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건축가]⑨ 곽상준·이소정, “젊은건축가여 독립하라”

조선비즈
  • 허성준 기자
    입력 2013.04.13 09:00

    곽상준(33)·이소정(34) OBBA 건축설계사무소 공동소장. 일반인에게는 물론 건축계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건축가다. 지난해 설계사무소를 설립하고 지난달 첫 프로젝트를 완공한 ‘젊은 피’다.

    곽 소장과 이 소장의 나이와 경력에 아틀리에(소규모 건축설계사무소)를 시작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유럽·일본 등 해외에서는 30대 초반이면 독립해 활동하는 건축가가 부지기수지만, 국내에선 일감 부족으로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 태반이다.

    곽·이 소장이 동년배 동료보다 실력이 특출나게 뛰어나거나 경력이 화려해서 사무소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여느 30대 후반~40대 중반의 젊은 건축가와 마찬가지로 우연하게 첫 일감을 얻었다. 곽·이 소장은 당시 조민석 소장의 매스스터디스(MASS STUDIES)에서 일하고 있었다.
    곽상준, 이소정 공동소장.
    “첫 일감을 얻었을 때 선배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10년 실장 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1년 소장 생활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되더라는 이야기였다. 그 말에 용기를 내 매스스터디스에서 나와 OBBA 건축설계사무소를 차렸다. 망해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것 말곤 잃을 것이 없을 테니까.”

    서른 초반대 곽·이 소장의 첫 작업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프로젝트는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소재 도시형 생활주택 신축 설계. 문제가 있었다. 건축주가 소위 ‘집장사’(기존 설계도를 이용해 인허가를 대행해주는 건축사무소)로부터 설계 도면을 미리 받아 놨기 때문.

    집장사가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낸 설계도면은 일반적인 빌라 형태여서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또 용적률도 한도까지 거의 채운 상태. 건축주는 곽·이 소장의 설계비까지 포함한 공사비가 집장사에서 받은 설계도면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많지 않다면 일을 맡기겠다고 했다.

    곽상준 소장은 “도심형 생활주택이어서 임대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면서도 집장사의 설계만큼 용적률을 챙겨야 했기 때문에 설계에 애를 먹었다”며 “구조적 안정성을 가져가면서도 돈을 쓸 필요가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전략적으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공사비를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곽·이 소장은 내발산동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는 도심형 생활주택 ‘NBS71510’(프로젝트명 Beyond the Screen)을 집장사보다 저렴하게 설계·시공했다. 천편일률적인 도면으로 양산한 집장사가 제시한 가격은 저렴했지만, 곽·이 소장은 돈을 쓸 부분과 그렇지 않아도 될 부분을 구분해 집장사도 잡아내지 못한 비용 절감책을 찾아냈다.

    “주요 외장재인 벽돌은 가격이 싼 고벽돌(재생벽돌)을 사용했다. 고벽돌은 장변의 길이가 길어 기존 설계 의도에 잘 맞았고, 색감도 어울렸다. 또 내부 인테리어는 입주민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만 적용했다. 장식과 수납 구분을 최소화한 붙박이장, 공간을 구분하는 파티션(partition)을 책장으로 사용했다.”

    평균적인 도심형 생활주택의 공사비가 3.3㎡당 400만원 이상. NBS71510은 3.3㎡당 300만원 후반대에 시공을 마쳤다. 용적률도 허가방과 비슷한 수준인 197%(한도 200%)에 맞췄다.
    OBBA 건축이 설계한 NBS71510 중정 전경./허성준 기자
    “건축가와 집장사의 경계는 사람의 삶을 담는 공간에 대한 디자인을 얼마나 치열하게 했느냐로 따질 수 있다고 본다. 객관적 수치로 나타나진 않겠지만, 최근 동향만 봐도 설계·디자인에 대해 대중의 눈이 높아지고 있다. 고생스럽지만 좋은 건물을 짓겠다는 생각만 가지면 여러 가능성이 보인다.”

    곽·이 소장은 우연한 기회에 일감을 잡았지만, 국내에서 30대 중반의 건축가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거주문화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건축가에 대한 관(官)의 지원도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많은 건축학도나 주니어들은 현실의 벽 앞에서 마흔 줄이 다될 때까지 밤을 새우며 파김치가 된다.”

    다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아파트에 대한 인식 변화,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도 증가 등으로 점차 젊은 건축가에게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땅콩주택은 새로운 시도가 아니었지만, 뛰어난 마케팅 전략과 현시대에 맞는 적합한 메시지가 대중을 움직였다고 본다. 어쩌면 대중의 요구는 있었으나, 그동안 건축가가 자세를 낮추지 못했던 것일 수 있다. 다방면으로 나오는 사회적 요구에 대해 건축가로서 ‘기능’할 것이다. 도시와 건축, 그것과 관계 맺는 일상의 모든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추고, 각 영역과 각 영역의 경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에 대해 주목하며 경계를 넘나드는 ‘바운더리 크로서(Boundary Crosser)’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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