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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대우건설이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전용면적 59㎡ 아파트는 A형이냐 C형이냐에 따라 운명이 엇갈렸다. 단지도 같고 면적도 같은데 461가구를 공급한 59㎡ A형은 1·2순위 모집에서 이미 마감됐지만, 216가구를 내놓은 59㎡ C형은 절반가량이 미분양인 채 끝났다.

A형과 C형 간 결정적 차이는 베이(Bay)였다. A형은 4베이였던 반면, C형은 3베이. 분양가는 기준층끼리 비교했을 때 2억4300만원으로 똑같았다. 결국 4베이(bay)냐 아니냐가 사실상 흥행을 좌우했던 셈이다. '베이'란 아파트에서 거실이나 방처럼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미 분양시장에서 4베이를 비롯한 신(新)평면 구조는 분양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로 떠오른 지 오래다. 투자 수요가 시장 침체로 자취를 감추고 실수요자 위주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소비자들이 집을 고를 때 집값이 얼마나 오를 것인가라는 부분 못지않게 내부 공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짰는지를 유심히 보기 때문이다.

4베이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분양받은 집 전용면적보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마법은 발코니 확장에서 나온다. 아파트를 설계할 때 건설사는 발코니를 폭 1.5m까지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 2005년부터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되면서 바닥에 난방시설을 설치한 뒤 이 부분을 거실이나 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공사비만 내면 발코니를 넓힐 수 있다. 실제 면적이 늘어나지만 이전 전용 면적 기준으로 분양받기 때문에 추가 자금 부담도 없다. 김상윤 대림산업 설계담당 수석연구원은 "발코니 폭이 1.5m로 고정된 상황에서 넓이를 늘리려면 가로 길이를 늘릴 수밖에 없다"며 "같은 전용 85㎡이더라도 직사각형에 가까운 4베이 평면은 정사각형 평면과 비교하면 발코니가 평균 10% 정도 더 넓어지는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84㎡ 아파트의 경우, 4베이로 설계하면 발코니 확장을 통해 기존 면적에서 20~30% 커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호반건설이 3월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베르디움 2차 아파트 59㎡ A형은 발코니 확장을 통해 기존 전용면적에서 37%까지 커지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59.8㎡ 아파트가 발코니 확장으로 21.9㎡ 늘어나면서 사실상 80㎡대 아파트에서 사는 셈이다.

4베이는 채광도 유리하다. 같은 남향(南向) 아파트라도, 4베이 평면은 거실과 방 3개가 나란히 남쪽을 향하기 때문에 실내 대부분이 밝아진다. 반면 똑같이 거실 하나에 방이 3개 있어도 2~3베이는 북향으로 배치되는 방이 생길 수밖에 없어 빛이 잘 들지 않는다. 지은 지 10년 지난 아파트 중에 이런 2~3베이 구조가 많다.

건설사들도 이미 설계 때부터 발코니 확장을 감안하기 때문에,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대형 팬트리(수납창고·pantry) 등 다용도 공간에 대한 활용성도 커졌다. 이런 장점 때문에 건설사도 앞다퉈 베이 수를 늘린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경기 동탄2신도시에서 공급된 아파트 7733가구 중 약 78%(6066가구)가 4베이 이상으로 설계될 정도였다.

거실과 방 3개를 발코니 쪽으로 나란히 배치한 4베이 구조의 아파트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위) / 대우건설이 지난달 창원에서 분양한‘마린 푸르지오’아파트 전용 84㎡. 확장을 통해 거실을 넓혔다. 최근 주택시장에선 공간 활용도를 높인 평면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아래)

그러나 4베이 평면은 가로가 긴 직사각형 형태라, 이런 가구를 많이 도입하면 아파트 건물이 옆으로 길어져 건물 배치가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다. 아파트 부지의 폭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4베이 등 신(新)평면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좌우하는 경우가 늘면서 개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달 '스마트 사이징 평면'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아파트 전체 면적은 줄여 분양가를 낮추는 대신 공간 특화와 수납공간을 최대화해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위례신도시, 부천 중동, 용인 수지 등 3곳에서 이 평면을 도입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최근 4베이 평면에 아파트 전면(前面)뿐 아니라 뒤쪽과 측면에까지 발코니를 만들어 3개 면을 개방하는 '베타 평면'을 개발하기도 했다.

SK건설도 지난해 11월 경기 화성시 반월택지지구에서 분양한 '신동탄 SK 뷰파크'에 '수퍼 알파평면'을 적용했다. 보통 방 2개, 욕실과 주방 하나씩으로 구성됐던 전용 59㎡짜리 아파트에 방 3개에 안방 옆 드레스룸까지 넣는 식이다.

☞베이(bay)

건물에서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 특정 용도로 표시해 놓은 구역 등을 뜻하는 말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주로 아파트의 거실이나 방처럼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구분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4베이는 거실과 방 3개를 발코니 쪽으로 나란히 배치한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