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의 그늘]① MB임기 내내 시끄러웠던 맥쿼리

조선비즈
  • 김참 기자
    입력 2013.03.06 17:30 | 수정 2013.03.07 13:57

    맥쿼리는 ‘인프라 공룡’으로 불린다. 전국 13개 유료도로, 지하철, 항만 건설에 투자한 금액만 1조7000억원이며, 각 시설을 운영ㆍ관리하는 법인의 지분 15~100%를 보유하고 있다. 운영 수익으로 해마다 주주들에게 많은 배당금도 지급하고 있다. 최근 맥쿼리가 투자한 사업과 관련해 잡음이 일고 있다. 전 정권 특혜설과 함께 운영수익 보전계약이 잘못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맥쿼리가 투자한 민자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례1) 우면산 터널요금이 2000원에서 지난 2011년 12월 2500원으로 올랐다. 요금이 올라 차량 통행이 줄어들면서 서울시가 보전해야할 금액은 더욱 늘어났다. 이용자들의 불만이 늘어나면서 서울시가 우면산 터널을 인수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례2)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최소수입보장(MRG·Minimum Revenue Guarantee) 규정을 없애고자 협상을 시도했다. 최소수입보장 규정은 일정 비율 이상의 수입을 약속하고, 매출이 일정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이를 보전해 주는 제도다. 쉽게 말해, 투자자가 절대로 손해를 입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수익을 보장하는 것으로, 시장원리에 반하는 불합리한 규정이다. 서울시는 2005년 지하철 9호선 투자자들에게 연 8.9% 사업 수익률을 약속하고 손실분은 보전해주는 협약을 맺었다. 맥쿼리 등 지하철 9호선 대주주들은 사업 보장수익률 규정을 없애는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서울시를 포함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과도한 보장을 요구하는 악성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추진한 사업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손실보전액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주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마다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인프라)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맥쿼리인프라는 2000년대부터 건설사가 보유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법인의 지분을 매입했다. 이들 사업법인은 개발 당시 정부나 자자체와 MRG를 맺었다. 

    이 때문에 시설마다 적자가 누적되자 지자체는 세금을 거둬 민간 투자사들의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 시민의 세금으로 맥쿼리의 수익을 보전하는 셈이다.

    ◆ 전국 지자체 상당수, 맥쿼리인프라에 손실보전

    맥쿼리인프라는 전국 유료도로, 터널, 항만처럼 공공성이 강한 사업에 주로 투자했다. 광주제2순환도로 1구간, 광주제2순환도로 3-1구간,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우면산터널, 백양터널, 천안-논산 고속도로, 수정산터널, 마창대교, 용인-서울고속도로, 서울지하철 9호선, 인천대교, 부산신항망 등 운용 사업장이 전국에 퍼져있다. 2012년말 기준으로 운용자산은 1조6911억원이고 자산총계는 2조원이 넘는다.

    지자체들은 사업 대부분을 추진하면서 민간사업자와 MRG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애초 수요예측을 잘못한 탓에 사업장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손실분은 정부와 지자체가 채워주고 있다.

    MRG 탓에 갈등을 빚는 사업장은 보장 최소수익률이 매우 높다. 부산 백양터널, 광주2순환도로 3-1구간, 지하철9호선은 90%나 된다. 광주2순환도로 1구간은 85%, 우면산터널은 78~79%다. 실제 운영수입이 당초 추정한 운영수입에 못 미치면 보장비율만큼 정부나 지자체가 세금으로 지원해야 한다. 통행료도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국도에 비해 1.5배가량 높다.

    ◆ 맥쿼리인프라, MB정부에서 승승장구

    맥쿼리인프라의 투자 상품은 탁월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로 인해 2000년 들어 승승장구했다. 연기금 한 관계자는 “맥쿼리 투자자산을 보면 매우 안정적이며, 장기 수익이 가능하도록 상품 구조를 만든다”고 말했다.

    사모펀드(PEF)의 한 관계자도 “정부는 2000년대 초 민자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유치에 나서자 맥쿼리가 유망 사업장을 선점했다”며 “손해 날 일이 없는 계약 덕분에 투자자들도 몰렸다”고 말했다.

    맥쿼리인프라는 주로 정부나 지자체를 계약 상대로 삼았다. 사기업이나 부동산과 달리 정부나 지자체와 계약을 맺으면 사업 불이행에 따른 피해를 볼 일도 없기 때문이다. 맥쿼리인프라가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맥쿼리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자 정권에서 뒤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특히 맥쿼리인프라 관계회사인 맥쿼리IMM자산운용의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전 의원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특혜설을 증폭시켰다.

    지하철9호선 계약 체결 시점이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임하던 시기와 일치한 것도 부각되고 있다. 실제 맥쿼리인프라 투자 사업장 13곳 중 8곳의 주무관청이 서울시와 국토해양부이다. 이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과 대통령으로 있을 때 6개 사업장이 완공돼 운영됐다. 

    ◆ 새 정부 들어서자 줄소송 대기

    새 정부가 들어서자 지자체들은 맥쿼리인프라와 맺은 MRG와 관련해 소송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처음으로 광주제2순환도로와 관련해 승소하자 다른 지자체들도 맥쿼리를 상대로 한 소송에 나서고 있다.

    광주지법 행정부는 지난달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 사업자인 ‘광주순환도로투자’가 광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자본구조 원상회복을 위한 감독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기각 판결을 했다.

    맥쿼리인프라를 비롯한 광주순환도로투자 주주들은 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광주순환도로투자의 자기자본비율을 29.91%에서 6.93%로 줄였다. 이후 맥쿼리인프라 등 주주들은 차입금 형식으로 광주순환도로투자에 1420억원을 빌려주고 이자를 종전 7.25%에서 10%로 올렸다. 장기차입금 조달로 광주순환도로투자는 지난 2011년 통행료수익은 141억원이었지만, 이자비용으로 333억원이 나갔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여러 차례 시정명령과 협의를 촉구했는데도 거부한 사실로 미뤄 광주시의 감독명령은 적법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운임 인상 반려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시도 백양터널과 관련해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MRG 계약 파기를 주장하고 있다. 논리는 간단하다. 맥쿼리인프라가 후순위 채권으로 높은 이자를 챙기고, 각 사업장의 적자를 근거로 지자체에서 보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후순위 채권은 높은 이자를 받는 대신 경영악화 등으로 인한 운영회사의 채권 정리 단계에서 변제받지 못할 가능성이 선순위 채권보다 높은 채권을 말한다. 또 수요예측이 잘못된 만큼 계약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맥쿼리인프라가 지자체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어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맥쿼리인프라는 사업기간 종료 전에 실시협약이 해지될 경우 상당액의 지급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맥쿼리인프라가 100% 투자한 광주순환도로투자는 현재 관할 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맥쿼리인프라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소송들은 맥쿼리인프라가 당사자가 아니다”며 “지하철 9호선의 경우 대주주(현대로템)와 계약자가 따로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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