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서비스 · 유통

말많고 탈많던 유통업계 2012년 결산해보니

  • 이재설 기자

  • 입력 : 2012.12.24 13:55

    대형마트 자율휴무가 시행된 12일 오전 서울역 한 대형마트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발길을 돌리고 있다./김지호 객원기자 yaho@chosun.com
    대형마트 자율휴무가 시행된 12일 오전 서울역 한 대형마트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발길을 돌리고 있다./김지호 객원기자 yaho@chosun.com
    올해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국내 소비 부진과 함께 규제강화로 영업 침체기를 맞는 등 그야말로 이중고 속에 발버둥치는 한해였다.

    ◆ 백화점·대형마트·SSM 울고, 홈쇼핑·편의점·온라인 쇼핑몰 웃고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AK플라자 등 주요 백화점은 소비 부진으로 매출 성장률이 거의 바닥을 기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작년 대비 매출이 증가한 달이 세 번에 불과할 정도로 극심한 침체기를 걸었다. 이에 더해 정부의 입점 수수료 인하 압박은 마이너스 성장을 더욱 부채질했다. 다만 11월부터 매출이 반등하며 서서히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경기 침체를 타파하기 위해 아웃렛, 복합쇼핑몰 등 새로운 업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마트(139480),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수퍼마켓, 에브리데이리테일 등 기업형 슈퍼마켓(SSM) 역시 답답한 한해였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골목상권 보호 대책으로 나온 휴일 의무휴업 정책이다. 이들 업체는 지자체와 법정 공방으로 한 해를 보냈다고 평가될 만큼 외부 영향으로 정신없었던 한 해를 보냈다. 지난달부터 정부 주도로 평일 자율휴무 등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지속하고 있다.

    GS홈쇼핑(028150), CJ오쇼핑(035760), 현대홈쇼핑(057050), 롯데홈쇼핑, NS홈쇼핑 등 TV홈쇼핑 업체와 CU(옛 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 GS25, 미니스톱 등 편의점 업체는 그나마 선방했다고 평가받는다. 홈쇼핑 업체와 편의점 업체는 각각 정부의 판매수수료 인하 정책과 개점 거리 제한으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다른 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홈쇼핑 업체들은 PB(자체 브랜드) 상품 확대에 따른 수익 개선과 신 유통 채널로 떠오른 모바일 부문의 성장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업체들도 주유소, 드라이브 스루 매장 등 신규 상권을 개발하며 성장세를 이어간 한해였다.

    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035080)등 주요 오픈마켓(온라인 장터)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한창이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함께 해외 서비스를 결합하며 글로벌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진출 초기 화제가 됐던 NHN비즈니스플랫폼(NBP)의 ‘샵N’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등에 업었지만, 영향력이 미비했다는 평가다.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이크프라이스, 그루폰 등 소셜 커머스는 유통의 한 업태로 자리 잡은 한해였다. 매달 거래액을 갱신하며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아울러 과거보다 상품군 역시 다양화되며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짝퉁 상품 판매 등 불미스러운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 신뢰도 개선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 8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음료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지난 8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음료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 식품업계 가격 인상·먹거리 논란, 외식업계 빵집 후폭풍

    식품업계는 그야말로 가격 인상 후폭풍에 시달렸다. 정권 교체를 앞두고 주요 제품의 가격을 대폭 인상해 소비자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

    팔도와 삼양식품(003230)은 라면 가격을 올렸고, 동원F&B와 사조, 오뚜기(007310)는 참치 등 가공식품을 인상했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역시 맥주, 소주 등 주류 가격을 올렸고, 롯데칠성음료(005300), 동아오츠카도 음료 가격을 인상했다.

    농심(004370)오리온(001800), 해태제과, 롯데제과(004990)는 스낵 가격을 인상했으며 대상(001680)CJ제일제당(097950)역시 가공식품 가격을 올렸다. 제분업체인 동아원(008040)도 밀가루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 인상이 한꺼번에 이뤄지다 보니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불만이 더욱 커진 한해였다.

    가격은 올라가는데 불신은 높아졌다. 농심(004370)은 지난 10월 너구리를 비롯한 6개 라면 제품 수프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됐다는 소식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CJ제일제당(097950)이 위탁생산한 ‘해찬들 고춧가루’에선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이마트(139480)가 CJ제일제당에 위탁생산한 ‘이마트 베스트 참기름’에선 발암물질 성분이 나왔다. 크라운제과(005740)는 인기 제품 ‘참 담백한 미니크래커’에 유통기한이 지난 밀가루를 써 적발되기도 했다.

