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요 손이 가~(농심 새우깡)'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오리온 초코파이)' '간 때문이야~(대웅제약 우루사)'….
광고 음악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친숙하게 알리는 필수요소다. 최근엔 어려운 기술 용어를 가사로 풀어내 쉽게 흥얼거릴 수 있게 하거나, 향기와 같은 다른 요소와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등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기술 용어도 흥얼거리게 만든다
KT는 최근 몽골 출신의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이 등장하는 '올아이피(ALL-IP)' 광고를 내놨다. 수수한 인상의 남매가 등장해 반주에 맞춰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올라잇(All-right), 올아이피(All-IP) / 스마트폰·TV·태블릿·인터넷과 집전화 / 꿈으로만 이뤄졌던 상상의 언덕을 지나 / 모든 게 경계 없이 모든 게 연결되고 / 날아올라 올라잇 올라잇."
ALL-IP(유무선 등 모든 통신망을 하나로 통합한 것)란 어려운 IT 개념을 쉽게 노래로 풀어낸 것. KT 신훈주 상무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와 이야기 구조를 통해 전달력을 높이고, 시적인 운율을 더해 메시지를 읊조리는 방식을 썼다"면서 "소비자들이 어려운 개념인 ALL-IP를 좀 더 친근하고 쉽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아몰레드(AMOLED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라는 다소 어려운 화면 구현 기술을 브랜드로 삼기 위해 광고음악을 활용했다. 가수 손담비와 걸그룹 애프터스쿨을 모델로 내세워 스스로 빛을 내는 AMOLED의 특징을 가사로 전달한 것. "난 스스로 빛나는 Girl(걸)" "절대 따라올 수 없어 cause 난 자체발광" 등의 노랫말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제품의 기술적 특징을 따라 부르게 만들었다. 이 곡은 두 가수의 프로젝트 앨범으로도 따로 발매됐다.
◇향기와 결합해 시너지
소리나 음악 같은 청각적 요소를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소닉브랜딩(Sonic Branding)'이라고 한다. 제품이나 브랜드의 이미지에 맞게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들어진 CM송(Commercial Song)이나 단순한 멜로디 형태의 징글(jingle)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음악이나 멜로디를 제작해 활용한다. SK텔레콤 고객에게 전화를 걸 때 나오는 '솔미파라솔' 음계(音階)의 'T링'도 그중 하나다. T링은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한 원로 작곡가와 저작권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종근당은 1960년 종(鐘)을 기업의 심볼로 삼고, 이듬해부터 모든 광고의 마지막에 종소리 효과음을 넣었다. 종근당 관계자는 "당시 미국 MGM의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사자의 포효 소리에서 힌트를 얻어, 당시 음향 연구 권위자인 김벌레씨에게 의뢰해 징글을 만들었다"고 했다.
인기 음악을 일부 변형해 브랜드 홍보에 이용하기도 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리메이크한 삼성전자 지펠 김치냉장고의 '아삭스타일', LG유플러스의 'U+스타일', 농심의 '신라면스타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던킨도너츠는 음악과 향기를 결합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선보였다. 작년 칸국제광고제에서 동상을 받은 '향기 라디오' 마케팅이다. 던킨도너츠는 지난해 일부 서울 시내버스에 던킨의 징글을 내보내고, 해당 음악을 인식하는 커피향 분사기를 설치했다. 버스가 던킨도너츠 매장이 위치한 정류장에 닿으면, 던킨의 징글과 함께 커피향 분사기를 통해 향기로운 커피향을 뿌린 것. 캠페인이 진행된 3개월 동안 해당 매장의 방문객수 는 16%, 커피 판매는 29% 증가했다.
◇확산성 크지만 과도한 반복은 피해야
이런 효과 때문에 광고업계에선 음악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소닉브랜딩은 음악의 힘 때문에 구전(口傳) 효과가 크고, 리메이크나 패러디의 소재로 활용되는 등 확산성도 좋다"면서 "벨소리나 통화연결음 등 별도의 비즈니스로 발전해 신규 수익을 창출해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K플래닛 M&C 부문 손소영 부장은 "징글이 과도하게 반복될 경우 소비자들이 짜증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닉브랜딩(Sonic Branding)
소리나 음악 등 청각적 요소를 이용해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마케팅 기법. 제품이나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따라 부르기 쉽게 만든 CM송, SK텔레콤 고객에게 전화를 걸 때 나는 'T링(띵띵띠링띵)'처럼 단순한 멜로디를 이용한 징글(jingle) 등이 이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