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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건축가]⑩ 조재원, "건축, 소통에서 피어난 꽃"

  • 허성준 기자

  • 입력 : 2013.04.27 09:30

    조재원 01 스튜디오 대표
    조재원 01 스튜디오 대표
    26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길. 광화문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의 산책 행렬로 붐비는 이 길을 걷다 보니 창덕여중 맞은 편으로 고풍스러운 외관의 프란치스코회 수도원 교육회관이 보였다.

    소설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 著) 때문일까. 수도원이라는 단어에 어둡고 폐쇄적인 이미지를 떠올렸지만, 막상 프란치스코회 수도원 교육회관 앞에 가니 혼자 커피를 마시는 사람부터 낮은 담장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거리 풍경을 볼 수 있었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이곳은 그저 ‘지나치는 곳’이었다. ‘바오로의 딸’이란 서점이 있던 교육회관 한쪽에 전면 유리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카페가 들어서면서 프란치스코회 수도원 인근 풍경이 변했다. 프란치스코회 수도회가 직영하는 북카페 ‘산 다미아노(San Damiano)’는 문화기획자인 이선철 감자꽃 스튜디오 대표와 신성길 신부, 건축가 조재원 01 스튜디오 대표가 합작한 결과물이다.

    “프란치스코 수도원이 도심 한복판에 있는 이유는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세상 많은 이들과 만나 소통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수도원이 도심에 있는 의미를 살려 수도회 직영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곳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북카페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전면 유리로 개방감을 높였고, 외장재는 수도회 교육회관과 어울리도록 같은 소재인 벽돌을 썼다. 공연·모임·회의·출판기념회·피로연장 등 각종 모임이 가능하도록 공간·조명·동선을 짰다.” (조재원 소장)

    프란치스코회 수도원 교육회관 내에 있는 카페 '산 다미아노' 내부 전경./산 다미아노 제공
    프란치스코회 수도원 교육회관 내에 있는 카페 '산 다미아노' 내부 전경./산 다미아노 제공
    2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1-1에 자리한 01(공일) 스튜디오. 영화 ‘건축학개론’의 촬영장소로도 사용됐던 이곳은 조 소장과 더불어 건축 실무를 보는 동료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조 소장은 “2010년 제주 건축문화대상 주거부문 본상을 받은 단독주택 ‘플로팅 L’ 완공 이후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작업이 부쩍 늘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단독주택 작업 모형을 들어 보였다.

    “플로팅 L은 고모부부가 건축주여서 건축 부지를 찾는 것부터 설계·시공은 물론 준공 후 관리까지 모두 함께했다. 이 과정에서 나 스스로도 제주가 좋아졌다. 최근엔 제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내게 의논하러 많이 찾아오게 됐다. 머릿속 생각만 가지고 오는 분들이 많은데 이걸 현실화시켜가는 과정에 흥미가 있다. 제안을 받아 건물만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기획안을 실제화해나가는 과정에 가치를 둔다. 0(無)에서 최초로 무엇인가 발생한 결과물인 1(有)까지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설계사무소 이름도 01(공일)이다.”

    2011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을 받은 대구 동구의 ‘불로 전통시장 어울림극장’도 조 소장의 설계 방식이 잘 적용된 작품이다. 타사에서 낸 기존 설계안을 수용할 수 없었던 대구 동구청은 문화기획자와 조 소장을 불러 머리를 맞댔다. 조 소장은 불로 전통시장의 상인들과 손님들의 스타일, 동구청이 야외극장을 운영하고자 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취재·논의하면서 현 어울림극장의 설계를 마쳤다.
    대구 동구 불로시장 어울림극장 내부 전경./진효숙 사진작가
    대구 동구 불로시장 어울림극장 내부 전경./진효숙 사진작가
    “5일장이 열리는 불로시장 내에 들어서는 야외극장인 만큼 개방감을 더하기 위해 1층은 기둥만 세우고 무대와 관객석, 시장 거리를 터놨다. 대신 상인들의 사랑방이나 무대 준비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2층에 만들었다. 2층 가장자리를 돌아가는 회랑을 설치해 사람들이 회랑에서 공연을 즐길 수도, 사랑방으로 이동할 수도 있도록 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시장인 만큼 이 공간이 극장이라는 용도로 한정되지 않았으면 했다. 무대 장치 등은 최소화하고 주변과 어울리며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무엇이 필요하고, 시간이 지나면 또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를 적절하게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건축주의 필요와 개성, 주변 환경과의 유기적 관계에 주안점을 두는 조 소장은 현상설계는 하지 않는다. 현상설계는 정해진 조건을 해석해서 건축가가 스스로 창조적 해석을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


    대구 동구 불로시장 어울림극장 전경./진효숙 사진작가
    대구 동구 불로시장 어울림극장 전경./진효숙 사진작가
    “아이디어부터 디테일까지 건축주 혹은 주변환경과의 피드백(feed back)이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데로 ‘작품’을 풀어놓는 것은 개인적으론 좀 허무했다. 사람들 간의 아이디어가 실제 건축물로 완성되는 그 과정, 나는 그 과정을 문화로 보고 흥미를 느낀다. 외관으로 보면 경로당은 경로당이고, 극장은 극장이고, 카페는 카페다. 그러나 그 속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조 소장은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 즉 물리적 공간이 그 공간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리적인 공간이 프로그램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풍요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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