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회장 찾은 평양과기대는 어떤 곳?

조선비즈
  • 박근태 기자
    입력 2013.01.09 16:54 | 수정 2013.01.09 18:00

    평양 락랑구 승리동에 자리한 평약과학기술대학 본관과 학사동 건물. /평양과기대 제공
    북한을 방문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일행이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을 방문한 데 이어 9일 평양과학기술대를 방문하면서 이 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평양시 락랑구 승리동에 자리 잡은 이 대학은 100만㎡의 부지에 본부동, 학사동, 종합생활관, 기숙사, 연구개발(R&D)센터 등 총 17개 동(건축면적 8만㎡)을 갖추고 있는 북한식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이다. 화상회의 장비는 물론 기숙사까지 학교 내 시설은 국내 대학 수준에 못지 않다.

    평양과기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 대학에는 학부 학생 300명, 대학원생 78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학생 모두는 100%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평양과기대 학생 수준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평양과기대와 협력 관계가 깊은 옌벤과학기술대를 다녀온 한 인사는 “북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선 김일성종합대와 김책공대 학생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학생은 북한 교육성의 추천을 받아 선발한다”고 전했다.

    평양과기대 사업은 2001년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과 북한 교육성의 합의에 따라 시작됐다. 정부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 재임 시절인 2006년 5월 남북협력기금 10억원을 지원했으나 그해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지원을 중단했다.

    재단 측은 2006년 이후 몇 차례 개교하려 했지 북측이 동의하지 않아 미뤄졌다. 준공식은 우여곡절 끝에 2009년 착공 7년 만에 열렸지만 입학생은 이듬해인 2010년 가을 학기부터 들어왔다.
    무엇보다 이 대학의 특별한 점은 교육 목표와 전공에서 엿볼 수 있다. 외국어에 능숙한 공학과 비즈니스전문가 육성과 국제 수준의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전공은 정보통신·산업경영·농업 식품공학 등 3개 첨단 학문으로 나눠졌다. 향후 보건대학원과 건설대학원도 추가로 설립될 예정이다.

    교수진 역시 9개국 국적을 가진 교수 70명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 국적을 가진 한국계 교수와 외국인 교수들이다. 설립 초기 국내 대학 교수들의 참여도 기대됐으나 현재까지는 해외파 교수들이 이끌고 있다.

    학교의 교육 목표와 전공 과정은 북한 교육성과의 합의에 따라 결정됐다. 초기 평양과기대 설립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북한의 교육성의 요청에 따라 전공과목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슈미트 회장이 방문한 이유도 이처럼 평양과기대가 가장 서구적인 모델에 가까운 북한의 고등 교육기관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평양과기대 학부 기숙사 내부. /평양과기대 제공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 학교가 해외 동포와 국내 대학, 국내 기독교계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에 동행한 김진경 중국 옌벤과학기술대 총장이 초기부터 설립을 주도했고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특보를 지낸 박찬모 전 포스텍 총장이 명예총장을 맡는 등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교수들도 직간접적인 후원을 했다.

    국내 대학 가운데는 포스텍과 고려대, 한국정보통신대학교(현 KAIST), 건국대, 단국대, 강원대 등 10여개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원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이 학술교류 협정까지 맺었다. 재단 측은 국내외 기독교 단체 후원금을 받아 건축비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와 해외교포 종교단체들은 정부 지원이 중단된 뒤 재단에 자금을 모아 학교 문을 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평양과기대가 북한이 양성하는 ‘붉은 자본가’를 육성하는 도구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평양과기대를 통한 교육 교류 협력을 통해 5년간 꽁꽁 얼어버린 남북 관계가 다시 증진되기를 바라는 게 대다수 과학계 인사들의 견해다.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