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21일 서울대 근대법학교육 100주년 기념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전정신과 혁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은 강연에 참석한 한 학생이 제공했다.

(3)

빌 게이츠는 지난 21일 서울대학교를 찾아 창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혁신에 도전하라는 내용의 특강을 열었다. 다음은 특강 전문.

-전기공학과 교수: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특장점이 무엇인지 의견을 말해주실 수 있나요.

-빌: 소프트웨어 산업의 장점을 예전처럼 국가별로 따지기가 쉽지 않아요. 어떤 특정 국가에서 시작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있기는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같은 경우만 봐도 정말 글로벌하지 않나요? 마이크로소프트는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한 기업을 인수했고, 이제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단순히 규정짓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한국은 인터넷 보급이 상당히 이른 시기에 이뤄져서 혜택을 봤습니다. 한국은 TV콘텐츠, 미디어, 인터랙티브 게임 등 전반적인 부문에 걸쳐 혁신을 이뤘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서만 그치지 않아요. 과연 이런 혁신을 이룬 기업들이 글로벌 챔피언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단순히 한국 시장에서만 잘하는 기업으로 남을지, 다른 기업들에 인수될지 이런 과제들이 남아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혁신을 이뤘는데 정작 글로벌 무대에서 상용화하지 못하고 다른 기업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거구요.

하여튼 모든 혁신들은 전부 기술 진보에 기여하고 있고 지난 10년간 한국에선 혁신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혁신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크지 않다는걸 아셔야해요. 혁신을 세계 무대로 어떻게 가져가야할지에 대해 고민하셔야 합니다.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정말 좋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이제야 한국의 인터넷 보급 수준을 따라잡고 있는 것 같아요.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수는 미국 인구를 모두 합친것보다 더 많겠죠. (웃음) 우리(미국)가 절대 (사람수를) 그만큼 늘리지 못할테니까요. (웃음)

소프트웨어 기업에는 먼저 미국형 모델과 인도형 모델이 존재한다고 봐요. 미국형 모델은 자본주의가 적용된, 작은 벤처업체서 시작해서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형태죠. 인도형 모델은 서비스가 중심이 되는데, 이런 모델은 인도에서 성공적이었지만 서비스가 아닌 제품은 잘 만들지 못했어요. 세번째로 중국형 모델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 인터넷 기업들도 중국 내에서는 잘됐지만 안타깝게도 해외에서는 경쟁하지 못했습니다. 중국 밖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던거죠.

여러분도 소프트웨어의 혁신을 떠올릴때는 해외 무대를 생각해야합니다. 국내시장에서 시험을 거친 뒤, 어느 시장이 됐든지간에 해외의 큰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염두에 두세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강연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학생3: 저는 생물학 전공하는 학생인데요, ‘개인 게놈’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빌:유전체학(genmoics)은 현대 과학과 농학(agricultural science)의 기술 진보에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먼저 농업과학면에서 보자면 농작물들은 인체와 유전자 구조가 비슷하다는 점이 강점이었어요. 인체를 분석하는 헬스시장이 매우 발달되어있기 때문에 여기서 이미 개발된 기술이나 도구들을 농학에서 그대로 가져다가 농업 생산성에 응용할 수 있었거든요. 몇주전 중국에 세계 최대의 시퀀싱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베이징유전연구소(BGI)에 방문했는데, 대단한 일들을 하더라고요. 암에 대한 치료법이라든지, 암에 대한 새로운 연구 개발들이 진행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개인 게놈'에 대해서 아직 특정한 의견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만약에 제가 어떤 질병에 걸렸는데 저의 개인 유전자 지도인 '게놈'을 미리 알고 있다면 어떤 치료법을 쓸지 결정하는게 쉬워질 것같아요. 이런 방법은 수백만명의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데에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원자력 의학 전문 교수: 지열 에너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요?

-빌: 대체 가능한 에너지 자원은 많이 있습니다. 조류, 해상 풍력, 지상 풍력, 제트 풍력 등 많은데 지열 에너지는 그 중에 하나입니다. 지열 에너지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와 유한한 에너지의 중간정도에 있다가 보면 될텐데요,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에도 사실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와이, 옐로스톤 등이나 특별한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도 지열 에너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아요.

