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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閑담] 만도 "한라공조란 말 입에 담지도 말라"

  • 박성우 기자

  • 입력 : 2013.02.10 07:34

    최근 자동차부품업체인 만도의 임직원들 사이에서 ‘한라공조’라는 단어를 두고 함구령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지난해 증권가에는 만도가 차량용 에어컨 제조업체인 한라공조를 산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9월 28일 만도는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화했습니다. 이 말 한마디에 이후 만도의 주가는 출렁이기 시작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만도의 한라공조 인수를 악재로 봤습니다. 만도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재무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계산을 한 외국인들은 지난해 8월 21일부터 이달 8일까지 118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순매도 물량만 82만 5119주로, 1181억원어치입니다.

    당연히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만도의 주가는 지난해 9월 5일 16만1500원에서 연일 하락을 거듭하면서 8일 현재 12만150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불과 5개월 만에 주가가 25%나 빠진 것입니다.

    이에 대해 만도는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입니다. 만도(060980)관계자는 “지난해 공시 이후 인수와 관련돼 진행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며 “현재 주가 너무 많이 내리면서 한라공조라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만도가 한라공조(018880)를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비단 주가 하락 때문만은 아닙니다. 만도 입장에서는 한라공조가 피인수 기대감에 혹시라도 주가가 오르게 된다면 인수가격이 높아지는 구조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한라공조(018880)는 만도의 인수 검토 소식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2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외국인이 거래한 누적 순매수는 총 435만9271주로 금액으로 치자면 999억원 수준입니다.

    한라공조를 소유한 미국 비스티온이 만도에 한라공조를 쉽게 내줄지도 미지수입니다. 증권 전문가들은 만도가 강력한 인수의지를 보이는 만큼 비스티온이 가격을 높게 부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해 1월 미국 비스티온은 자동차 공조사업부 18개사 지분을 한라공조에 매각한 바 있는데, 이는 한라공조를 만도에 매각하기 전에 덩치를 키워 몸값을 높이기 위한 비스티온의 전략이라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만도 관계자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주가는 내려가고 인수가격만 높여놨다”며 “원활한 인수를 위해서는 당분간 조용히 말을 아끼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만도는 왜 한라공조를 인수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만도가 한라공조를 인수할 경우 한때 재계서열 12위까지 올랐던 한라그룹의 위상이 회복될 것이라는 경영진의 판단 때문으로 보입니다.

    원래 만도와 한라공조는 한라그룹이라는 부모 아래 형제회사였습니다. 한라그룹은 1997년 부도가 난 탓에 만도와 한라공조를 해외에 매각했고, 다행히 2008년 만도는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비스티온이 지분의 69.99%를 가진 한라공조는 아직 남남인 상태입니다.

    지난해 9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한라공조는 당연히 인수한다”라고 말해 인수의지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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