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1월 1일부로 강화된 신(新)연비를 일괄 적용하자, 국내에서 판매 중인 674개 차종의 연비가 그야말로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기존 연비 대비 하락폭이 평균 12%입니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회사가 실험실에서 측정한 연비가 실제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끊임없이 지적해왔습니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고속·급가속 상황 같은 '가혹한 조건'을 적용해 올해부터 모든 차종의 연비를 수정했습니다.

대부분 차량이 연비가 떨어진 가운데 유독 하이브리드차의 연비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운전자들이 많습니다. 하이브리드차는 전기모터와 가솔린엔진을 병행 사용해 휘발유 1L(리터)로 20㎞는 너끈히 간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해왔습니다. 사실은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하이브리드차 연비가 20~30% 뚝 떨어졌습니다. 일반 휘발유·경유 차량보다 더 많이 깎였습니다.

국산 대표 선수인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연비는 21㎞/L에서 16.8㎞/L로 조정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인 도요타 프리우스 역시 29.2㎞/L에서 21㎞/L로 대폭 낮아졌습니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23.6㎞/L에서 16.4㎞/L로 30% 넘는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자동차 업체들은 "배터리보다는 엔진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고속주행·급가속 조건이 추가됐기 때문"이라고 항변합니다. 즉, 그동안 광고했던 하이브리드차 연비는 천천히 주행할 때만 해당된다는 것을 자인한 셈입니다. 운전자들은 그동안 "쏘나타 하이브리드 연비가 15㎞/L밖에 안 나온다" "프리우스를 몰아보니 20㎞/L 넘기 힘들더라"며 연비에 의문을 제기해왔습니다. 신연비가 도입되면서 결국 소비자들의 지적이 타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신연비가 발표된 직후 현대차는 쏘나타 하이브리드 가격을 최대 115만원 깎아주기로 했습니다. 운전자들이 기름 눈금을 보는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탈 수 있는 진짜 연비 좋은 차가 나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