    재벌 빵집 논란도 불었다. 주요 대기업이 골목상권 침해 비판을 받으며 베이커리 사업에서 손을 뗀 사례가 많았다. 호텔신라(008770)‘아티제’, 현대자동차(005380)의 ‘오젠’, 롯데 계열 블리스 ‘포숑’, 현대백화점(069960)‘베즐리’, 두산 ‘페스티나 렌테’ 등이 다른 곳에 매각되거나 철수했다. 하지만 여전히 신세계SVN, 한화, 코오롱 등은 여론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프랜차이즈 산업 규제도 이어졌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베이커리 전문점, 미스터피자(065150)·도미노피자 등 피자 전문점, BBQ·BHC치킨·교촌치킨·페리카나 등 치킨 전문점, 카페베네·엔제리너스·할리스커피·탐앤탐스·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전문점에 대한 개점거리 제한과 리뉴얼 개정 등 정부의 규제가 마련돼 향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과점업의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둘러싸고 베이커리 협회와 업체 간 신경전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8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면세점이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장기 불황 속에서도 면세점은 씀씀이가 큰 중국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역대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m.com
    지난 8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면세점이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장기 불황 속에서도 면세점은 씀씀이가 큰 중국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역대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m.com
    ◆ 1천만 관광객 시대 면세점·호텔 ‘방긋’, 패션·화장품 평범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아 호텔과 면세점 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중국, 일본 관광객으로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따뜻한 한 해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이들 업체는 국내 인지도를 발판삼아 해외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호텔업계 역시 관광객 수요가 넘쳐 매번 90% 이상의 객실률을 기록한 풍족한 한 해였다. 신라호텔이나 롯데호텔, 조선호텔, 파르나스호텔 등 주요 호텔은 이를 발판삼아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공을 들이는 상황이다.

    하나투어(039130), 모두투어(080160)등 여행업계 역시 관광객 수요 증가와 함께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혜를 봤다.

    제일모직(001300), LG패션(093050), 코오롱,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등 패션업계에서는 아웃도어 강세가 계속 이어진 가운데 수입 브랜드 강화와 브랜드 포토폴리오 정리가 이어진 한해였다. 하지만 이들 업체 역시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 침체로 큰 타격을 받았다.

    화장품업계는 아모레퍼시픽(090430)LG생활건강(051900)투톱 체제가 계속됐고, 미샤와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등 로드숍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에스티로더, 로레알 등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넘어선 한해였다.

    불황 무풍지대로 분류되는 명품업계는 여전히 수요가 몰리며 인기를 지속했다. 수요가 몰리자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등 주요 브랜드는 1년에 두 세 차례 가격 인상을 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택배업계는 CJ그룹의 CJ대한통운과 CJ GLS가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며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한진(002320)과 현대로지스틱스가 뒤쫓는 형국이 이어졌다. 아울러 중견 택배기업인 이노지스가 경영난으로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 유통가 굵직한 M&A 러시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굵직한 M&A(인수합병)가 많았다. 롯데쇼핑(023530)이 국내 최대 생활가전 양판 업체인 하이마트(071840)를 인수했고, MBK파트너스가 정수기 1위 업체인 웅진코웨이(021240)를 인수했다. 웅진코웨이의 모회사였던 웅진그룹은 극동건설 부채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에스알에스코리아(SRS코리아)는 ‘버거킹’을 보고제이호펀드에 매각했고, KFC 역시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LG생활건강(051900)의 공격적인 M&A도 계속됐다. 국내 화장품 업체인 바이올렛드림(550억원)과 일본 화장품 업체 긴자스테파니(1319억원), 일본 건강기능식품 업체 에버라이프를 사들였다.

    신세계그룹 역시 센트럴시티와 파라다이스면세점, 동양리조트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고, 롯데 역시 하이마트 이외에 그랜드백화점 영통점과 인천 계양점을 인수했다.

    공격적인 M&A를 진행했던 곳으로 이랜드를 빼놓을 수 없다. 이랜드는 올해에만 PIC사이판, 팜스리조트, 투어몰, 살롱화 브랜드 미소페, 미국 스포츠브랜드 케이스위스(K-SWISS), 중국 구이린 쉐라톤 호텔 등을 인수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