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건축가]⑨ 고성(古城)같은 빌라, ‘NBS71510’

조선비즈
  • 허성준 기자
    입력 2013.04.13 09:00

    OBBA건축이 설계한 강서구 내발산동의 NBS71510(프로젝트명 Beyond the Screen)./신경섭 건축전문 사진작가
    10일 오후 5시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 앞. 출구에서 나오자 사거리 한쪽에는 ‘우장산아이파크e편한세상’과 ‘강서힐스테이트’ 부지 등 대형 개발지가 보였다. 최근 경기침체에 직격탄을 맞은 듯 여기저기 할인문구가 붙어 있었다. 단지 맞은편에는 단독주택과 다세대·다가구(빌라)주택, 오래된 근린상가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었다. 한눈에도 노후화된 마을은 서울 외곽 개발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저층 주거지가 밀집한 화곡중·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과 장을 보고 집에 들어가는 아주머니들이 길을 메웠고, 유모차에 박스를 모으는 노인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생김새가 엇비슷한 빌라가 이어졌다.

    NBS71510 입면 전경./신경섭 건축전문 사진작가
    골목 끝에 다다르자 회백색의 고성(古城)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건물이 나타났다. 해질녘 불그스름한 노을빛을 그대로 받아내는 벽돌 입면이 도드라졌다. 이 건물은 벽돌을 일정 간격씩 비워 쌓은 탓에 음영(陰影)이 건물 내부에 그대로 투사됐다. 주변 풍경과 색감이 어울리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다른 건물을 압도하는 이 건물은 곽상준·이소정 OBBA 건축설계사무소 소장이 첫 데뷔작인 도심형 생활주택 ‘NBS71510(프로젝트명 Beyond the Screen)’다.

    NBS71510는 215㎡의 대지에 지어진 지상 5층 규모의 빌라다. 총 14가구가 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상 1층은 카페 입점이 예정돼 있다.
    NBS71510 중정에서 외부를 바라본 전경. 고벽돌을 비워쌓은 탓에 햇살이 내부로 투사된다./허성준 기자
    이날 곽·이 소장과 함께 NBS71510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17.1m 규모의 중정(中庭·집 안의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마당)과 옥상까지 이어지는 계단이었다. 이 빌라는 일반적인 형태와 달리 양쪽에 주거시설 역할을 하는 구조체가 계단으로 이어져 ‘H’자 형태를 이룬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계단이 있는 공간은 일종의 거대한 공용 공간 역할을 한다. 이 공간의 앞뒤 외벽은 벽돌이 일정 간격씩 띄어 쌓여 있다. 회백색의 고벽돌 수천장이 만들어낸 구멍 때문에 공용 공간은 바람이 잘 통하고, 물고기 비늘처럼 결을 이룬 햇살이 들어온다. 이런 외벽 형태는 외부에서는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아 입주민이 자유롭게 공용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각 층에 있어야 할 복도가 없는 것도 눈에 띈다. 각 세대는 반 층마다 2가구씩 계획돼 있다. 계단에서 바로 대문을 통해 출입하도록 했다. 쓸데없는 복도 공간을 없애는 대신 입주민의 전용면적을 다른 빌라보다 상대적으로 넓힌 것이다.
    NBS71510 중정에서 천장을 올려다본 전경. 각 세대는 스킵플로어 방식으로 설계돼 복도없이 계단에서 진입할 수 있다./신경섭 건축전문 사진작가
    “층마다 모든 세대를 계획하면 자연스레 복도가 생기는데, 보통 빌라에서 이 공간은 고작 쓰레기나 잡동사니를 내놓는 데 쓰인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건물 각 층의 바닥 높이를 일반적인 건물과 같이 1층분의 높이만큼씩 높이지 않고, 반 층마다 세대를 계획하는 ‘스킵플로어(skip floor)’ 방식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옥상에는 데크를 깔고, 입주민들이 바비큐 파티를 하거나 정원을 꾸밀 수 있도록 조성했다. 옥상 벽면은 옆 공간에서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도록 1층 높이만큼 높였다. 또 일반적인 빌라와 달리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는 공간을 내부에 마련해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도록 했다. 건물의 각 사면은 빈 공간으로 놔두지 않고 벽돌로 쌓아 마감했다. 향후 건물이 애초 설계와 달리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내부는 복층형으로 설계돼 있다. 내부 설계는 심플하고 깔끔한 편이다./허성준 기자
    “처음의 설계 취지를 보존하기 위해 계획 단계부터 최대한 효율적인 공간계획과 형태 구성에 중점을 뒀다. (시공업체가 고생했지만,) 천편일률적인 빌라를 짓는 비용과 거의 비슷한 금액으로 효율적이면서 미적 가치가 높은 건물을 지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살기 좋고 아름다운 건물에서 생활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에 집중하며 ‘건축’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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