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변화 궁금한가? 백화점 1층을 보라

조선일보
  • 이혜운 기자
    입력 2013.03.27 03:02

    [60·70년代 귀금속·지갑… 80년代 화장품… 90년代 해외명품… 최근엔 대중적 제품]
    최근 경제불황에 명품매장 축소
    중산층의 고가품 소비 줄자 일단 고객 유인하는게 급선무
    1층에 초콜릿 매장 들어서기도… 고가 화장품들은 2층으로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층의 한 매장에 젊은 여성들이 줄을 서 있었다. 매장은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 매장. 현대백화점은 작년 10월 리뉴얼하며 1층에 고디바 매장을 들이고, 그 앞에 노천카페처럼 테이블과 의자를 갖다놨다.

    현대백화점 신현구 생활사업부 부장은 "젊은 고객들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고, 더 많은 시간을 백화점에서 보내도록 하기 위해 고디바를 입점시켰다"고 말했다. 이 매장은 하루 평균 700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지난 화이트데이 시즌에는 3일간 1억원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층의 고디바 매장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10월 리뉴얼하며 백화점 1층에 이례적으로 초콜릿 매장인 고디바를 입점시켰다. /현대백화점 제공
    백화점 '얼굴'인 1층에 초콜릿 매장을 입점하는 건 이례적이다. 식품류는 보통 지하 1층 매장에 입점한다. 1층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한 해외 명품 매장과 여성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화장품 매장을 배치해 왔다.

    하지만 백화점 1층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지속된 경제불황으로 중산층의 고가품 소비가 줄고, 소비 격차가 벌어져 백화점과 명품관이 이원화된 탓이다.

    경제발전에 따라 변화한 백화점 1층

    백화점 1층은 소비의 '바로미터'라고 불린다. 시대의 소비 트렌드와 경제 상황이 민감하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백화점 1층은 소비자들을 백화점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층보다 경기 상황에 민감하다.

    경제성장이 물꼬를 트던 1960년대, 신세계백화점 본점 1층에는 카메라와 라디오·시계·귀금속 같은 사치품이나 악기·비누·치약 등이 진열됐다.

    배봉균 신세계 한국상업사박물관 관장은 "당시 백화점을 이용하는 고객은 최상류층이었다"며 "당시 최고의 사치품이던 외제 전자제품도 1층에 진열됐다"고 말했다.

    1970년대엔 1층에 환전 코너와 외국인 전용 매장이 생겼다. 당시 외국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하며 외화 유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롯데가 신세계 인근에 백화점을 오픈한 것도 이 시기(1979년)다. 롯데백화점 본점 개점 당시 1층 매장은 핸드백과 지갑·구두·귀금속 외에도 선글라스·장갑·양말·양산 같은 패션잡화 코너가 한 구역을 차지했다. 롯데백화점 개점과 더불어 신세계 본점도 1층 매장을 화장품과 액세서리 등의 패션잡화 매장으로 바꾸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명품 입점

    1층에 해외명품이 입점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1995년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루이비통이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1997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루이비통, 1999년 롯데백화점 본점에 샤넬이 입점했다. 입구에서 백화점을 바라보고 왼쪽엔 루이비통, 오른쪽엔 샤넬 매장이 있어야 한다는 '좌(左) 루이비통, 우(右) 샤넬' 공식이 생겨난 것도 이 시기다. 국민 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고 외국 경험자가 증가함에 따라 해외 명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경제 상황이 반영된 배치였다.

    2000년대엔 명품 구매층이 넓어지면서 프라다, 쇼메, 피아제 등이 백화점에 입점했다. 하지만 최근 지속된 경제 불황으로 중산층의 구매력이 줄어들면서 백화점 1층에서 해외 명품 매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명품 매장을 별도의 명품관으로 빼거나, 인지도가 높은 매장만 1층에 남기고 고가의 화장품은 2층으로 올렸다. 배봉균 관장은 "소비 격차가 계층별로 벌어지면서 화장품 매장을 이원화했다"며 "대신 1층에는 키엘, 베네피트 등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들을 입점시켰다"고 말했다.

    귀금속 매장도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대신 양초, 향수 같은 매장들이 1층에 입점했다. 김형준 전략팀장은 "불황이 지속되면서 일단 고객을 백화점 안으로 이끄는 것이 급선무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면서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은 1층을 아예 시민문화광장으로 비워놓기도 했다. 배봉균 관장은 "중산층에서 탈락한 서민층의 불만이 커지고, 지역 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1층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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