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건축가]④ 문훈, 천국보다 낯선 '액션 건축'

조선비즈
  • 허성준 기자
    입력 2013.03.09 06:00

    문훈 소장./김잔디 인턴기자

    건축가 문훈(45)에겐 이미 ‘괴짜’·‘이단아’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내심 심사가 뒤틀렸다. 뭐가 그렇게 다르겠냐는 치기 어린 시샘이 들었다. 직접 만나 물었다. 당신은 이단아인가. 돌아오는 대답은 ‘칠단아’라고 했다. 이단아라고 불린 지 꽤 됐기 때문이라는 농담이었다. 모든 질문에 그런 식이었다. 자신을 규정하는 단어에 대응하고 새롭게 해석해냈다.

    문 소장의 표현을 빌리면 ‘건축가’의 이미지는 국내에선 진중하고, 심각하며, 지적이면서도 ‘다소’ 자유로운 느낌이다. 이 때문에 문 소장은 건축계에선 ‘크레이지 아키텍트(crazy architect·미친 건축가)’로 통한다. 친한 동료도 “이번 작품은 좀 심했다”라며 비아냥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문 소장은 강원도 정선에 있는 ‘락있수다’ 펜션 건물에 황소 뿔 모양의 구조물이 달았고 꼬리까지 만들어놨다. 물론 누구나 사용하는 공간이다. 경기 용인의 ‘롤리팝’이라고 이름 붙여진 달팽이 모양의 핑크색 주택은 마치 대형 사탕을 연상시킨다. 충북 오창의 주택은 계단의 일부가 미끄럼틀로 만들어졌다.

    에스마할 전경./문훈건축발전소 제공

    ◆ “나는 예술가가 아니다. 경계를 넘나들 뿐”

    ‘가위손’으로 유명한 팀 버튼을 연상시키는 그의 드로잉을 보면 사실 그에게 건축을 맡기기에 부담스럽다. 잘못 맡겼다가 기괴한 건물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반대로 이상한 건물을 지어달라고 일부러 문 소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이상한 건물을 지어달라는 분들이 가끔 찾아온다. 그럼 나도 신나서 달려든다. 기본적으로 나의 상상력은 건축법에 의해 잘려 나간다. 혹은 건축주가 돈이 모자를 수도 있다. 기상천외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누구나 신나서 달려들지 않을까?. 나는 미친 건축가가 아니다. 다만 자본과 법의 제한 아래서 최대한의 상상력을 동원한다. 그리고 그것이 재미있다. 그 긴장감이 나를 들뜨게 한다.”

    롹있수다 팬션 전경./문훈건축발전소 제공

    문 소장은 건축주와도 별로 싸우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보통 건축가들은 건축주와 설계안을 두고 갑론을박하기 일쑤다. 건축가는 건축주가 건축이 뭔지도 모르면서 저런다고 탄식하고, 건축주는 건축가가 남의 돈으로 예술을 한다고 화를 내는 식이다.

    “나는 내가 설계한 건축물을 작품이라고 의식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출품도 하지 않는다. 귀찮다. 기본적으로 건축가가 짓는 건축물은 주인이 따로 있다. 그들의 욕망을 들어준다고 건축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지 않는다.”

    ◆ 움직이는 건축, 문훈의 ‘액션건축’

    문 소장의 설계사무소 ‘문훈건축발전소’는 한쪽 벽면에 문 소장의 그림이 전시돼 있다. SF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해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건축물 그림이다. 지반에 단단하게 고정된 박스형태의 기존 건축물과는 궤를 달리하는 형태들이다.

    문훈 소장의 그림./문훈건축발전소 제공
    “나는 움직임을 지향한다. 건축물도 생명체다. 기존 건축은 영원을 지향하지만, 건축물도 움직이고 반응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동물처럼 사라지는 것이 맞다고 본다. 무릉도원 같은 것, 도산서원 같은 건축물을 하늘에 띄워보고 싶다. 바람에 불면 움직이기도 하고, 형태만으로도 움직임이 느껴지는 그런 디자인을 지향한다.”

    경기 양평 소재 단독주택 ‘에스마할’은 문 소장의 디자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예다. 이 집은 마당을 개방시키지 않고 주택 본체와 마당 경계를 잇고 마당을 커튼을 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커튼이 바람에 흩날리면서 마치 집이 날아가고 있다는 인상이 들도록 한 것. 또 생활공간은 모두 1층에 배치하고, 주택 상단부에 용머리 마냥 삐쭉 튀어나온 공간을 만들어 놨다. 우주선의 조종석을 연상케 한다. 이 공간은 남한강과 숲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상상미술관 설계안./문훈건축발전소 제공
    경기 고양의 단독주택 ‘비상’은 1층의 유리 마감 부분을 비스듬히 사선형으로 처리하고 구조체를 하늘을 찌르는 형태로 구성했다. 하늘 쪽으로 분명한 지향점이 있는 듯한 인상이 든다. 불규칙적으로 구성된 수십개의 작은 창문들은 야간에는 내부 조명 덕에 별빛같이 빛난다.

    괴짜·이단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문 소장은 사실 실력파다.

    1993년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건축과 석사를 마쳤고, 2005년 한국건축가협회상, 국내 건축학과 교수들이 뽑은 ‘한국건축을 대표하는 12인’에 이름을 올렸다.

    매일 아침 도덕경을 읽고, 오후에는 산책을, 주말엔 그림을 그리면서 작업은 마감시한 막판에 몰아서 한다는 문 소장. 그의 건축은 이상(異常)하기에 이상(理想)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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