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그야말로 ‘수입차 춘추전국시대’였다. 다양한 신차가 쏟아지고 공격적인 마케팅·프로모션 붐이 일었다. 수입차의 국내 판매량은 1~11월 12만195대를 기록하며 내수 시장의 10% 정도를 점유했다. 이들 중에는 올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브랜드도 있지만 시장 점유율이 반토막나며 눈물을 흘린 브랜드도 있다.
올해 1~11월 수입차 판매 통계를 토대로, 올 한해 어떤 브랜드가 떴으며(↑UP) 어떤 브랜드가 졌는지(↓DOWN) 분석해봤다. 또 차종 별로는 어떤 모델들이 울고 웃었는지 알아봤다.
◆ 폴크스바겐·아우디·도요타↑…독일차 대세 속에 살아남은 도요타
▲ 폴크스바겐 ↑UP
폴크스바겐은 올해 국내 수입차 판매량 순위에서 벤츠를 누르고 2위로 껑충 도약했다. 총 판매대수는 1만1711대에서 1만6613대로 41.9% 증가했으며, 점유율도 12.1%에서 13.8%까지 올랐다. 폴크스바겐의 무서운 성장세를 견인한 건 SUV ‘티구안’과 중형 세단 ‘파사트’, 준중형 ‘비틀’과 ‘골프 카브리올레’ 등 신차의 잇따른 성공이다. 특히 티구안의 경우 현재 구매 대기자가 줄을 선 상황이어서 지금 계약을 해도 6개월이 지나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을 정도다. 내년 중 벤츠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이미 달성한 폴크스바겐은, 이제 ‘2만대 클럽’ 입성으로 목표를 재조정한 상태다.
▲ 아우디 ↑UP
판매대수도 9785대에서 1만4046대로 43.5%나 늘었고, 점유율 역시 10.07%에서 11.69%로 증가했다. ‘A4’와 ‘A6’ 등 베스트셀링 모델들의 꾸준한 선전에 ‘RS5’, ‘S5’와 ‘Q5’ 등 신차 출시 효과가 더해진 것이 비결이었다. 아우디는 연말까지 올해 목표인 1만5000대 판매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는 신형 ‘A5 스포츠백’과 수퍼카 ‘R8’의 신형모델을 출시하고 8개의 전시장과 6곳의 서비스센터를 오픈해 1만6000대의 판매고를 올리겠다는 각오다.
▲ 도요타·렉서스 ↑UP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브랜드. 같은 국적을 가진 닛산과 대조된다. 렉서스는 시장 점유율이 3.75%에서 3.53%로 줄었지만, 도요타가 4.73%에서 8.16%로 두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도요타·렉서스 전체의 점유율이 8.5%에서 11.7%로 늘었다. 도요타 브랜드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도요타는 올해 뉴캠리의 모델로 배우 김태희씨를, 렉서스의 신형 ES의 모델로 배우 장동건씨를 기용하며 홍보와 마케팅에 전폭적으로 투자했다.
중형 세단 캠리는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단연 최고의 스타였다. 지난해 2256대가 판매되며 국내 수입차 판매량 9위에 올랐던 캠리는 올해 1월 신형 ‘뉴캠리’의 출시와 함께 단숨에 월간 판매량 1위로 뛰어올랐다. 11월까지 꾸준히 1~3위에 랭크되며 인기몰이를 한 캠리는 1~11월 누적 판매 순위에서 3위(5108대)를 차지했다. 캠리 하이브리드 역시 1~11월 1634대가 판매되며 15위를 기록했다.
◆ BMW·포드, 판매량 늘었는데 점유율은 제자리걸음
▲ BMW ‘제자리’
BMW의 경우, 판매대수가 2만2273대에서 2만6916대로 20.8% 늘었다. 특히 520d는 지난해 총 6211대가 판매되며 2위에 랭크된 데 이어 올해는 7277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1위에 올랐다. 2위인 벤츠의 E300을 1994대 차이로 따돌리며 수입차 ‘절대 강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320d 역시 2월 국내 출시된 이래로 판매량이 무섭게 증가했다. 11월까지 4251대가 판매되며 4위를 기록했다. 520d와 320d의 성공은 디젤 모델이 강세를 띠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다. 또, BMW코리아의 공격적인 할인 정책과 마케팅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BMW의 시장 점유율은 22.92%에서 22.39%로 소폭 줄며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점유율 2위 브랜드인 폴크스바겐의 무서운 추격과 아우디 등의 선전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포드 ‘제자리’
판매대수는 3802대에서 4697대로 23.5% 늘었으나, 점유율은 3.91%로 동일하다. ‘퓨전 하이브리드’, ‘이스케이프’와 ‘토러스 에코부스트’ 등 신차를 잇달아 출시했음에도 수입차 시장 전체와 거의 같은 폭으로 성장한 셈이다. 포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입차 판매순위 25위 안에 단 한개의 모델도 올리지 못했다.
포드는 내년 상반기 중 ‘포커스’ 디젤모델 ‘퓨전 하이브리드’, 럭셔리브랜드 링컨의 ‘올뉴 MKZ’, ‘MKZ 하이브리드’ 등 4개 차종을 출시해 한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방침이다.
◆ 벤츠·닛산↓…내년에는 되살아날까?
▲ 벤츠 ↓DOWN
벤츠에 있어 2013년은 다난(多難)한 한해였다. 폴크스바겐에 밀려 수입차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내줬고, 고(故) 토마스 우르바흐 사장을 잃는 아픔도 겪었다. 1~11월 국내에서 판매된 벤츠 차량은 총 1만9143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7565대)에 비해 9.0% 증가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18.1%에서 15.9%로 줄었다.
게다가 지난해 한해동안 7019대가 판매되며 1위를 기록한 베스트셀링 모델 E300은 올해 1~11월 5283대의 판매량을 기록, 520d에 밀렸다. 3위인 캠리와의 차이는 불과 857대. E300이 520d에 밀리고 있는 이유는 가솔린이 ‘지는’ 트렌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뿐만 아니라 벤츠는 국내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와 위상에 있어서도 BMW에 뒤쳐지고 있고, 마케팅과 프로모션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 닛산·인피니티 ↓DOWN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브랜드 중 하나. 판매량은 6242대에서 5457대로 줄었고 점유율 역시 5.6%에서 2.6%로 거의 반토막났다. 마땅한 히트 모델도, 기억에 남는 마케팅이나 프로모션도 딱히 없다. 닛산은 지난 10월 출시돼 10~11월 두달동안 331대가 판매된 중형 세단 ‘뉴 알티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2256대의 판매고를 올려 6위에 랭크되며 ‘박스카 열풍’을 주도했던 큐브의 경우, 올해들어 판매량이 급감(1381대)하며 21위로 주저앉았다. 큐브의 급격한 부진의 이유로는 비슷한 국산 모델인 기아자동차 ‘레이’의 출시를 들 수 있다. 기아차의 경형 박스카 레이는 출시 첫달인 지난해 12월 4000대의 판매고를 올린 데 이어 올해 초까지 5600여대가 판매되며 큐브의 아성을 위협했다. 레이의 판매 가격이 1139만원부터 시작하는 데 비해 큐브의 판매가는 두배인 2240만원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