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야가 양도소득세 면제 기준을 당초 ‘전용 85㎡·9억원 이하 주택’에서 ‘6억원 또는 85㎡ 이하 주택’으로 기준을 조정하면서, 이번 대책의 수혜 가구가 100만가구 이상 늘었다.
은행권이 추산하는 이번 대책의 수혜 가구는 전체 가구의 96% 수준. 세제 혜택의 기준을 완화해도 여전히 양도세 면제 혜택을 보지 못하는 ‘대한민국 4%’가구가 남아 있다.
◆ 수혜 대상 늘었지만 여전히 ‘왕따’는 있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세의 기준이 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곳은 전체 4424가구가 전용 84㎡ 이하여서 가격과 무관하게 이번에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3.3㎡당 아파트 가격은 평균 3400만선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시영아파트 전용 51㎡가 6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41㎡인 주공1차는 6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반포리체 전용 84㎡가 10억8500만원인데, 이들 단지는 모두 양도세 혜택을 받게 됐다.
최고가 아파트를 꼽을 때면 빼놓지 않고 등장했던 삼성동 아이파크, 도곡동 타워팰리스, 대치동 센트레빌 등 이른바 '강남 빅3' 단지들은 이번 대책과는 무관하다.
이렇게 이름난 단지가 아니어도 대책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4차e편한세상 117㎡는 지난 3월 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노원구 중계동 롯데우성 115㎡는 2월에 6억800만원으로 거래됐다. 해당 아파트 가격은 3.3㎡당 1744만~2100만원 선으로 은마아파트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면적·가격 기준 모두 만족 못해 양도세를 면제받지 못한다.
수도권 외곽에 있는 대형 아파트들은 이런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난다. 용인 수지구 성복동 버들차마을 성복자이1차 아파트 101㎡의 시세는 6억500만원. 해당 아파트의 3.3㎡당 시세는 1976만원. 강남권보다 평당가가 싸지만, 이곳 역시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17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이번 여야 합의로 결정된 양도세 감면 기준에 해당하지 못하는 단지는 전국적으로 30만3659가구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9만5661가구, 경기 8만3969가구, 인천 7282가구, 지방 1만6747가구다.
◆ 가격 낮춘 다운거래서 다시 등장할 듯
이번 양도세 면제 기준이 실거래가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소위 가격을 낮춰서 거래하는 ‘다운 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미선 부동산써브 선임연구원은 “양도세 감면 혜택에 가격 기준을 맞추기 위해 6억원 이하로 가격을 내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거래를 늘리기 위한 대책이 오히려 시세를 낮추는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대책 수혜 늘었으니 대형 아파트는 제외해도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정책 수혜대상이 100만가구 이상 증가했다는 점에서 역차별 논란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양도세 면제가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집값이 올라야 하는데 기존의 안은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큰 강남지역을 포함하지 않는 내용이라 무리가 있었다”며 “민주당으로서는 파격적으로 조건을 완화해준 것이고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중소형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 평형은 지금도 거래가 어느 정도 이뤄지는 상황인데, 이번 조치로 중소형만 찾게 되면, 앞으로 (중소형) 물건을 찾아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소형에서 중형, 중형에서 대형으로 옮겨가는 수요 이전의 고리가 끊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