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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감자칩에 자꾸만 손이 가… 과자는 無罪?

  • 이영완 기자

  • 입력 : 2013.04.23 03:23

    [우리 몸속 천연 마약성분, 과자의 지방 탐닉 유도說]
    포장 따라 먹는 양 달라져
    두 번에 먹을 양 하나에 포장하면 한 번에 다 비우는 경향 있어
    낱개 포장 벗긴 초콜릿, 판매량 3배 이상 늘어

    "손이 가요, 손이 가~." 광고 노랫말처럼 과자 봉지를 뜯으면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왜 자꾸 과자 봉지로 손이 갈까. 궁금한 것은 소비자만이 아니다. 관심의 방향이 다르지만, 과자를 조금이라도 덜 먹게 해 비만을 예방하려는 과학자나, 과자를 하나라도 더 팔려는 제과업체들도 궁금해하는 사안이다.

    "천연마약이 과자 속 지방 탐닉 유도"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다니엘 피오멜리 박사팀은 2011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감자칩에 들어 있는 지방이 탐닉의 원인임을 밝혀냈다. 생쥐가 감자칩을 먹으면 그 안에 든 지방 때문에 장 위쪽 세포에서 일종의 천연 마리화나와 같은 화학물질을 분비한다는 것. 감자칩에 든 당분이나 단백질은 그런 효과가 없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혀가 지방을 맛보면 뇌로 신호가 전달된다. 뇌는 신경 다발을 통해 내장에 마약성분을 분비하도록 신호를 보낸다. 마약성분은 다시 소화물질을 분비시켜 포만감을 잊고 음식을 계속 먹게 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피오멜리 박사는 "초기 인류의 음식에는 세포 기능에 필수적인 지방이 턱없이 부족해 조금이라도 지방이 든 음식이 있다면 계속 먹도록 인체가 진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넬대 브라이언 완싱크 교수가 노란색 감자칩 사이에 끼어 있는 붉은색 감자칩을 가리키고 있다. 붉은색 감자칩이 섞여 있으면 일반 감자칩보다 먹는 양이 절반으로 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붉은색 감자칩이 과식을 막는 일종의 경고 신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코넬대 브라이언 완싱크 교수가 노란색 감자칩 사이에 끼어 있는 붉은색 감자칩을 가리키고 있다. 붉은색 감자칩이 섞여 있으면 일반 감자칩보다 먹는 양이 절반으로 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붉은색 감자칩이 과식을 막는 일종의 경고 신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미 코넬대 제공
    물론 반론도 있다. 최근 독일 연구진은 미국 화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생쥐에게 지방과 탄수화물 함량이 같은 생쥐용 먹이를 줘도 감자칩을 더 선호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생쥐용 먹이와 감자칩의 지방 함량이 같았지만, 생쥐의 뇌는 감자칩에 더 강한 반응을 보였다. 과자 봉지에 손이 가게 하는 지방 외에 또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어떤 요인인지는 밝히지 못했다.

    노란 감자칩 사이 붉은색은 과식 경고신호

    그렇다면 과자에 대한 탐닉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미국 코넬대 브라이언 완싱크 교수팀은 과자 색깔에서 답을 찾았다. 연구진은 대학생 98명에게 영화를 보면서 감자칩을 먹게 했다. 감자칩 중에는 노란색 감자칩 5~7개마다 붉은색 감자칩이 하나씩 섞여 있는 것도 있었다. 실험 결과 붉은색 감자칩이 군데군데 섞인 경우 일반 감자칩보다 먹는 양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또 붉은색이 섞인 감자칩을 먹은 학생들은 자기가 몇 개를 먹었는지 1개 정도 오차로 맞혔다.

    반면 일반 감자칩을 먹은 학생들은 실제 먹은 개수보다 13개 정도 적게 답했다. 일반 감자칩은 과식을 불렀고, 노란 감자칩 사이사이에 섞인 붉은색 감자칩이 과식을 막는 일종의 경고 신호가 된 셈이다. 연구진은 "여러 연구에서 사람들은 빈 접시나 그릇 바닥을 그만 먹으라는 신호로 여긴다고 알려졌다"며 "과자에도 비슷한 시각적 표식을 넣으면 과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낱개 포장 벗은 초콜릿, 판매량 3배 이상 늘어

    제과업체는 입장이 다르다. 어떻게든 과자에 가는 손을 멈추지 않게 해야 한다. 마트에 가면 대용량 포장의 과자가 많다. 무게로 따지면 작은 포장의 과자를 사는 것보다 가격면에서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보통 두 번에 먹을 양이라도 하나의 포장으로 돼 있으면 한 번에 다 비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단위 편견'(unit bias) 때문이다. 일정한 단위의 과제나 항목을 한 번에 끝내기를 원하는 경향으로, 특히 음식 섭취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미국 뉴욕시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16온스(454g) 이상의 탄산음료 판매를 규제하겠다고 나선 것도 단위 편견으로 인한 과다 섭취를 막기 위해서였다.

    미국 허시사도 소비자 심리를 파악하고 포장을 바꿨다. 이 회사 제품은 원뿔형 초콜릿 하나하나를 은박지로 포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낱개 포장을 버린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혼자 있을 때는 초콜릿 포장을 하나하나 벗기며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여럿이 있거나 운전 중에는 낱개 포장을 성가시게 여긴다는 점을 파악한 것.

    낱개 포장을 벗긴 초콜릿은 다시 잠글 수 있는 봉지에 넣었다. 운전 중에도 바로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러면 먹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낱개 포장된 미니 초콜릿 판매는 전년 대비 4% 성장에 그쳤지만, 낱개 포장을 벗긴 미니 초콜릿 판매성장률은 14%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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