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업체들, 환율 내렸는데 값 올려

조선일보
  • 김진 기자
    입력 2013.01.16 03:07

    [해도 너무한 배짱 영업]
    1000달러 제품 수입할 경우 환율 7개월 하락분 감안 땐 원래 12만원 이상 내려야
    구찌·프라다·루이비통 등 거꾸로 줄줄이 가격 인상
    과거 환율 올라갈 때는 항상 관행처럼 가격 올려

    수입 명품 브랜드들이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환율이 떨어질 경우(원화 가치 절상) 수입제품은 가격을 내릴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명품 업체들이 환율이 오를 때는 일제히 가격을 올리면서도 최근에는 가격을 내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환율 하락에도 가격 올리는 수입 명품 업체들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는 지난 14일 일부 인기 핸드백을 4%, 지갑을 5~11% 각각 인상했다. 소호 토트백은 195만원에서 203만원으로 4% 인상됐다. 프라다도 지난달 가방과 지갑 등 대부분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지난해 3번이나 가격을 올렸다. 루이비통도 지난해 10월 가방과 지갑 등 가죽 제품 가격을 3% 인상했다. 2011년 2월과 6월에 이어 2년 동안 세 번이나 최대 15% 가격을 올렸다. 샤넬은 지난해 10월 향수 No.5 등 20개 상품을 평균 8% 인상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수입 화장품 업체들은 면세점 가격(달러)을 올리고 있다. 미국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그룹의 주요 브랜드 상품을 면세점에 판매하는 한국법인 엘코잉크는 지난 1일부터 주요 브랜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오리진스와 바비브라운, 라메르, 크리니크, 아라미스, 랩시리즈 등 6개 브랜드 제품 인상률은 평균 3%다. 에스티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리페어 에센스는 50mL에 108달러에서 111달러로 2.8% 올라갔다.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그룹의 랑콤과 향수 브랜드 불가리PFM, LVMH코스메틱스의 겔랑, 시슬리, 라프레리도 올랐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달러 가격을 올렸더라도 떨어진 환율을 감안하면 원화로는 같은 가격으로 맞춰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떨어진 달러 가격만큼 업체에서 이익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명품 업체들이 최근 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해 비판받는 이유는 원화 환율이 달러화에 대해 절상, 즉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5월 1184원까지 올랐다 15일 1057원까지 떨어졌고, 유로화 또한 지난해 4월 1506원에서 1412원까지 내려갔다. 환율이 떨어지는 것을 반영하면 수입 물품의 가격도 떨어지는 게 마땅하다. 1000달러짜리 제품을 수입한다고 할 때 환율이 1184원일 때는 118만4000원이지만, 1057원으로 내려갔을 때는 105만7000원으로 12만7000원이나 할인되는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명품 업체들은 가격을 내릴 움직임이 없다. 지난해 10월 스위스 명품 시계 '파르미지아니'가 한국에서 주요 제품 가격을 10% 정도 내렸고, 랑콤이 지난해 11월 주력 제품 12개 품목의 백화점 판매 가격을 최소 7%에서 최고 16.7% 인하했다. 이는 생소한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공략하거나 매출이 줄어든 수입 화장품이 이를 타진하기 위해서일 뿐 환율 하락과는 상관이 없다. 프라다 또한 "값을 내린 제품도 있다"고 했지만, 인기 모델의 경우 인상률이 6~8%를 넘어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가격을 내리겠다고 한 명품 업체는 한 군데도 없다"고 밝혔다.

    ◇환율 오를 때는 올랐다고 인상

    명품 업체들은 환율이 오를 때는 이를 이유로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려 왔다. 지난해 1월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는 인기 제품인 켈리35 가방 등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당시 에르메스 측은 "환율과 원자재 가격 인상, 인건비 등과 관련해 일부 품목에 대해 가격 조정을 했다"고 밝혔다.

    프라다 또한 2011년 7월 450개에 달하는 품목의 가격을 올리면서 "환율 등을 반영해 가격이 일괄적으로 조정됐다"고 했다.

    명시적으로 환율을 이유로 들지 않더라도 환율이 절하, 즉 올라갈 때 명품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는 것이 관행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2008년 11월 환율이 원·달러는 1300원대, 원·유로는 1600원대까지 치솟았을 때 루이비통과 샤넬, 구찌, 불가리, 에르메스, 프라다 등 명품 업체들은 모두 가격을 인상했다. 당시 루이비통 모노그램 스피디 30 가방은 84만원에서 91만원으로, 샤넬 클래식백 캐비어M 가방은 310만원에서 401만원으로, 구찌 PVC러기지 가방은 78만5000원에서 83만5000원으로 상승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환율이 높을 경우 면세점보다 백화점 가격이 쌀 때도 있다"며 "당시 명품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기 전 미리 사두자는 소비자까지 늘면서 백화점 명품 매출이 급증했다"고 했다.

    서울대 송인성 교수(경영학과)는 "환율이 올라갈 때는 가격을 올리면서 반대일 때는 소비자한테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소비자와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며 "특히 명품은 소비자에 대한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매우 근시안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