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은 오히려 17.1%가량 감소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발효 만 1년. 서민식탁에도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무엇보다 국산과일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값싼 수입과일이 차지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 FTA로 인해 국산과일과 기존 바나나, 키위, 파인애플, 오렌지 등 전통 수입과일의 판매가 주춤하는 사이 체리, 아보카도, 레몬 등의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한미FTA 체결 전후(2011년 3월~2012년 2월 VS 2012년 3월~2013년 2월)로 국산과 수입 과일의 판매량을 비교했을 때, 수입과일은 8.1% 신장한 반면, 국산과일은 6.9% 감소했다.

태풍과 이상기온 영향 등으로 작황 부진 탓에 국산과일 가격이 고공행진을 펼친데 비해 수입과일은 관세인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수입과일 간 희비도 엇갈렸다. 롯데마트에선 전통적으로 즐겨먹던 바나나(-9.2%), 파인애플(-5.7%), 키위(-9.1%), 오렌지(-12.4%) 등은 한미 FTA체결로 관세인하 효과를 본 수입 과일에 밀렸다. 반면 관세 인하효과를 본 체리(128.3%), 레몬(73.3%), 석류(40.2%) 등은 과거 ‘구색용 과일’로 여겨졌지만 지난해부턴 수입과일 매출을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안방을 공략하고 있다. 한미FTA 발효와 함께 24%관세가 완전 철폐된 체리(300g)의 경우 2012년 3월 대형마트에서 1만2800원에 판매됐지만, 한 달 뒤엔 9800원까지 떨어졌다. 아보카도(2개)도 지난해 3월 6500원에서 현재는 4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과거 고급과일로 분류되던 체리가 관세인하 효과로 지난해 6월 말 바나나를 제치고 수입과일 중 매출 1위를, 전체 과일 매출에서는 수박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입과일은 올해도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레몬(15%→0%), 아보카도(15%→0%), 오렌지(30%→25%), 포도(24%→18%), 자몽(24%→18%), 블루베리(40.5%→36%), 키위(42%→39%) 등이 추가로 관세가 인하돼, 수입과일의 ‘안방 공세’는 더욱 커세질 전망이다.

미국산 와인 역시 관세인하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한미 FTA체결로 관세 15%가 즉시 철폐되면서 미국산 레드와인이 와인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칠레산 와인에 이어 미국산 와인도 ‘저가 와인’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칠레산(-2.2%)과 프랑스산(-3.1%) 와인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 미국산 와인은 전년 대비 3.0%가량 신장했다.

체리와 와인의 공통점은 한미 FTA체결 이후 즉시 관세가 철폐된 상품이라는 점이다.

반면 미국산 소고기는 관세 인하율(40%→37.3%)이 2.7%로 미미할 뿐 아니라 작년 광우병 논란과 소비 위축 등으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총 4억9829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7.1%가량 감소했다.

게다가 국내 소, 돼지, 닭 등의 적정 사육두수가 20%가량 초과하면서 가격이 떨어진 것도 미국산 소고기 등을 찾지 않은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올해 미국산 냉장·냉동 소고기(37.3%→34.6%), 냉장 삼겹살(20.2%→18%), 냉동 닭고기 가슴·날개(18.3%→16.6%) 등이 추가 관세 인하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은 높다.

이 밖에 맥주는 관세가 7년간 단계적으로 매년 4.3%씩 인하되나, 수입원가에 주세(72%), 교육세(30%) 등이 추가면서 관세 인하 효과가 사실상 미미하다.

한편 한미FTA 발효로 국내 1215개 농산물의 수출 관세가 즉시 철폐된 가운데 대미수출액(2012년 3월 14일~2013년 2월 28일)은 6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7.1% 늘었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관세가 철폐된 김치(29%), 담배(38.7%), 음료(33.5%), 김(38.5%), 참치(150%) 등은 큰폭으로 대미수출이 늘어난 반면 배(10.4%), 인삼(6.3%)은 수출액이 감소했다.

문한필 농촌경제연구원 FTA이행지원센터 박사는 “한미 FTA 발효 이후 지난 1년 동안 대미수입이 전년 동기대비 17%가량 하락한 것은 곡물과 축산물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은 향후 10~15년 간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에 축산물 피해는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