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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되는 일 어렵지 않아요”

  • 김참 기자
  • 서리나 인턴기자
  • 입력 : 2012.12.09 06:00

    스마트폰 전자책 서비스인 ‘북팔(Book Pal)'에서 소설 ’황제’를 연재 중인 십전비(필명)는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평소 책읽기를 즐겼을 뿐 따로 작가를 준비한 적도 없다. 그런데 지금은 1만회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는 인기 작가다.

    십전비는 “주중엔 직장을 다니고 주로 주말에 글을 쓴다”며 “다니는 직장 급여와 비교했을 때 수입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12권까지 나와 있는 소설을 끝내고 이미 다음, 그다음 출간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누구든지 작가나 출판사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전자책 시장에선 돈이 없어도, 뛰어난 아이디어가 없어도 도전이 가능하다. 이야기 구상부터 출판까지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플랫폼이 있기 때문이다.

    ◆독자에서 작가로
    십전비 작가가 활동중인 북팔은 스마트폰 앱만 있으면 볼 수 있는 무료 전자책이다. 광고를 붙여 수익을 만드는 구조다. 독자들이 광고를 하나 내려받을 때 얻은 쿠폰으로 책을 보고 작가는 다운로드 횟수에 따라 원고료를 지급받는다. ‘북팔 팩토리’ 라는 사이트에 작가 등록을 하고 원고를 보내면 별다른 비용이나 절차 없이 출간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가 지망생, 개인 블로거 등 일반인들이 전체 작가의 90%에 달한다.

    “작가 되는 일 어렵지 않아요”
    현재 북팔에는 매일 20만 명의 독자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김형석 북팔 대표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연재소설이 게임에 이어 새로운 킬러 콘텐츠가 되고 있다”며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바일로 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림만 그리던 개인이 출판까지
    출판 절차가 까다로워 자신의 콘텐츠가 있으면서도 책을 내기 어려웠던 기존 작가들도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직접 앱북(app book)을 만드는 것이다. 앱북은 문자만 보는 일반 전자책과는 달리 소리와 움직임이 포함돼 어린이 도서나 교육용이 많다. 140개국에서 3만 8000여 명이 내려받은 ‘모글루’가 대표적인 앱북 제작 툴이다. 프로그램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하고, 앱스토어에 올리기 전에 앱 변환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작가 되는 일 어렵지 않아요”
    어린이용 앱북 2권을 출간한 김윤희 작가는 원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그리는 일을 했다. 아동 도서 제작에 관심이 많던 김 작가는 아이들이 재밌고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경기콘텐츠진흥원 앱북 기획자 양성 과정에 참여해 모글루를 만났다. 김 작가는 “내가 가진 콘텐츠를 이용해 원하는 대로 만들어 바로 수익을 낼 수 있어 좋다”며 “앞으로도 기획에서 제작까지 직접 하는 앱북을 계속 출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개인 작가나 소형 스튜디오 등이 주로 앱북을 생산하지만, 앞으로는 일반인들도 쉽게 자신의 책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김태우 모글루 대표는 “파워포인트처럼 누구든 쉽게 쓰면서 다양한 결과물을 뽑아내는 프로그램으로 만든다는 목표”라며 “내년 하반기에는 배경음이나 캐릭터를 사는 스토어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나리오 구성도 척척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돕는 프로그램도 최근 개발됐다. 베스트셀러 장편소설인 ‘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본명 류철균) 이화여대 디지털미디학부 교수가 내놓은 ‘스토리 헬퍼’가 그것이다. 창작을 고민 중인 작가가 자신의 대략적인 구상에 따라 29개 객관식 문항에 답하면 기존에 나와 있는 작품 중 유사도가 높은 순서대로 30여 편의 시나리오를 검색해 준다. 작가는 비슷한 구조 속에서 어떻게 등장인물, 에피소드, 상황을 바꿀지를 고민해 새로운 시놉시스를 만들 수 있다.



    “작가 되는 일 어렵지 않아요”
    이 교수 팀은 2003년부터 기존 영화와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2300편에서 모티브 3만4000개를 뽑아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동물과의 우정’, ‘남편이 바람 핀 상황’과 같이 대표 이야기 틀 205개를 분류했다.

    이 교수는 “같은 주제 아래 다양한 이야기를 연구하는 주제학(테마톨로지)에서는 ‘모티브’ 가 가장 중요하다”며 “사람들이 친숙하거나 흥미를 느끼는 이야기는 대체로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을 착안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스템을 작동해 보니 2008년 영화 ‘아바타’는 1990년 제작된 ‘늑대와 함께 춤을’이라는 영화와 87% 유사했고 한국 영화 '최종병기 활'과 할리우드 영화 '아포칼립토' 역시 스토리 구조상 79% 가 비슷했다.

    지난 11월 이 교수의 신작인 ‘지옥설계도’ 역시 스토리 헬퍼를 이용해 집필했다. 이 교수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의 첫 이용자인 셈이다. 이미 국내 특허 출원을 마치고 미국 출원을 진행 중인 스토리 헬퍼는 내년 3월 무료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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