-학생4: 저는 남미경제에 대해 공부하는 국제관계학 전공 학생입니다. 평소에 집중이 안되거나 삶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때, 어떻게 극복하시나요?(웃음)

-빌: 저는 별로 그런 일이 없어서 잘 모르는데요, 저의 첫 직장인 마이크로소프트도 대단히 성공적이었고 참 감사하고 있어요.지금은 재단 일을 하면서 다양한 지역에서 세상을 바꾸는 프로젝트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물론 모든 일이 다 잘 되는 것은 아니죠. 예산 문제가 그렇네요. 요새 많은 부유국들이 공적원조에 대한 예산을 상당히 줄이고 있어요. 일본, 독일, 프랑스, 스페인 모두 최근에 예산을 줄였어요. 물론 한국, 영국, 호주처럼 예산을 늘리는 국가도 있어서 그게 상쇄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하여튼 지원국들의 예산 감소는 우리의 일에 네거티브한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무슨일을 하든지 분명 막다른 길에 도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개발한 말라리아 백신은 효과적이었지만 100%의 성공률을 보여주지는 못했고 에이즈 백신 역시 많은 사람들을 살렸지만 완벽하지 않았어요. 전체적인 흐름이 낙관적일때도 일부 부분에서는 흐트러지고 잘 되지 않을때가 분명 있기는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자면 저는 그럴때 책을 많이 읽고 DVD를 봐요. 혹은 테니스를 치고 브릿지(카드 게임)를 하기도 하고요. 자녀들과 대화도 많이 나누네요. 우리 애들의 고민거리는 저의 고민거리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주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거든요.

-학생5: 저는 창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저는 동물의 권리에도 관심이 많고 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충고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빌: 창업을 해서 직원을 고용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겁니다. 그리고 창업한 회사가 사회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업무를 하는것인지, 아니면 그 회사가 창출하는 서비스나 자원을 이용해 다른 분야를 통해 기여하게 될지를 생각해봐야겠지요.
일단 많은 선택권이 있을텐데 그걸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선택(pick)을 하고 딱 잘라버리세요(cut). 일단 선택을 해버리면 어떤 국가가 이걸 잘하는지, 어떤 재단이 있는지 다른 사람들의관심을 어떻게 끌지, 재정적인 것은 어떻게 끌어올지 이런 구체적인것을 파악할 수있죠. 많은 사람들은 선택의 기로에 왔을때 망설이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단 한 사람이 세상의 모든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할수는 없잖아요. 당신이 백신 개발을 선택하든지, 농업 생산성 연구를 선택하든지, 그 어느것 하나도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사실 동물의 권리 보호와 관련해서는 어떤게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학생6: 저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이두희 학생이고요, 저는 익명 강의평가시스템(snuev.com)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학생 99%가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우리 교수님들은 저를 싫어하세요. 전 또 ‘Snu Life’라는 서비스도 만들었습니다. 저는 창업을 하고 싶은데 전공 수업(course work)을 계속 들어야할까요.

-빌: 학생이 창업 성공에 자신 있다면 수업은 중요하지 않겠죠. 일반적으로 전공 학위를 따게 되면 창업에 실패해도 언제든지 취직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만일 학위를 따지 않았는데 창업까지 실패해버리면 취직이 어려워질수도 있다는게 일반적인 걱정인것같아요. 저도 하버드대 시절에 휴학을 했었는데, 언제든지 원한다면 다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해놓았죠. 학생도 그런식으로 잠깐동안 휴학을 할수있는지 모르겠네요. 일단 창업을 해보고 회사가 성공하면 그때 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실 대학이란 정말 소중하고 다시 오지 않을 시기인것같아요. 일단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사회로 진출해버리면 다시 학교에 돌아오기가 쉽지 않거든요. 젊음을 즐기고 무궁무진한 다양성이 있는 공간이란 흔치 않죠. 그리고 학생이 지금 그런 대단한 서비스들을 만들고 있다는 얘길 들으니, 당신은 정말 ‘잘 먹히는 재능(marketable talent)’이 있는 사람인것 같네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