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입차로 꽉 찬 평택항… 올해 15만대 밀려온다

  • 평택=김은정 기자

  • 입력 : 2013.01.08 03:04

    [2013 수입차 vs. 국산차 전쟁] [1] 중소형 시장서도 접전
    대기할 야적장 모자라고 주문량 많아 인도 前 검사도 2교대 근무로 소화할 판
    폴크스바겐 등 중소형 차가 수입차 시장 성장 주도
    현대 "고객 마음 돌려놓겠다" 가격 내리고 멤버십 강화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칼바람이 뺨을 할퀸다. 눈앞에 서해 바다 멀리서 시커먼 대형 선박 한 대가 서서히 다가온다. 자동차 운반선 '오토 아틀라스'호(號)다.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국제자동차부두(PIRT). 아틀라스호는 지난해 11월 19일 독일 브레머하펜항(港)을 출발해 영국 사우샘프턴, 중국 상하이 등을 거쳐 한 달 반 만에 마지막 목적지인 평택항 정박을 앞두고 있었다.

    평택자동차부두는 국내 최대의 자동차 수출입 전용부두다. 접안지역 주변으로는 2층짜리 차량 운반 트럭이 집결했다. 독이 열린 지 3~4분 지났을까. BMW·아우디·폴크스바겐 등 독일산 자동차 2000여대를 쉴 새 없이 토해냈다. 옆에는 기아차쌍용차 신차들이 수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고급 수입차가 주축이던 시기를 '수입차 소비 1기'라고 하죠. 올해부터는 중·소형 양산차가 주도하는 '소비 2기'가 시작될 것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차량들이 바로 2기 시대를 알리는 수입차들이죠.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올해부터 본격화될 겁니다."(한국수입차협회 윤대성 전무)

    지난 4일 경기도 평택국제자동차부두에 수입된 독일산 BMW 자동차 3000여대가 쌓여 있다. 연초부터 수입차 물량이 급증해 국산차와 치열한 판매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은정 기자
    수입차 대기할 땅이 모자라

    규모가 11만5000㎡로 가장 큰 BMW 야적장. 3000여대의 차가 꽉 들어차 있다.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 이르면 이틀, 늦어도 2주일 내 전국 BMW 판매점으로 나간다. "이달에만 독일에서 4대의 배가 더 들어옵니다. 3시리즈, 5시리즈 같은 인기 차종은 야적장에 대기할 새가 없어요. 바로 실려 나간다고 보면 됩니다."(BMW 강기훈 매니저)

    수입차들이 무섭게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수입차는 작년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돌파했다. 첫 돌파다. 이 기세대로라면 올해는 총 15만대, 점유율 11.5%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국산 승용차 판매는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수입차 판매 증가 속도는 업체들의 예측을 뛰어넘는다. BMW는 2011년 차량 야적장을 인천에서 평택 부두로 옮겼지만, 첫해부터 야적장 공간이 모자랐다. 급기야 인근 부지를 추가로 임차하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다른 업체들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평택 자유무역지대 내 수입차 야적 부지를 현재의 2배 규모로 매립해야 하는 실정이다. 수입 통관증을 받은 차량이 고객에게 배달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인도 전 검사(PDI)' 속도가 주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조만간 2교대 근무에 들어갈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중·소형 대중차가 시장 폭발 주도

    수입차 점유율이 불과 5년 만에 두 배로 성장한 이유는 뭘까. 우선 벤츠·BMW·렉서스 같은 고급차 브랜드의 역할이 컸다. '그랜저·제네시스를 타던 소비자들이 중·대형급 수입차에 처음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시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작년부터는 한 가지 현상이 추가됐다. 중·소형 대중차(배기량 2L 미만)가 주축인 폴크스바겐과 미니, 도요타 같은 업체들이 고급차 업체들의 성장세를 따라잡았다. 작년 12월에는 폴크스바겐의 판매 대수가 벤츠·BMW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폴크스바겐은 올 2분기 1.2~1.4L급인 소형차 폴로를 들여온다. 역대 수입차 중 배기량이 가장 작은 차로 한국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값 내려서라도…"

    현대·기아차는 올해 수입차의 추가 확산을 못 막으면 장기적으로 시장의 20%까지 내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손 놓고 바라만 볼 수는 없는 일.

    우선 가격 정책으로 승부할 계획이다. 배수의 진을 친 셈. 새해 시작과 동시에 쏘나타·제네시스·제네시스 쿠페·싼타페·베라크루즈 등 5개 대표 차종 가격을 최대 100만원까지 내렸다. K9도 최저가격을 내린다. 조만간 차급별로 4개 소비자군(群)을 나눠 해외 업체들이 따라오기 어려울 만큼 적극적인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 김충호 사장은 "이제까지 우리가 고객을 잃은 것은 고객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라면서 "고객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