920년 서울대성당을 건립한 제3대 마크 트롤로프(M.N. Trollope) 주교의 시신이 영구 안치돼 있다.

정창진 신부는 “원래는 서울 사대문 안에 왕이 아닌 다른 이의 시신을 안치하는 것이 금지돼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하에서는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동굴 같은 아늑한 느낌이라 주로 매일 아침저녁 예배인 성무일과를 드리거나 가족 친지들끼리의 모여 작은 장례식이나 예식 등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