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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기금 저축은 日로, 대출이자는 月로…수십억 낙전수입

  • 강도원 기자

  • 입력 : 2013.01.01 14:18

    “어 분명히 내린다고 했는데?”

    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는 지난해 정부가 국민주택기금으로 빌려주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으로 아파트를 장만했다. A씨는 최근 국토해양부가 21일부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금리를 0.4%포인트 내린다는 소식에 이자 상환이 줄겠지라고 기뻐했지만 A씨의 대출 금리는 여전히 4.2%였다.

    대출을 받은 은행을 찾아간 A씨는 대답을 듣고 기우뚱했다. 은행 측은 “대출은 월 단위로 이자가 계산되기 때문에 21일부터 내린다고 하더라도 이번 달 이자 납부일까지는 계속 예전 금리대로 이자를 내야 한다”며 “다음 이자 납부 때부터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고 답했다. A씨는 이자 납부일이 19일이기 때문에 한 달 가량 더 기다려야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벌써 내렸어요?”

    대기업에 다니는 B씨는 지난달 22일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해지하러 갔다가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국토부가 청약저축 금리를 21일부터 0.5%포인트씩 내렸기 때문에 3년간 꾸준히 넣은 청약저축 금리가 4.5%에서 4%로 뚝 떨어진 것. B씨는 “하루만 더 빨리 찾아왔더라도 0.5%의 금리를 더 받을 수 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가 운영 중인 국민주택기금의 예금 이자 지급 방식과 대출 이자 상환 방식이 상이해 예금자·대출자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주택기금이 청약저축을 통해 조성된다는 점에서 예금과 대출의 형평성이 맞지 않아 정부가 차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저축 이자는 일(日)로 주고 대출 이자는 월(月)로 받아

    국토부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국민주택기금을 1973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국민주택기금 대출은 시중 은행 금리보다 낮게 무주택자와 건설업체에 제공돼 저소득층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을 한다.

    국민주택 기금 대출 상품은 시중 금리가 내려가면 비슷한 수준으로 인하된다. 대출 금리뿐 아니라 국민주택기금 조성의 주요 재원인 청약저축 금리도 함께 내려간다. 국민주택기금은 국민주택채권발행, 청약저축, 정부 전입금 등으로 조성된다.

    국토부는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지난달 21일부터 주택기금 관련 서민 전세자금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등 국민주택기금 대출 금리를 0.3~0.9%포인트, 청약저축 금리도 0.5%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대출금리 이자와 청약저축 금리 적용 시점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대출금리는 정부가 금리를 내리더라도 대출자의 이자 납부일 이후부터 적용된다. 국토부는 대출금리는 월 단위로 계산해 운영하기 때문이다. A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반면 청약저축 이자는 금리 인하 적용 시점인 21일부터 곧바로 0.5%포인트 낮아졌다.

    대출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계산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대출자는 “대출금을 100만원 빌려서 20일 쓰고 모두 갚은 경우에도 30일의 이자를 챙기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기금으로 이자 장사를 하는게 아니라면 일 단위로 바뀌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 예금·대출 금리 차로 수십억 낙전수입

    지난달 21일부터 금리를 내렸지만, A씨처럼 이자 지급일이 20일인 경우에는 한 달 가량 종전 금리로 대출금을 내야 한다.

    지난해 국민주택기금으로 집행된 생애최초 대출,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 대출 등은 총 7조1800억원이다.

    7조1800억원을 대출 금리 인하폭인 0.3%로 계산했을 경우 약 17억원 이상의 낙전수입이 생긴다. 과거에 집행했던 대출금까지 포함할 경우 금액은 더 커진다.

    여기에 청약저축 이자를 바로 적용해 지급하지 않은 금액까지 합산할 경우 수십억원의 차익을 정부가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금리 하락기에는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반대로 대출자들이 유리해진다”며 “부정적인 목적으로 낙전수입을 챙기기 위한 제도차이는 아니며 처음 조성할때부터 이러한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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