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개미 주의보]① "내가 경영하겠다"며 화려하게 등장

조선비즈
  • 장우정 기자
    입력 2013.01.25 07:09

    등장하는 것 자체만으로 증시를 뒤흔드는 이들이 있다. 바로 ‘수퍼개미’다. 수퍼개미는 중소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큰손 개인 투자자’를 말한다. 막대한 자금과 정보력을 갖춘 그들은 보통의 개미와는 다르다. 기업도 이들이 나타날 때면 숨을 죽이고 협상을 시도한다. 하지만 수퍼개미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2000년대 이후의 기록을 살펴보면 개인투자자들로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때가 대부분이다. 수퍼개미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지난해 5월 시작된 가구업체 팀스(134790)의 경영권 쟁탈 전쟁 중심에는 수퍼개미 김성수씨가 있다.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그는 지분을 10% 넘게까지 확보했다.

    김씨가 주식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회사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씨의 투자대리인을 맡고 있는 M&A 알선·자문업체 케이와이아이 관계자는 “팀스는 중소기업에 할당되는 정부 조달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퍼시스(016800)에서 분할된 회사인데, 퍼시스 임원진이 여전히 지배하는 구조여서 정부 조달 참여가 배제되고 있다”며 “팀스가 퍼시스의 자산이나 특허권 등을 가지고 나온 만큼 좋은 회사이기 때문에 현 경영진을 물갈이하고 회사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경영진을 믿을 수 없다며 직접 회사 경영에 뛰어드려는 수퍼개미들이 잇따르고 있다. 적대적 M&A(인수·합병)를 하겠다는 것인데, 당연히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수퍼개미가 등장하면 증권 포털사이트 등에서 그를 찬양하곤 한다.

    ◆ 경쟁사 노리고 경쟁사 협력업체 노리고

    셋톱박스업체 홈캐스트(064240)는 경쟁사 사장이 ‘수퍼개미’로 적대적 M&A에 나서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같은 셋톱박스 업체 현대디지탈테크(현 제이비어뮤즈먼트)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장병권씨는 홈캐스트 주식 230만주 이상(지분율 15.6%)을 취득,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보선 홈캐스트 대표이사를 넘어 1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장씨 역시 실제 경영 참여를 위해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장씨 측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모든 법적 후속조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사 및 감사 선임 건 등을 담은 주주제안서도 제출했다.

    특이한 이력으로 주목받는 수퍼개미들도 있다. 삼성 애니콜 신화의 주역으로 꼽히는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 중 하나다. 그는 휴대전화 부품업체 KJ프리텍(083470)의 최대주주인데, 최근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꾸고 지분율도 16%로 늘렸다. 회사 재무구조가 좀처럼 좋아지지 않자 이씨 본인이 직접 경영에 나서 신사업을 함께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중반 증권방송에서 주식전문가(필명 미스터 문)로 유명세를 탔던 문양근씨도 자신의 회사 리치컴즈를 통해 휴대전화 부품업체 하이쎌(066980)을 95억원에 인수하기로 해 화제가 됐다. 그는 경영권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인수대금 가운데 3분의 2인 60억원을 회사측에 지급했고, 나머지는 주총 직전 지불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한세희씨가 하이트론씨스템즈에, 황순태씨가 고려개발에 경영 참여를 선언 중이다. 로만손도 정성훈씨가 지난해 3월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 수퍼개미 지분 늘리면 개미들 우르르

    수퍼개미가 지분을 늘리는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출렁이는 경우가 많다.

    홈캐스트는 최대주주가 장씨로 변경된 지난 9일 이후 24일까지 34.2%나 급등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장씨가 셋톱박스 전문가인만큼 현재 대표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란 우호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청보산업은 최유신 스팩맨에쿼티그룹 회장이 움직였다는 소식만으로 나흘 연속 상한가를 이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최 회장은 코스닥상장사 리타워텍을 인수한 당시 주가가 단기간에 200배 이상 치솟아 원조 슈퍼개미란 명성을 얻었다. 이런 사실이 청보산업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팀스는 원래 1만원을 밑돌던 종목이었으나 경영권 분쟁이 터진 뒤 2배 가까이 올랐다. 회사는 공공시장에서 배제되며 매출액이 70% 가량 줄어들 위기인데, 주가는 오히려 급등한 것이다.

    물론 수퍼개미가 등장했다고 항상 오르는 것은 아니다. 문씨가 투자한 하이쎌이 대표적이다. 하이쎌을 인수한 리치컴즈가 수퍼개미 문씨의 회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투자자들이 오히려 불신한 탓이다. 하이쎌은 문씨가 회사를 인수키로 했다고 공시한 14일 이후 주가가 20% 넘게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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