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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터질 백두산 화산, 피할 수 없다면 대비한다… 1000가지 시나리오로

  • 이길성 기자

  • 입력 : 2013.01.21 03:07

    [재난과학의 최전선을 가다] [1] 백두산 화산폭발 예측하라
    -터지면 계산 안되는 재앙
    서고동저 기압서 사흘 분출되면 화산재 국내유입 막을 수 없어
    항공기 열흘 중단, 수출3兆 손실… 반도체·상수도·농업·의료…
    한국 경제·사회 도미노 타격
    -재앙, 과학적으로 경고하라
    폭발 양상과 기상상황으로 화산재 확산 정밀하게 계산 앞으로는 한국·일본·백두산
    세개의 큰 축 연결해서 관측

    서울 동작구 대방동 국립기상연구소.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 이창욱 연구사의 컴퓨터 모니터엔 기름막 위에 생기는 무지개와 같은 무늬들이 떠올랐다. 해외 화산을 촬영한 일본 JERS-1 레이더 위성 영상들이었다. "마그마가 움직이면 지표면이 부풀어 오릅니다. 무늬들은 지표의 높이 변화죠. 촘촘할수록 지표면에 변화가 많다는 뜻입니다."

    레이더 위성은 지표면의 고도 변화를 ㎜ 단위까지 알아낸다. 이 연구사는 1992년부터 최근까지 세계 주요 화산들을 찍은 방대한 분량의 레이더 영상을 분석 중이다. 궁극적으론 백두산 화산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포착·분석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우리나라의 첫 레이더 위성인 아리랑 5호가 발사되면 앞으로는 백두산 아래 마그마의 움직임을 우주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인공위성으로 백두산의 변화를 원격 추적하는 한편, 한·중·일(韓中日) 공동으로 화산 폭발을 일으키는 지진의 뿌리를 찾는 연구도 시작된다. 화산 폭발 상황을 가정한 정밀 시나리오와 그에 맞는 대응책도 개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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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 폭발로 수출 3조 가까이 감소

    지난 2010년 4월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의 폭발은 전 세계 항공업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 사건은 화산 폭발이 후진국형 재난이 아니라 선진국 경제를 강타하는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바로 그해 백두산 폭발 위험에 대한 경고들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미국 스미소니언 연구소에 따르면, 백두산은 지난 4000년간 10번에 걸쳐 폭발했다. 약 1000년 전에는 홋카이도 등 일본 동북부 지역에 무려 5~6㎝ 두께의 화산재층을 쌓을 만큼 대규모로 폭발했다. 가장 최근엔 1903년에 폭발해 화산재가 퍼졌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중국 과학자들은 백두산 주변에 대한 장기간의 추적 연구 끝에 백두산 천지 아래 마그마 3개 층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바로 그 순간부터 백두산 화산 폭발은 남·북한과 중국이 대비해야 할 현실성 있는 재난이 된 것이다.

    백두산에서 400㎞ 이상 떨어진 남한에 가장 큰 위협 요소는 화산재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시뮬레이션 결과, 백두산 화산이 사흘 연속으로 분출하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서고동저형' 기압 배치가 나타나면 백두산 화산재가 국내에도 유입된다. 화산 구름이 25㎞ 이상 치솟는 경우 화산재의 농도는 황사 경보 발령 기준의 최대 1000배 정도나 된다. 2010년 기획재정부의 '거시경제안정보고서'는 "화산재로 항공기 운항이 10일간 중단될 경우 수출은 약 25억달러(2조6000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나리오로 피해 최소화가 최선

    화산 폭발 예측 기술 개발과 함께 대비책 마련도 시급하다. 소방방재청 산하 백두산 화산 대응 기술 개발사업단은 화산 폭발에 대비한 대응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있다. 사업단장인 충북대 이승수 교수(토목시스템공학과)는 "백두산이 폭발했을 때 최단 시간 내에 인천공항을 비롯한 전국 공항의 폐쇄 여부, 산업 시설 대응책 등을 뽑아낼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화산재 확산 시나리오는 부산대 윤성효 교수(지구과학교육과)가 개발하고 있다. 그는 2010년 백두산 폭발의 위험성을 경고,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이끌어 낸 주인공이다. 윤 교수는 "백두산 폭발 양상과 기상상황을 입력하면 화산재가 어느 방향으로 몇 ㎞까지, 얼마만 한 양이 확산되는지를 계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시나리오는 총 1000개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윤 교수는 "시나리오가 정밀하지 못하면 과도한 대응으로 경제적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당시 영국을 비롯한 30여개 국가 정부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공항을 전면 폐쇄했다. 하지만 당시 항공사들은 빈 항공기를 띄워 운항이 금지된 상공을 운항한 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잘못된 시뮬레이션이 항공사들의 피해를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강남대 김근영 교수(도시공학과)는 윤 교수가 만든 시나리오 각각에 맞춰 산업별 대응법을 만들고 있다. 그는 "화산재는 시스템과 도시 인프라에도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도심에 떨어진 화산재를 물로 씻어냈다가는 하수도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화산재가 물과 섞이면서 시멘트처럼 굳어 배수관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백두산 한·중 공동 연구

    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2014년부터 중국과학원과 공동으로 백두산 시추를 포함한 현지 공동 연구를 한다"며 "이를 통해 화산 활동뿐 아니라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지진의 뿌리까지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첫 출발지는 일본의 난카이(南海) 심해저다. 일본의 해저탐사선 지큐(地球)호는 2016년 필리핀판(板)을 관통한다는 목표로, 9년째 해저 시추를 계속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나는 곳을 직접 파고들어 가 관찰함으로써, 판 운동과 지진 발생 간의 관계를 밝히려는 것이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도 시추 작업이 이뤄진다. 계기는 2005년 부산 등 남부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이었다. 지진의 진원은 일본 후쿠오카 쪽이었다. 일본에서 난 지진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가로놓인 큰 단층에 막혀 건너오지 못한다는 게 당시까지의 정설이었기에 한국 학계엔 큰 충격이었다. 이윤수 박사는 "백두산 화산 시추가 이뤄지면 일본~한국 남부~백두산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축을 실시간으로 관측해 판 운동과 화산 운동, 지진 간의 관계를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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